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 배달을 위해 자가용 자동차를 타고 가다 자전거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는 보험금 면책사유인 '영업 목적으로 운전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보험사는 특약에 따른 교통사고처리지원금(형사합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계약자(A 씨)의 원고 소송대리인이었던 임용수 변호사가 원고승소 판결을 받은 최근 사례입니다.
【사건 개요】
A 씨는 카드배송업체에서 카드배송원으로 일해 오던 중 텔레마케팅(TM) 방식으로 롯데손해보험과 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운전자보험에 부가된 자가용운전자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별약관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A 씨가 자가용을 운전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타인에게 상해 등을 입혀 지급한 형사합의금을 2억 원의 한도 내에서 지급해야 합니다. 다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면책조항)로 '자가용 가입자의 경우 피보험자가 자동차를 영업목적으로 운전하던 중 발생한 사고'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A 씨는 카드배송업무를 하던 과정에서 자신의 배우자가 장기 렌트한 니로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A 씨 진행방향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던 B 씨(이하 '피해자') 운전의 자전거 앞부분을 승용차의 앞 범퍼 부분으로 충격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습니다.
이에 A 씨는 롯데손해보험에게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롯데손해보험은 A 씨에게 '이 사고는 자동차를 영업 목적으로 운전하던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이후 A 씨는 피해자의 유족들과 형사합의를 한 뒤 2022년 4월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형사합의금 5000만 원을 지급하고 이들로부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받았습니다. 이미 롯데손해보험으로부터 교통사고처리지원금 거절 통보를 받았던 A 씨는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카드배송원이 카드배송업무 과정에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은 대가를 받고 화물이나 사람을 운송하는 것이 아니므로 자동차를 영업 목적으로 운전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반면, 롯데손해보험은 "이 역시 유상운송으로서 영업 목적으로 운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 판단】
서울동부지법 민사17단독 김정민 판사는 A 씨가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롯데손해보험은 A 씨에게 교통사고처리지원금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A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김정민 판사는 먼저 "이 보험청약서나 보험 약관에는 '영업용'의 정의에 관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표준약관, 자동차종합검사의 시행 등에 관한 규칙[별표1], 지방세법 시행령, 롯데손해보험의 이륜자동차보험 규정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이 보험계약에서 '자동차를 영업 목적으로 운전'한다는 것은 요금이나 대가를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여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유상운송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카드배송원은 주로 본인의 주소지 인근 지역을 할당받아 일하고, 배송하는 서류의 크기도 매우 작으므로 반드시 자동차를 이용해 배송할 필요가 없으며, 도보, 자전거 등 다른 수단을 이용해 카드배송을 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A 씨가 카드배송업무 과정에서 자가용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가리켜 유상으로 화물인 서류를 운송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이는 카드배송업무를 하는 A 씨 자신의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A 씨가 가입한 운전자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보험청약서를 작성해 보험회사 쪽 보험모집인에게 교부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험회사의 통신판매 보험모집인으로부터 운전자보험 내용에 관해 설명을 들은 계약자가 보험회사에게 보험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청약의 의사를 표시하고, 계약자의 청약사항, 답변사항 등이 모두 음성 녹음됨으로써 계약자의 자필서명이 첨부된 청약서를 갈음하는 방식의 전화통화(통신판매)로 체결된 계약(TM계약)입니다. 이처럼 보험계약청약서 및 청약서에 첨부된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 등의 작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한 설명의무 등을 '전화통화'로 갈음하는 형태의 보험계약에서는 보험회사 측 상담원(보험모집인)의 전화를 통한 설명과 문자메시지 내용을 기준으로 보험계약의 내용을 판단해야 합니다. 재판을 담당한 김정민 판사도 같은 취지에서 아래와 같이 판시했습니다.
A 씨[소송대리인 임용수 변호사]는 롯데손해보험의 면책 주장에 대해서 앞서 말한 ① 영업 목적 운전이 아니라는 주장, ② 카드배송을 위한 자동차 운전도 자가용 운전으로 인정한다는 취지의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 외에도 2개의 주장을 포함해 총 4개의 주장을 했는데, 김정민 판사는 A 씨가 제기한 4개 주장 중 2개 주장에 대해서만 판단하고 나머지 2개 주장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A 씨의 ② 주장에 대해서는 '기타 주장에 대한 가정적 판단'이라는 제목을 달고 "보통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에 대해 구속력을 갖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진 약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당사자가 계약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인 바, 일반적으로 보통보험약관을 계약내용에 포함시킨 보험계약서가 작성되면 약관의 구속력은 계약자가 그 약관의 내용을 알지 못하더라도 배제할 수 없으나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약관의 내용과 달리 약정한 경우에는 배제된다고 봐야 한다"며 "보험회사를 대리한 보험대리점 내지 보험외판원이 보험계약자에게 보통보험약관과 다른 내용으로 보험계약을 설명하고 이에 따라 계약이 체결됐으면 그때 설명된 내용이 보험계약의 내용이 되고 그와 배치되는 약관의 적용은 배제된다"는 내용의 대법원 판례 법리를 먼저 인용했습니다.1) 그러면서 "설령 카드배송원이 카드배송업무 과정에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자동차를 영업 목적으로 운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 당시 A 씨는 보험설계사에게 자신의 직업이 카드배송이라는 사실을 고지했고, 이때 보험설계사는 A 씨에게 카드배송을 위한 자동차 운전이 자가용 운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답변했으며, 사고 후 A 씨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도 역시 같은 취지로 답변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당사자 사이에서, 카드배송을 위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도 자가용 운전으로 인정한다는 취지의 합의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롯데손해보험은 여전히 A 씨에게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카드 배달원은 한국표준직업분류 중 '그 외 배달원(분류번호 92299)'에 속하며, 롯데손해보험의 직업 및 위험등급분류표에 의하면 위험등급 2급에 해당합니다. 다른 보험사들의 직업 및 위험등급 분류표를 살펴보면, '배달원'과 '택배원'을 구별하고 있는데 '배달원'은 위험등급 3급의 '음식, 음료, 신문 등 배달원(이륜차)'과 위험등급 2급의 '음식, 음료, 신문 등의 배달원(이륜차 제외)'으로, '택배원'은 위험등급 3급의 '택배원'과 위험등급 3급의 '그 외 택배원(퀵 포함, 이륜차운전)'으로 각각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지면 관계상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여기서 담지 못한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추후에 순차적으로 하나씩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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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및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