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산모의 자궁기형 '쌍각자궁' 진단 사실 등 알리지 않았어도 태아보험 보험금 지급해야 -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글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임신 중 보험계약 청약 시에 산모의 자궁기형 사실을 알리지 않았더라도 가입자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을 [단독]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0단독 박지원 부장판사는 정 모 씨가 "쌍각자궁 진단과 유산 방지제 처방을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고 보험에 가입한 것은 고지의무위반"이라며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1)

정 씨는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의 기간에 두 차례 병원에 내원하면서 '쌍각자궁' 진단을 받았고 2021년 7월 초에는 출혈이 있어 유산방지의 목적으로 유트로게스탄 질좌제 14일분을 처방 받았으며, 2021년 7월 출생 전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현대해상의 태아보험에 가입했다. 정 씨는 태아보험에 가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을 응급제왕절개술에 의해 출산했고, 0.72㎏으로 태어난 딸은 '소뇌의 출혈'(I61.4) 등으로 중환자실 등에 입원하며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 


현대해상은 정 씨의 보험금 청구에 대해 "정 씨가 병원에서 '쌍각자궁'이라는 자궁 및 자궁경부의 선천기형 진단 등을 받고도 이를 알리지 않고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정 씨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며 현대해상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박지원 부장판사는 먼저 「보험사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해 스스로 제정한 보험청약서 양식을 사용, 질문하고 있는 경우 보험청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고지의무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고 보험계약자가 이를 고지하지 않은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대법원의 판결2)을 인용한 뒤 아래와 같은 사유로 현대해상은 정 씨에게 보험금 6050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박 부장판사는 「질문지에서는 '태아 이상' 가능성을 질문하고 있는 것이므로 답변 항목 중 하나인 '선천성기형'은 산모의 선천성기형이 아니라 태아의 선천성기형을 질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 씨가 질문지에 선천성기형을 표시하지 않은 것은 원칙적으로 고지의무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부장판사는 또 「정 씨의 쌍각자궁이 상법 제651조가 정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질문지의 질문 사항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고 일반인에게 흔히 알려진 질환이 아닌 점 등에 비춰 보면 현대해상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정 씨가 그것이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임을 알았다거나 현저한 부주의로 중요성 판단을 잘못해 이를 알지 못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정 씨는 쌍각자궁에 대해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고 치료를 요한다는 설명을 듣지도 않은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설령 질문지 질문 사항의 '선천성기형'에 산모의 쌍각자궁이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태아의 선천성기형을 질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하므로, 역시 현대해상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정 씨가 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에 대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사실과 다르게 알렸다거나 또는 정 씨가 쌍각자궁이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임을 알았다거나 현저한 부주의로 중요성 판단을 잘못해 이를 알지 못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씨가 유트로게스탄 질좌제를 처방받은 것과 2주 후 초음파 검사계획 및 추가검사를 고지하지 않은 것이 고지의무위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약관에 따르면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금 지급 사유 발생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험사가 증명하지 못하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현대해상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고지하지 않은 사실들이 앞서 본 보험금 지급 사유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 대해 현대해상이 지난 2024년 11월 1일 항소장을 제출해 사건이 서울중앙지법 항소부로 넘어간 상태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의 케이스 메모


보험계약 당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 보험사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내에 한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보험사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현저한 부주의로 중요한 사항의 존재를 몰랐거나 중요성 판단을 잘못해 그 사실이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임을 알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3)

과거에는 보험사가 질문하지 않은 사항이더라도 그것이 보험계약 당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면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경우 고지의무위반에 해당했다. 하지만 오늘날 보험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에 따라 고지의무는 보험자의 질문에 수동적으로 응답하는 의무 즉 수동적 의무로 변경됐으므로(고지의무의 수동화), 보험 가입자는 보험사의 질문에 대해 사실대로 또는 성실하게 답변하기만 하면 원칙적으로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사례가 인용한 대법원 판결의 입장이기도 하다.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

[복제·배포 또는 방송 금지]

 LAWPIPL.COM
  • 최초 등록일 : 2024년 11월  일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0. 17. 선고 2022가단5263519 판결. 
2)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27971 판결 참조.
3)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1다54631, 2011다54648 판결 등 참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