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산모의 융모양막염에 의한 뇌손상으로 신생아에게 장해가 발생했다면 상해후유장해가 아니라 질병후유장해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상해후유장해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융모양막염에 의한 신생아의 뇌손상은 상해에서 제외되는 질병이라는 취지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을 취소하고 해설한다.
인천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이민영 부장판사)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산모였던 차 모 씨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1)
차 씨는 2017년 3월 현대해상화재보험(주)와 사이에 임신 중인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을 맺었다. 차 씨는 임신 중 배뭉침과 조기진통으로 인해 피보험자(신 씨)2)를 출산했다. 출산 후 태반조직검사 결과 융모양막염으로 진단받았고, 두부 MRI 검사 결과 뇌실주위백질연화증(PVL) 소견도 확인됐다. 이후 피보험자 신 씨는 뇌성마비로 인해 뇌병변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 판정됐고, 이학적 검사상 하지관절 기능장해 진단을 받았다.
차 씨는 2020년 11월 융모양막염에 의한 뇌손상으로 신 씨에게 장해가 발생했다며 상해후유장해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융모양막염이라는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장해는 질병후유장해로 봐야 한다"며 상해후유장해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상해보험 약관에서는 '상해'를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손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상해'를 달리 표현하자면 외부로부터의 우연한 돌발적인 사고로 인한 신체의 손상을 뜻한다. 따라서 사고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의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것을 말하고, 신체의 질병 등과 같은 내부적 원인에 기한 것은 제외된다.
재판의 쟁점은 산모의 융모양막염에 의해 신생아에게 뇌실주위백질연화증(뇌손상)이 발병한 것이 약관상 '상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태아였던 신 씨에게 발생한 뇌실주위백질연화증은 병원체 유사 물질인 융모양막염에 의해 생성된 염증성 물질이 뇌에 침투해 신 씨의 신체조건, 면역력 등 내부적인 요인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손상을 일으킨 결과이므로, 그 발생 기전이 감염성 질환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씨의 외부 환경에 존재하는 세균이 산모인 차 씨의 신체에 융모양막염을 일으켜 염증성 물질을 발생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그 염증성 물질이 태아였던 신 씨의 신체조건, 면역력 등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뇌에 손상을 일으키게 된 것인 이상 신 씨에게 발병한 뇌실주위백질연화증은 질병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고, 융모양막염이 염증성 물질을 발생하게 한 것을 개념적으로 분리해 그것을 급격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 씨가 제출한 증거들과 들고 있는 사정들만으로는 융모양막염에 의해 신 씨에게 뇌실주위백질연화증이 발병한 것이 보험계약상 '급격한 외래의 사고로 입은 상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신 씨가 융모양막염에 노출돼 뇌실주위백질연화증이 발병한 상태를 보험계약상의 '상해'라고 볼 수 없는 이상 현대해상은 차 씨에게 보험계약 중 상해후유장해약관에 따른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피보험자인 신 씨의 입장에서 신 씨의 후유장해는 신 씨의 신체의 질병 등과 같은 내부적 원인 또는 선천적, 유전적 질환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신 씨의 신체 외부인 산모로부터 작용한 분만 과정에서의 융모양막염이라는 외부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이 같은 외부적인 원인에 의해 신 씨에게 뇌성마비 증상이 발생했고, 그 뇌성마비 증상으로 인해 신 씨의 후유장해가 발생한 이상, 이는 외래의 사고로 인해 상해후유장해가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의 해설
이 판결의 주된 쟁점은 신생아의 뇌손상이 보험사고(상해)의 요건 중 하나인 '외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외래성'이란 사고의 원인이 피보험자(신생아)의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말한다. 질병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던 피보험자에게 주어진 외부적 조건이 그 질병의 발현 또는 악화에 있어 전형적인 발병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라면 그것은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질병의 발생원인에 불과한 것이므로 이로 인한 사고에 외래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3)
이 사례에서 차 씨가 임신 중이던 2017년 5월 칸디다 질염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었던 점에 비춰 볼 때, 태반조직검사에서 진단된 융모양막염은 차 씨의 질 또는 자궁경관을 통해 침입한 세균에 감염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융모양막염이 있는 상태에서 출생한 신생아는 뇌실주위백질연화증을 가지게 될 수 있지만 뇌실주위백질연화증이 아닌 다른 합병증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고, 나아가 융모양막염이 있는 상태에서 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합병증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 결과 융모양막염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뇌실주위백질연화증이 발생하는데 이르는 데는 태아의 신체조건, 면역력 등 내부적인 요인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외부 환경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세균 등이 또 다른 종류의 인체에 해로운 새로운 병원체의 발생 원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그 새로운 병원체에 기한 질환이 발병하는 과정이 사람의 내부적, 체질적 요인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새로운 병원체에 기한 질환의 발병 역시 질병에 해당함을 부인할 수 없고, 새로운 병원체를 발생하게 한 것만을 분리해 그것을 급격한 외래의 사고라고 볼 수는 없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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