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 또는 약물의 영향에 의해 정상적인 운전을 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이른바 '마약·약물운전'의 경우 자동차보험약관상 '자기차량손해' 담보에서는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대인 및 대물배상책임' 담보에서는 고액의 사고부담금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1) 이와 별도로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선고된 판결 중에 보험 대상자(안 모 씨)가 정신과에서 처방한 향정신성의약품 '로라제팜' 성분이 들어간 아티반정을 먹고 운전하다 생긴 사고로 입은 손해는 자기차량손해에서 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사건의 개요】
디비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특별약관 포함) 가입자였던 안 씨는 사고 전날 오후 5시 30분부터 8시가 될 즈음까지 식당에서 맥주 2병을 마신 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한 '아티반정'이 포함된 약을 먹고 잠이 들었습니다. 아티반정은 졸음, 주의력·집중력·반사운동능력 등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데, 알코올 섭취에 의해 중추신경억제작용이 증강될 수 있습니다.
안 씨는 다음날 새벽 2시쯤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강원 인제군 북면 내린천로에 있는 한 국도에서 자동차의 우측 범퍼 부분으로 돌(자갈) 망태를 들이받고 자갈이 도로에 쏟아지게 하는 사고를 냈습니다. 안 씨는 그 자리에서 사고 처리를 하지 않고 강원 인제군에 있는 집까지 약 2km를 파손된 자동차를 운전해 갔습니다.
안 씨는 집에 도착해 다시 자다가, 5시간 뒤에 디비손해보험의 콜센터로 전화해서 사고를 접수했습니다. 안 씨의 집에 있던 사고 자동차는 바퀴가 크게 파손돼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고, 단순 견인이 불가능해 지게차를 불러 견인차에 실린 뒤에야 정비공장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 수리를 마친 안 씨는 차량수리비 3500여만 원, 렌트비 3백여만 원, 운반비 29만5천 원 합계 3860여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디비손해보험은 '음주운전 또는 마약·약물운전'임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안 씨가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안 씨는 밤에 혼자 운전하고 가다가 고라니를 보고 놀라서 사고를 냈다고 주장했지만, 사고 자동차에 고라니를 친 흔적이 없고, 안 씨의 진술 외에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없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춘천지법 민사6단독 유승원 판사는 안 씨가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유승원 판사는 먼저 「'마약·약물운전'이란 '마약 또는 약물 등의 영향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을 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하는 행위'를 말하고, 여기서 '마약 또는 약물 등'은 도로교통법 제45조에서 정한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과 그 밖에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며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해석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따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안 씨가 사고 전에 아티반정이 포함된 약을 먹은 사실이 있는데, 아티반정의 성분은 '로라제팜'이고, '로라제팜'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한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2)
아울러 「사고 이후 파손된 차량을 타고 집에 와서 다시 잠을 자다가 아침에서야 디비손해보험 콜센터로 전화해 사고 처리를 했던 안 씨의 행동은 전일 오후 8시부터 사고 당일 새벽 2시까지 약 6시간을 자다가 일어난 정상인의 행위로 보기 어렵고, 통상의 정도를 넘어서 약물의 영향으로 졸음을 참을 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안 씨는 사고 당시 향정신성의약품 로라제팜의 영향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을 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판단된다」며 사고로 인한 안 씨의 손해는 보험계약상 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 사례에서 쟁점은 안 씨가 음주운전 또는 마약·약물운전을 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약물을 복용하고 운전하다 사고가 난 사실이 인정되면 그 사고로 인해 생긴 손해는 자동차종합보험약관상의 마약·약물운전 면책조항에 따라 그 면책조항의 문언 그대로 아무런 제한 없이 면책된다고 해석됩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약물(마약, 대마 및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복용하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운전자는 도로교통법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마약을 복용한 뒤 환각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운전을 했더라도 도로교통법위반죄가 성립합니다.3)
2) '로라제팜'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라목,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3항 [별표 6]이 정한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합니다.
3) 같은 취지: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도11272 판결. 이 판결은 "이는 이른바 위태범으로서 약물 등의 영향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을 하면 바로 성립하고, 현실적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상태'에 이르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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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및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