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가입자의 민원 제기에 따라 모집된 보험계약들이 모두 취소되거나 해지돼 보험회사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할까요?
오늘 알려드릴 판례는 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의 모집과 관련한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도 보험계약이 체결됐을 것이라는 보험사의 증명이 없다면, 보험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로 인한 보험사의 손해에 대해 보험설계사가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보험설계사 최 모 씨(소송대리인 임용수 변호사)가 보험사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시키고 승소한 사례입니다.
【사실관계】
M생명보험사는 U보험대리점과 사이에 생명보험대리점계약(위탁계약)을 체결했고, 최 씨는 U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로 활동하다 해촉됐습니다.
최 씨는 해촉 전에 24명의 보험계약자들로부터 여러 보험을 모집했는데, 보험계약자의 동의 없이 '보험청약서' 혹은 '해약환급금 예시 고객확인서' 혹은 '고객확인서'를 모두 혹은 그중 한두 개를 도용하거나 실제 약관과 다른 내용으로 보험상품을 설명했다는 각종 민원이 제기됐습니다. 이처럼 보험계약자 겸 보험대상자(피보험자)로부터 민원이 제기되자 결국 해당 보험계약들이 모두 취소되거나 해지됐습니다.
그러자 M보험사는 "보험계약들이 유효하게 존속했더라면 자사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상당액을 얻지 못했고, U보험대리점 직원인 최 씨는 자사에게 위법한 보험모집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최 씨는 "U보험대리점이 주장하는 24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나, 최 씨가 M보험사에게 보험모집과 관련해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법원 판단】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 김균태 판사는 M보험사가 U보험대리점 소속의 보험설계사인 최 씨(소송대리인 임용수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김균태 판사는 판결문에서 「M보험사의 주장대로 최 씨가 위법한 보험모집을 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M보험사는 보험계약들이 유효하게 존속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M보험사의 이익 상당액이 손해라고 주장하나, 이는 최 씨의 보험모집에 M보험사 주장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도 보험계약들이 체결됐을 것임이 전제가 되는 것인데, 최 씨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도 보험계약들이 체결됐을 것이라는 점에 관한 아무런 입증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M보험사는 회사가 입은 손해 액수가 보험계약들이 유효하게 존속됐을 경우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계약들 가치로서 그 합계 2130여만 원이라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법인대리점(이 사례의 경우 U보험대리점)은 상법상의 대리상(상법 제87조, 이하 '대리점')에 해당하고, 대리점은 독립된 상인이므로 대리점이나 그 피용자가 대리행위 중에 고의나 과실로 제3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그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은 대리점이 부담하고 보험회사는 원칙적으로 책임이 없습니다. 그러나 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은 배상자력 등을 감안해 대리점이 업무상 불법행위를 한 경우 보험회사가 위탁을 함에 있어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회사에게 과실비율에 따른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만약 최 씨가 M보험사와 위촉관계에 있는 보험설계사였다면 M보험사의 주장에 일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 씨가 24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할 당시, M보험사와 위촉관계에 있었던 자는 생명보험대리점인 U보험대리점이었고, 최 씨는 U보험대리점에 소속된 피용자에 불과할 뿐(모집수당도 보험회사에 소속된 일반 보험모집인에 비해 약 60~70%에 불과합니다), M보험사와는 위촉 또는 위임관계 등의 어떤 계약관계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M보험사는 위촉관계의 취지에 따라 성실하게 중개할 의무가 있는 법인대리점인 U보험대리점에게 위임 또는 위촉계약상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을지언정 최 씨에게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근거가 없습니다.
더구나 최 씨가 소속된 U보험대리점이 폐업하려 하고 있는 상태(현재 법 인격이 소멸됨)에서 최 씨가 U보험대리점을 퇴사하자, 최 씨를 통해 보험에 가입했고 또 최 씨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던 보험계약자들이 민원을 제기한 행위가 M보험사에게 불법행위가 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계약취소 및 해지는 상법 보험편 및 약관에 규정된 계약자의 권리로서, 충분히 예상될 수 있는 사항이고 또 보험회사가 보험료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해 보험료가 책정되는 것이므로 N보험사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당연한 보험 법리를 설시한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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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및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