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전소된 주택의 부엌 입구에서 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 자세로 사망한 사건에서, 엠지손해보험은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으나, 법원은 화재가 보험 대상자(차 모 씨)의 심장질환을 급격히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을 추가한다.
【사건의 개요】
차 씨1)의 자녀(이하 '유족')는 2020년 10월 엠지손해보험과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했다. 피보험자는 차 씨이고, 보험수익자는 유족이었다. 보험계약 약관에 따르면 엠지손해보험은 피보험자가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한 경우(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 보험금으로 1억 5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2022년 10월 오후 3시경 차 씨가 거주하던 주택에서 원인불상의 화재가 발생해 주택이 전소했고, 차 씨가 그 주택 부엌 입구에서 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 자세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에는 사망 원인이 '급성심장사(급성심근경색)'라고 기재돼 있었다. 다만 화재가 심장질환을 급격히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유인(trigerring factor)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화재를 목격하고 최초 신고한 마을주민은 "주택 안에 사람이 있다. 고함소리가 나고 1명이 거주 중이다. 집안에 들어갈 수 없다"고 신고했고, 수사기관에서는 "주택 내부에서 비명소리가 들려 진입해 인명구조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불길이 거세 진입을 할 수 없었으며, 본인의 집에서 소화기를 가지고 가서 화재 진압을 시도했는데 집안 내부를 보니 집에 거주하고 있던 차 씨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차 씨가 사망하자, 유족은 엠지손해보험에 상해사망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엠지손해보험은 '기왕 질병으로 인해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해 사망했다'며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유족은 엠지손해보험을 상대로 1억 5000만원을 달라며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의 판단】
광주지방법원 민사2단독 김혜선 부장판사는 차 씨의 유족이 엠지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엠지손해보험은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김혜선 부장판사는 「부검감정서에 의하더라도 차 씨의 사망 당시 발생한 화재가 차 씨의 심장질환을 급격히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유인으로 설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마을주민의 신고 내용이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등을 종합해보면, 차 씨가 외부적 유인 없이 급성심근경색에 의해 사망했다기보다는,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주택 내부에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해 외부로 대피하고자 했으나 대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거동 장애 등으로 기민한 대처를 할 수 없어 대피하지 못하고 화재가 발생한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 씨가 고의로 화재를 일으켰다거나 화재 발생 전에 이미 차 씨가 사망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차 씨의 사망은 원인불명의 화재로 인한 것이고, 이는 보험계약의 '일반상해사망보험금 특별약관'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해 신체에 입은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것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 상해보험계약 약관에서 정하는 상해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는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이런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2) 한편 민사 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보험자가 약관에 정한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해 사망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나, 문제된 사고와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3)
여기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란 사고원인이 상해의 결과에 대해 주요원인인 경우이거나 또는 병존하는 다른 원인이 공동으로 작용한 때는 그 사고원인이 병존하는 다른 원인과 대체로 같은 정도로 상해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의미한다.
대법원 판례는 피보험자의 기왕 질병이 그의 사망에 기여했다고 하더라도 기왕 질병을 급격히 악화시켜 사망에 영향을 미친 외부적 요인이 있다면 그 외부적 요인이 사인(死因)이 아닌 유인(誘因)에 불과한 경우에도 상해보험 약관이 정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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