스쿠버다이빙 고객이 '면책 동의서' 썼을 경우 수상레저업체 과실 사고도 면책될까



☞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고객이 레저업자에게 '본인은 스쿠버다이빙에 관련된 위험성에 대해 숙지하고 있으며, 수중 스포츠 활동 중 본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물질적, 신체적 손해에 대해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질 것이며, 레저업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서약하며 금일 다이빙을 신청합니다'라는 내용의 면책동의서에 서명한 경우 레저업자의 업무상 과실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까지도 레저업자 측이 면책될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송에서 쟁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스쿠버다이빙 동호회원이었던 고객(이 모 씨)이 레저업체 운영자(최 모 씨)에게 '면책 동의서'를 써 줬다고 해도, 레저업자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면책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인데, 오늘은 이 사례를 소개하고 해설하고자 합니다.  


【사안 개요】

이 씨는 경주시에서 최 씨가 운영하는 수상레저 관련 업체를 통해 공기통 등 장비와 모터보트를 빌려 스쿠버다이빙을 즐겼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을 마친 이 씨(이하 '망인')가 두 발로 물을 차며 나오다가 레저업자인 최 씨가 몰던 모터보트의 동력 스크루에 머리를 부딪혔고 결국 뇌손상에 의한 과다출혈로 사망했습니다.

최 씨는 '잠수자들에게 짝을 지어 잠수하도록 교육·지시하고, 잠수자의 위치를 표시하는 부이나 수면유도표시부표 등을 통해 잠수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며, 선박을 이동할 때 잠수자들의 호흡으로 인해 수면으로 올라오는 기포의 위치를 관찰해 출수하는 잠수자의 존재 및 위치를 파악해 선박이 잠수자에게 충돌하지 않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해 사고를 일으켰다'는 업무상과실치사의 범죄사실로 기소돼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에서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지만 항소 기각돼 그 무렵 1심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최 씨는 사고 당시 디비손해보험과 모터보트를 보험목적물로 하는 수상레저종합보험(담보범위: 개인용, 보상한도액: 1억5000만 원으로 정한 보험계약)을 맺은 상태였습니다. 해당 보험계약의 보통약관에 의하면, 디비손해보험은 최 씨가 보험증권에 기재된 수상레저기구(모터보트 등)의 소유, 사용 또는 관리로 인해 발생된 보험사고로 다른 사람의 신체에 장해를 입혀 수상레저안전법 제34조에 의한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한다고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망인의 유족들(아내와 자녀 2명)은 최 씨와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소송에서 최 씨는 사고 당일 망인이 면책 동의서를 작성했으므로 자신은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망인이 서명한 면책 동의서에는 '본인은 스쿠버다이빙의 위험성을 숙지하고 있고, 수중 스포츠 활동 중 발생하는 모든 물질적·신체적 손해에 대해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지고 업체에는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습니다.

한편 디비손해보험은 '최 씨의 모터보트가 영업용이어서 자사와 사업자용 수상레저종합보험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해야 함에도 이를 알리지 않고 개인용 보험상품에 가입했고, 이는 고의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므로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했다'며 망인에게 발생한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한 보험금지급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의 판단】

[1] 1심 판결 : 원고일부승소

1심은 망인의 유족들이 최 씨와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손배해상 청구 소송에서 '디비손해보험은 유족들에게 1억38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만 레저업자인 최 씨에 대해서는 유족들이 디비손해보험으로부터 배상받지 못한 손해만을 구했던 점, 유족들의 인정 손해액이 디비손해보험이 담보하는 보험한도액 1억5000만 원 이내라는 점을 고려해 유족들의 최 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1심은 판결문에서 "이 사고는 최 씨가 모터보트를 운항하는 주변으로 출수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만연히 모터보트를 운항한 최 씨의 업무상 과실에 의해 발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따라서 최 씨는 망인과 그 상속인인 원고들에게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망인이 면책동의서를 작성했으므로 자신은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최 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망인이 면책동의서에 서명한 사실은 인정되나, 면책동의서는 최 씨의 면책을 규정한 것이 아니고, '망인의 부주의나 신체상태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면책을 규정한 것일 뿐, 최 씨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발생한 이 사고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며 최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망인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했으므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디비손해보험의 주장에 대해서는 "디비손해보험은 보험모집인을 상대로 보험계약의 모집경위서를 작성했는데, 그 모집경위서에 이 사고의 내용, 최 씨가 개인용 보험상품에 가입하고도 모터보트를 영업용으로 운영한 것이 나타나 있는 바, 디비손해보험은 그 무렵 고지의무위반 내용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나 그로부터 1개월 내에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디비손해보험의 해지 항변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고는 최 씨가 모터보트를 운항하던 중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하므로, 디비손해보험은 보험계약에 따라 최 씨에게 최 씨가 유족들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액 중 1억5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유족들이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라 보험금의 직접 지급을 청구하고 있는바, 유족들에게 보험계약의 범위 내에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망인에게도 다이버로서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책임을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고, 이런 잘못은 사고의 발생과 손해의 확대에 중대한 원인이 됐다고 보고 최 씨와 디비손해보험의 책임을 50%로 제한했습니다(망인의 잘못 50% 인정). 또 다른 보험사로부터 받은 손해배상금 1억 4500여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 1억3800여만 원을 유족들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 2심 판결 : 원고일부승소

2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19부는 망인의 유족이 레저업자 최 씨와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디비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디비손해보험은 유족들에게 1억38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다시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디비손해보험은 최 씨가 보험계약 당시 모터보트를 영업용으로 운항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를 위반했고, 이에 보험계약을 해지했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보험계약 당시 디비손해보험이 최 씨에게 개인용 모터보트를 영업용으로 운항하다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 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디비손해보험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망인의 고지의무위반 여부와 디비손해보험의 설명의무위반 여부에 중점을 두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보험계약은 부보 대상의 위험 범위에 따라 그 보험료를 달리해 사업자용과 개인용으로 구분하고 있으므로, 이 같은 약관의 내용은 보험사가 명시·설명해야 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또한 모터보트의 실제 사용 용도는 보험계약자가 보험사에게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이어 "이 보험계약이 비대면계약으로 체결됐고, 그런 경우 전화녹음을 통해 설명의무 이행이 가능하다는 보험약관 조항에도 불구하고 디비손해보험이 그런 녹음자료 등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보험약관에 보험계약자가 개인용 보험에 가입하고 업무용으로 운항하다가 발생한 사고에 관해 보험금 지급의무가 면제된다는 내용의 규정이 없고, 상품설명서에도 그런 내용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보험모집인의 진술과 모집경위서 기재만으로는 최 씨에 대해 보험계약상 사업자용과 개인용의 구분에 관한 중요 내용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가 이행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보험계약은 보험사인 디비손해보험이 사업자용과 개인용의 구분에 관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해 체결한 것이므로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며 "디비손해보험으로서는 최 씨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 사례는 망인이 작성한 '면책 동의서'는 레저업체의 면책에 대해 동의한 것이 아니고 '고객 부주의나 신체상태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면책규정으로 해석되므로 망인이 스쿠버다이빙 활동과 관련해 레저업체를 상대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면책동의서를 썼더라도 레저업자의 업무상 과실로 인한 사고에 대해서까지 면책 동의서가 적용될 여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스쿠버다이빙('딥어드벤쳐 다이빙')을 처음 즐기려던 고객이 '본인은 강습 도중 본인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즉 개인적인 부상, 재산상의 피해, 의학적인 사고 등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INSTRUCTOR ○○○에 대하여 면책은 물론 책임 전가를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을 포함한 면책동의서에 서명하고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도중 물 위로 떠올라 사망('익사 후 심폐기능 정지')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면책동의서는 '망인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면책을 규정한 것일 뿐이므로, 망인의 부주의로 인한 것이 아니라 스쿠버다이빙 강사(instructor)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발생한 이 사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설령 레저업자의 주장과 같이 이 사고 발생에 망인의 부주의가 일부 개입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사유에 해당될 뿐, 면책규정을 달리 해석하거나 적용하기는 어렵다. 또한 면책규정을 스쿠버다이빙 강사의 업무상 과실에 의한 사무집행에 관해 레저업자가 부담하는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의 면제에도 적용된다고 볼 근거나 사정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1)

한편, 보험사 및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보험계약자가 알고 있거나 거래상 일반적으로 공통된 것이어서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 또는 이미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 아니라면 보험상품의 내용이나 보험료율의 체계 등 보험약관에 기재돼 있는 중요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명시·설명해야 하고, 보험사가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습니다.2) 이 같이 보험사가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으므로 그 경우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약관에 규정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3)

이 사례에서 디비손해보험의 약관에 보험계약자가 개인용 보험에 가입한 후 피보험목적물인 수상레저기구(모터보트 등)를 업무용으로 운항하다 발생한 사고에 관해 보험금 지급의무가 면제된다는 취지의 명시적인 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상품설명서에도 그런 규정이 존재할 리가 만무합니다. 또한 청약내용, 보험기간, 계약 전 알릴 의무, 약관의 중요한 내용 등 계약을 체결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질문 또는 설명하는 텔레마케팅(TM) 방식으로 체결되는 보험계약의 경우 계약자의 답변과 확인 내용을 음성 녹음함으로써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보게 되는데, 디비손해보험은 보험계약 당시 TM 방식으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는 점에 관한 전화녹음 자료 등을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례처럼 수상레저업자(최 씨)가 가입한 수상레저종합보험의 경우 사업자용 수상레저기구와 개인용 수상레저기구가 서로 구분되고 개인용 보험에 가입한 보험계약자가 수상레저기구를 업무용으로 이용하다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약정 내용(면책사유)은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의무를 진다고 풀이됩니다. 그런데 앞서 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면책사유에 관한 디비손해보험의 설명의무가 이행됐다고 볼 만한 충분한 자료가 없습니다. 결국 디비손해보험 주장의 면책사유는 수상레저종합보험의 계약 내용으로 편입되지 않게 되므로 디비손해보험은 레저업체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 등록일 : 2025년 2월 4일

1) 서울고등법원 2019. 5. 9. 선고 2018나2035248 판결.
2) 대법원 1999. 5. 11. 선고 98다59842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 1998. 4. 10. 선고 97나47255 판결 등 참조.
다음 이전

نموذج الاتصا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