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보험회사가 배달 업무 도중 교통사고로 숨진 보험가입자에 대해 '직업 변경'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뒤늦게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김 씨는 배달대행업체에서 이륜자동차를 이용한 배달업무에 종사하다가 2023년 2월 이륜자동차를 운전해 배달업무를 하던 중 다른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김 씨는 현대해상의 운전자보험 등에 가입돼 있었고, 현대해상 측은 2023년 4월 '보험금 지급 여부 및 지급 금액 결정을 위한 사고조사'로 인해 보험금 지급이 지연된다는 취지로 보험처리 예정일(2023년 5월 17일)을 안내했다. 이후 유족 측은 2023년 7월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김 씨가 처음에 학생으로 보험 가입을 했으나, 2022년 1월경부터 배달대행업체에서 배달업무를 하다가 사망했으므로 직업급수에 따른 비례보상 후 보험금을 지급함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손해사정의견서 및 여러 첨부자료들을 제출했다.
그러나 현대해상은 자체적으로 진행한 손해사정보고서를 2023년 8월 28일경에 이르러서야 수령했고, 그 다음날 '계약자가 직업이나 직무를 변경할 때 지체없이 회사에 알려야 한다'는 보험계약 약관을 들며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고 보험계약은 해지됐다고 통보했다.
과거 김 씨가 보험에 가입했을 때 적은 직업이 학생이었는데 배달업을 하다가 사망했기에 위험변경사실 통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취지였다. 유족 측은 현대해상의 해지가 부적법하다며 맞섰다.
재판부는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1심 법원은 "해지권 행사기간의 기산점은 보험가입자가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보험사가 알게 된 날로 봐야 한다"며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에 관해 의심을 품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면 그런 사정만으로 해지권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보험가입자 측과 보험사 사이에 통지의무 위반의 점에 관해 다툼이 없거나 보험가입자 측이 제공한 자료만으로도 보험사가 추가 조사·확인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통지의무 위반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손해사정보고 등 절차 없이도 그때로부터 해지권 행사기간이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해상이 2022년 7월 20일경 수령한 유족 측 손해사정서에는 김 씨의 통지의무 위반사실이 자발적·선제적으로 밝혀져 있다"며 "통지의무 위반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해상은 2022년 7월 20일경 통지의무 위반사실을 알게 됐으므로, 이때부터 해지권 행사기간이 진행되고 그로부터 1개월을 경과해 뒤늦게 이뤄진 해지 통지는 부적법해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현대해상은 2022년 7월 20일경 통지의무 위반사실을 알게 됐으므로, 이때부터 해지권 행사기간이 진행되고 그로부터 1개월을 경과해 뒤늦게 이뤄진 해지 통지는 부적법해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도 「유족의 보험금 청구를 인용한 1심 법원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판결은 대법원 판례의 법리 등을 아래와 같이 인용하고 있는데, 유의미한 내용이므로 새겨들을 만하다.
피보험자 또는 보험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 보험사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내에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같은 취지에서 보험사에게 보험가입자의 통지의무 위반에 따른 해지권을 부여한 보험계약 약관조항에 기한 보험계약의 해지에 관해서도 상법 제규정의 해지기간 등에 관한 규정은 여전히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2)
피보험자 또는 보험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 보험사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내에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같은 취지에서 보험사에게 보험가입자의 통지의무 위반에 따른 해지권을 부여한 보험계약 약관조항에 기한 보험계약의 해지에 관해서도 상법 제규정의 해지기간 등에 관한 규정은 여전히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2)
그리고 통지의무 위반에 따른 해지권 행사기간의 기산점은 보험사가 계약 후 위험의 현저한 증가가 있는 사실을 안 때가 아니라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보험사가 알게 된 날이라고 봐야 한다. 나아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측에서 보험사에 대해 위험의 현저한 증가가 없었다거나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통지의무 위반이 없다고 다투고 있는 경우에는 그때까지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에 관해 의심을 품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면 그런 사정만으로 해지권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런 상태에서 곧바로 해지권의 행사기간이 진행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그 후 보험사가 보험계약자 측의 통지의무 위반 여부에 관해 조사·확인절차를 거쳐 보험계약자의 주장과 달리 보험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이고 확실한 근거를 확보함으로써 통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안 때에 비로소 해지권의 행사기간이 진행한다고 할 것이기는 하다.3)
반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측과 보험사 사이에 통지의무 위반의 점에 관해 다툼이 없다거나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측이 제공한 자료만으로도 보험사가 추가 조사·확인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통지의무 위반의 점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손해사정보고 등 절차 없이도 그때로부터 해지권 행사기간이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
3) 같은 취지 : 대법원 2002. 4. 25. 선고 2002다7589(본소), 2002다7596(반소)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다23743,23750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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