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열공성 뇌경색'도 뇌졸중 진단비 보험금 받을 수 있을까



☞ 뇌의 작은 혈관이 막혀 만성적으로 혈액 공급이 잘 안되는 뇌졸중 즉 열공성 뇌경색이란 질병이 있습니다. 뇌의 깊은 부분에 혈관이 막혔을 뿐이므로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뇌졸중의 전형적 증상이 없는 '열공성 뇌경색'을 진단받은 경우 뇌졸중 진단비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증상이 없는 '열공성 뇌경색'도 '뇌경색증’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열공성 뇌경색도 보험계약 약관에서 정한 뇌졸중의 일종인 뇌경색증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1)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사건 개요】

김 씨는 메리츠화재, 한화생명, 현대해상, 디비손해보험 등 4개 보험사(이하 '보험사들')와 여러 개의 보험계약을 맺었습니다. 뇌경색증(질병분류코드 I63) 진단을 받을 경우 진단비 등을 보장하는 보험상품들이었습니다.




김 씨가 체결한 보험상품들의 약관에는 '뇌경색증의 진단 확정은 의료기관의 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해 병력, 신경학적 검진과 함께 MRI 등을 기초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2023년 3월 두통과 무력감을 느껴 병원을 방문해 MRI, 신경학적검사 등 검사를 받았습니다. MRI 판독에서 좌측 난형중심부에 오래된 '열공성 뇌경색'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주치의는 MRI 등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뇌경색증(질병분류코드 I63) 진단서를 발급했습니다. 

김 씨는 뇌경색증의 진단을 이유로 진단비 등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들은 "오래된 열공성 뇌경색의 경우 뇌경색증(질병분류코드 I63) 진단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진단비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강력 반발한 김 씨는 "보험약관에서 뇌졸중으로 분류되는 '뇌경색증' 진단을 받았으므로, 보험사들은 미지급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 판단】

창원지방법원 민사4단독 박규도 판사는 김 씨가 보험사들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보험사들은 김 씨에게 진단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박규도 판사는 "보험사들의 약관에 의하면, 뇌졸중 등의 진단확정은 의료기관의 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해 병력·신경학적 검진과 함께 MRI 등을 기초로 해야 하고, 여기에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뇌경색증(I63)이 포함된다"면서 "그런데 병원에서 실시한 MRI 검사 결과에 열공성 뇌경색이라는 판독 결과가 기재돼 있고, 김 씨는 병원에서 신경학적 검사를 받았으며, 의사는 이를 바탕으로 뇌경색증 진단을 했으므로, 김 씨는 약관에서 정한 뇌졸중 등의 진단확정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감정의 또한 열공성 뇌경색도 뇌경색의 한 종류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열공성 뇌경색은 미세혈관의 폐색으로 인한 뇌경색이므로 병변이 매우 작을 경우 증상이 매우 경미해 본인도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병원 의사의 진단이 잘못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박규도 판사는 이어 "보험 약관에 적용되는 '뇌경색증(I63)'의 범위에 신경학적 증상이 매우 경미해 본인도 알아채지 못한 '열공성 뇌경색'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해 다의적으로 해석돼 약관 조항의 뜻이 명백하지 않을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런 경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하므로, '열공성 뇌경색'도 '뇌경색증(I63)'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가 진단받은 뇌경색증은 보험사들의 보험약관에서 정한 뇌졸중 등에 해당하고,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기왕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사들은 김 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 세계보건기구(WHO)는 뇌졸중을 '뇌혈관 장애[뇌혈관의 폐쇄; 뇌허혈, 뇌경색, 뇌혈관의 파열; 뇌출혈]로 인해 갑자기 국소 신경학적 장애 또는 의식장애가 발생해 24시간 이상 지속하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과성 뇌허혈은 24시간 이내에 신경학적 장애가 회복되는 경우입니다.

뇌의 깊은 부분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통혈관(penetrating arteries)이 막히는 경우 작은 구멍처럼 병변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열공성 뇌경색(Lacunar infarction) 또는 열공성 뇌졸중(Lacunar stroke)이라고 합니다. 




현재 병태(어떤 병이 나타내는 증상이나 진행 단계)가 명확한 급성의 열공성 뇌경색 증후군(current lacunar infarction syndrome)은 'I63.58+기타 대뇌동맥의 상세불명 폐쇄 또는 협착에 의한 뇌경색증'과 'G46.-*뇌혈관질환에서의 뇌의 혈관증후군'으로 분류합니다.2)

한편 제7차 이전의 한국질병사인분류에 부속하는 코딩지침서에 따르더라도 'MRI 검사 결과 열공성 뇌경색으로 기술돼 있으나 추가적인 임상 정보가 없다면 R90.8로 분류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을 뿐이고, 뇌졸중의 전형적 증상이 없는 열공성 뇌경색의 경우 I63 코드로 분류되는 '뇌경색증'에서 제외되는지 여부는 분명하게 기술돼 있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점들에 비춰 볼 때, 피보험자의 질병이 보험계약 약관에서 정한 '뇌경색증(I63)'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해 다의적으로 해석돼 약관 조항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존 대법원 판례3)의 법리를 인용하고 이에 따라 판시한 이 판결의 결론에 수긍이 갑니다. 



  • 최초 등록일 : 2025년 2월 10일

1) 호칭의 편의상 보험 가입자를 '김 씨'라고 부릅니다.
2) 2021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질병코딩지침서 60쪽 참조.
3)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다3522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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