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 교통사고를 당한 지 10일 후에 실시한 치매 검사에서 치매가 진단된 경우 교통사고와 치매 증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까요? 최근에 법원에서 교통사고와 피보험자(전 모 씨)의 치매 증상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사실관계】
전 씨는 2017년 9월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량에 들이받히는 교통사고를 당해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 머리의 기타 부분의 열린 상처, 두개골 및 안면골의 상세불명 부분의 골절, 요골 하단의 상세불명 골절, 목의 상세불명 부분의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흥국화재 상해보험 가입자였던 전 씨는 보험약관의 장해분류표상 지급률 60%에 해당하는 신경계·정신행동 후유장해(뚜렷한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전 씨가 2019년 5월 흥국화재에게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흥국화재는 '교통사고와 전 씨의 후유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후유장해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전 씨가 택할 수 있는 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2021년 2월 소송이 시작됐습니다. 법원은 거의 4년 만에 보험금 3100만 원 중 3000만 원을 흥국화재가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전 씨는 교통사고 전까지 별다른 기왕증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해왔으나 교통사고 발생 10일 후에 실시된 CDR(임상치매척도) 검사에서 중등도 치매(2점)를 진단 받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실시된 신체감정에서는 CDR 검사 결과 심한 치매(3점)을 진단 받아 그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감정의는 '전 씨는 교통사고 이전 정상적인 생활을 했던 사람으로 교통사고 이후 인지기능저하와 성격변화가 났다'며 '이는 외상성 뇌손상에 기인하는 것이고 전 씨에게 인지기능저하의 원인이 되는 기왕증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법원의 판단】
서울중앙지법 민사97단독 김민지 판사는 전 모 씨가 흥국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흥국화재는 전 씨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전 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김민지 판사는 「치매의 증상은 치매의 종류, 원인, 진행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어서, 교통사고 이후 이뤄진 인지기능검사 등에서 전 씨의 상태가 호전된 바 있다고 해서 앞서 본 감정결과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전 씨가 인지기능 개선을 위한 치료를 별도로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신체감정의는 '외상에 의한 인지기능저하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확실히 입증된 약제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고, 약관상 장해지급률을 산정함에 있어 치료 지연에 따른 기여도를 별도로 참작해야 한다고 보이지 않으며, 그 기여도를 알 수 있는 자료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흥국화재가 제출한 증거들과 주장들만으로는 교통사고와 전 씨의 후유장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감정인의 감정결과는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해야 합니다.1)
교통사고 전에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이어가던 피보험자가 교통사고를 당한 날부터 10일이 지난 후에 치매 진행 단계를 평가하는 CDR(임상치매척도) 검사에서 중등도의 치매 진단을 받았고 이후 치매 증상의 악화로 '뚜렷한 치매'에 해당하는 후유장해진단을 받았다면, 교통사고와 피보험자의 후유장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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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및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