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상태로 신경안정제 등 약물 다량 복용하고 사망한 경우 보험금 탈 수 있을까



  • 글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 보험 가입자가 음주 상태로 우울증 치료제·신경안정제 등 약물을 한꺼번에 다량 복용하고 사망한 경우 보험금을 탈 수 있을까요? 보험소송닷컴 임용수 변호사가 2심부터 관여한 사건인데, 1심과 2심 판결이 엇갈렸습니다. 

최근에는 보험 가입자들로부터 소송 의뢰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보험사 측으로부터 의뢰를 받는 경우는 많진 않지만, 이 사례는 피고였던 K보험사가 보험금 소송 1심서 원고(피보험자 박 모 씨의 아들)에게 패소한 뒤 2심 소송을 의뢰해서 보험소송닷컴 임용수 변호사가 2심 소송을 수행하게 됐던 사건입니다. 




【사실관계】

박 씨의 어머니는 박 씨의 아들(원고, 유족)을 위해 K보험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박 씨는 부인과 이혼한 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을 양육해 왔습니다. 이혼할 즈음부터 그는 병원에서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약물을 처방받아 투약했고, 약국에서 관절염 및 근육통 관련 약도 사서 투약했습니다. 다른 병원을 통해 수면제를 처방받아 투약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과 함께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로 귀가한 후 약물을 다량 복용하고 잠든 박 씨는 결국 깨어나지 못한 채 그대로 숨졌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박 씨에 대한 부검 결과, "담즙에서 졸피뎀이, 말초혈액 및 혈액에서 졸피뎀, 파록세틴, 알프라졸람 및 하이드록시알프라졸람이, 위 내용물에서 졸피뎀, 파록세틴 및 알프라졸람이, 위 속 알약에서 졸피뎀 및 파록세틴이, 소변에서 알프라졸람, 졸피뎀, 하이드록시알프라졸람 및 파록세틴이 검출됐다. 알프라졸람은 불안, 긴장, 우울 및 수면장애 등에 사용하는 신경안정제이고, 하이드록시알프라졸람은 알프라졸람 복용 후 검출되는 생체 내 대사산물이다. 또 졸피뎀은 불면증 등에 사용하는 신경안정제이고, 피록세틴은 우울증 치료제다. 말초혈액에서 에틸알콜 농도는 0.113%였다. 그 외 특이한 사항은 없었다. 박 씨가 복용한 여러 약물의 농도는 치사농도에 이르지 못했으나 음주상태에서 여러 약물을 혼합 복용했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소견을 밝혔습니다.

이후 박 씨의 유족이 K보험사에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K보험사는 '박 씨가 술을 마시고 약물을 다량 복용함으로써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유족이 K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1심 판결 : 유족 측 승소(보험금 6500만 원 인정)

1심은 "박 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3곳의 병원과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한꺼번에 투약함으로써 그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될 뿐, 나아가 박 씨가 고의로 자신을 해치기 위해 다량의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유족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극단적 선택 의도'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정되는 보험 상품에서 박 씨의 행위를 의도적으로 스스로를 해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1)




[2] 2심 판결: 1심 판결 취소, K보험사 승소

2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박 씨가 고의로 자신을 해치기 위해 다량의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공황장애 등으로 지속적으로 투약과 치료를 받아왔던 사실에 대한 유족 측의 고지의무위반이 있었다는 사실을 들어 K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절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2)


☞ 1심에서 패소한 K보험사의 2심 소송 의뢰를 받고 1심 소송기록을 자세히 검토했습니다. 검토 결과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즉 고의면책 주장만을 하다가는 승산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청구원인을 재구성했고 "박 씨 측이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했다"는 주장을 추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번에도 운 좋게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족 측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보험소송닷컴
  • 최초 등록일 : 2025년 1월 14일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2. 10. 선고 2014가단5160165 판결.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8. 19. 선고 2015나89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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