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동킥보드·전동휠 등 전동기로 작동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M, Personal Mobility)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이에 따른 사고도 늘어나고 있고 보험 분쟁도 빈발하고 있습니다.
전동킥보드·전동휠 등을 직업이나 직무상 사용하게 된다거나, 동호회 활동과 출·퇴근 용도로 계속 사용하는 사람은 보험사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보험계약 체결 땐 고지의무(계약 전 알릴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보험계약 체결 후엔 통지의무(계약 후 알릴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사고가 나더라도 보험금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전동휠로 출퇴근하는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다면, 전동휠을 타다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판례도 있습니다. 전동킥보드·전동휠 같은 신종 교통수단을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과 출·퇴근 용도 등으로 자주 이용하면, 사고 발생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반영한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교회를 다니며 매주 1회 정도 전동킥보드를 타는 경우도 보험사에 알려야 할까요? 최근 판결 중에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던 피보험자(김 모 씨)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횡단하던 피해자를 들이받아 뇌손상 등의 중상해를 입게 한 사안에서 매주 1회 정도 교회를 오갈 때 전동킥보드를 사용한 것은 동호회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통지의무를 위반했다거나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사건 개요】
김 씨는 2023년 4월 현대해상이 판매하는 보험상품에 가입하며 가입금액이 7000만 원인 자동차사고 변호사선임비용(특정사고 경찰조사 포함) 특약에도 가입했습니다.
김 씨는 보험 가입 이전 약 7개월 동안 교회에 오고 갈 때 합계 64회, 일주일 평균 2회[왕복 1회] 정도 공유 킥보드를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보험계약 당시 '계약 전 알릴의무'라는 제목의 질의서에 답변하면서 『원동기장치 자전거(전동킥보드, 전동이륜평행차, 전동기의 동력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를 포함)를 사용하십니까?(다만, 전동휠체어, 의료용 스쿠터 등 보행보조용 의자차는 제외합니다) *계속적으로 사용[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활동과 출퇴근 용도 등으로 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한함]하는 경우에 기재』라는 질문에 대해 『아니오』라는 답변에 체크했습니다.
자동차사고 변호사선임비용 보장 특별약관에는, 자동차운전 중 '중대법규위반 교통사고'로 타인에게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제3조에서 정한 상해등급 중 1급 내지 3급에 해당하는 부상을 입힘으로써 검찰에 의해 공소제기(단, 약식기소는 제외)된 경우 1사고마다 보험가입금액을 한도로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험수익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었습니다.
김 씨는 2023년 10월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편도 1차로 도로를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던 중 진행방향 우측에서 좌측으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횡단하던 피해자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에게 뇌손상 등의 중상해를 입게 했습니다. 피해자의 상해 정도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제3조에서 정한 상해등급 중 1급에 해당됐습니다.
이 교통사고로 김 씨는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2024년 3월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에 의해 부산지방법원에 공소가 제기됐습니다. 김 씨는 수사단계부터 재판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자 변호인을 선임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그 변호사 선임비로 2024년 4월 70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김 씨가 현대해상에 변호사선임비용을 청구했지만, 현대해상은 김 씨가 전동킥보드 계속적 사용 사실에 관한 '계약 전 알릴의무' 또는 '계약 후 알릴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김 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씨는 매주 1회 정도 교회를 오갈 때 전동킥보드를 사용하는 것은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과 출퇴근 용도 등으로 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현대해상은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 모여 함께 종교 활동을 하는 행위로서 동호회 활동으로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 판단】
1심을 맡은 부산지법 민사11단독 이영갑 판사는 김 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현대해상은 김 씨에게 7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
이영갑 판사는 먼저 "매주 1회 정도 교회에 가는 것을 동호회 활동이라고 보기도 어려울 뿐더러, 교회에 오가기 위해 전동킥보드를 사용하는 것이 약관에서 말하는 동호회 활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약관에서 말하는 동호회 활동이란 전동킥보드를 이용해 그 전동킥보드와 관련된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교회에 가는 종교활동을 동호회 활동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교회에 가기 위한 수단으로 전동킥보드를 사용하는 경우까지 동호회 활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김 씨가 계약 전 알릴의무를 위반했다거나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김 씨는 보험계약 후에도 이전과 동일하게 전동킥보드를 교회에 갈 때 사용해 보험계약 체결 당시와 체결 이후 그 사용 용도가 달라진 것이 없고, 오히려 보험계약 체결 이후부터 이 사고 발생 시까지 약 6개월 20일 동안 전동킥보드를 총 26회 사용함으로써 보험계약 전보다 사용 횟수가 감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그런 사실에 의하면 보험계약 체결 후 위험이 변경되거나 증가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김 씨에게는 계약 후 알릴 의무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계약전후 알릴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현대해상의 보험계약 해지 주장은 이유 없다"며 "현대해상은 김 씨에게 김 씨가 지급한 변호사선임비 7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 현대해상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입니다.
☞ 자동차관리법은 '이륜자동차'를 '총배기량 또는 정격출력의 크기와 관계없이 1인 또는 2인의 사람을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의 자동차 및 그와 유사한 구조로 돼 있는 자동차'로,1) 도로교통법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이륜자동차 가운데 배기량 125㏄ 이하의 이륜자동차'와 '그 밖에 배기량 125㏄ 이하(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최고정격출력 11㎾ 이하)의 원동기를 단 차'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차로 각각 정의하고 있습니다.2)
결국 이 사례에서의 전동킥보드는 1인 또는 2인의 사람을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 자동차와 유사한 구조로 돼 있는 자동차로서,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합니다.
☞ 이 사례의 경우 피보험자가 보험 가입 이전부터 교회를 오갈 목적으로 전동킥보드를 이용한 사실이 있으므로 굳이 계약 후 알릴의무에 관한 판단을 별도로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통지의무 위반이 문제됐던 사례라면, 약관상 계약 후 알릴의무 및 알릴의무 위반의 효과에 관한 약관조항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해당 약관조항에 의해 이륜자동차 등의 사용에 대한 통지의무를 부담한다는 것과 가입자가 이를 위반할 경우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설명하면 족하고, 이륜자동차 등의 의미나 종류를 일일이 설명하거나 관계법령의 해석상 전동킥보드나 전동휠이 이륜자동차 등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점까지 알려야 할 의무는 없다고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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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및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