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모텔 종업원이 투숙객과 숙박 요금을 둘러싼 시비 끝에 투숙객을 살해한 경우, 모텔 운영자와 시설소유자 배상책임 특약을 맺은 보험사는 사고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종업원이 저지른 범행은 모텔 시설의 용도에 따른 업무 수행으로 생긴 우연한 사고 즉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므로 시설소유자 배상책임 특약에 따라 보험사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였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간단한 해설을 덧붙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4단독 김홍도 판사는 모텔을 운영하는 이 모 씨가 자신과 영업배상책임보험(시설소유자 특별약관)을 체결했던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디비손해보험은 이 씨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김 모 씨1)는 2017년 8월부터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던 중 2019년 8월 오전 8시께 모텔에 투숙했던 손님과 숙박 요금을 둘러싼 시비 끝에 손님(이하 '피해자')을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 후 은닉했다. 김 씨는 1심에서 살인죄, 사체손괴죄, 사체은닉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이에 불복해 상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 및 대법원을 거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피해자의 유족은 가해자 김 씨에 대해서는 불법행위를, 김 씨의 사용자인 이 씨에 대해서는 사용자책임을 청구원인으로 해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최종적으로 이 씨는 김 씨의 사용자로서 유족들에게 총 5억5백여 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확정됐다.
이 씨는 영업배상책임보험의 시설소유자 특약에 기재된 보험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2023년 9월 서면으로 디비손해보험에게 보험금 1억 원을 청구했지만, 디비손해보험은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이 씨는 "피보험자인 자신이 관리하는 모텔 시설에서 피용자인 김 씨가 그 시설의 용도에 따른 업무 수행 중 우연한 사고로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혔고 그로 인해 피보험자인 자신이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보험사고가 발생했다"며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1억 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디비손해보험은 "이 사고는 모텔 시설의 하자로 인한 것이 아니고, 이 씨의 피용자인 김 씨가 저지른 고의적 살인 범죄를 시설의 용도에 따른 업무 수행으로 볼 수 없어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재판의 쟁점은 모텔 종업원이 저지른 살인 등의 범행을 모텔 시설의 용도에 따른 업무 수행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김 씨의 범행을 시설의 용도에 따른 업무 수행 중 사고라고 봤다.
김홍도 판사는 「책임보험제도는 실질적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주된 취지가 있고, 이 보험 역시 숙박시설 등에서 발생한 피해를 두텁게 보호하려는 취지이므로 시설소유자 특별약관상의 '시설 용도에 따른 업무수행'의 의미를 굳이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이 특별약관상의 '시설 용도에 따른 업무수행'의 의미를 디비손해보험의 주장처럼 해석하면 사실상 피보험자가 소유, 사용 또는 관리하는 시설에 기인한 책임만이 인정돼 문언에 대한 지나친 축소해석일 뿐 아니라 영업책임보험의 제도적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씨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모텔 용도에 따른 업무 수행에 해당하는 피해자와의 숙박계약 체결에 관한 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피해자와의 다툼이었고, 범행 장소가 모텔의 객실 내부이고, 발생 시간도 영업시간인 오전 8시쯤으로,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김 씨의 모텔 관리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서 본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씨의 피용자인 김 씨의 범행은 이 씨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씨가 사용 또는 관리하는 시설인 모텔의 용도에 따른 업무 수행으로 생긴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며 「이 씨가 그 사고로 인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 이상 이 씨에게 시설소유자 특별약관에 기재된 보험사고가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의 해설
영업배상책임보험에 부가된 시설소유(관리)자 특별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는 '피보험자가 소유, 사용 또는 관리하는 시설 및 그 시설의 용도에 따른 업무의 수행으로 생긴 우연한 사고'를 말한다. 이 사례는 시설소유(관리)자 특별약관상의 '시설 용도에 따른 업무수행'의 해석과 관련해 '문언에 대한 지나친 축소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는데, 약관 해석의 일반원칙을 적용하면 되는데도 어떤 해석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설소유(관리)자 특별약관상의 '시설 용도에 따른 업무수행'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과정은 면책약관의 요건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므로, 약관조항에 대해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면 이른바 작성자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약관 해석의 일반원칙에 부합되지 않는 해석을 동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판결의 당부(當否)에 대해서는 추후 판결이 확정된 뒤에 기회가 되면 추가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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