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운전자 상태 속였다고 볼 자료 없다면 영업용 화물차 사고도 자가용운전자형 보험금 지급


글 : 임용수 변호사


영업용 운전자가 자가용 운전자라고 알리고 보험에 가입한 뒤 영업용 화물차를 운전하다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운전자 상태에 관한 사항을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해 허위로 알렸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면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가입자가 운전자 상태를 허위로 또는 부실하게 고지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면 보험회사는 가입자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3단독 이현종 판사는 조 모 씨1)의 유족이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메리츠화재는 조 씨에게 보험금 2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2)


조 씨는 지난 2019년 12월 소속 회사 소유의 화물차를 타고 가다 도로 오른쪽에 설치된 가드레일을 충격한 뒤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와 사고 현장에서 중증 복부 손상으로 사망했다. 조 씨의 유일한 법정상속인이었던 유족이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을 요구했으나 메리츠화재 측이 운전자 상태에 관한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현종 판사는 「일반적으로 운송수단과 결부해 '영업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영업용 택시', '영업용 화물' 등과 같이 운전자가 승객이나 화물의 유상 운송을 영업으로 하는 것을 가리키거나 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계약 청약서에도 '자가용'이란 표현이 사용되고 있고, 보험 약관에는 보험가입 유형으로 '자가용운전자형', '영업용운전자형', '비운전자형'의 구별이 있기는 하지만, 청약서나 보험약관 어디에도 '자가용'과 '영업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거나 정의해 둔 내용이 없고, 보험설계사도 '자가용'과 '영업용'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록상 조 씨가 회사에 근무하면서, 얼마나 자주 낙하물 수거 업무를 수행했는지, 그때마다 조 씨가 혼자서 회사 소유 화물차를 운전했는지 등과 같이 조 씨의 화물차 운전 횟수와 빈도 등을 확인할 자료가 없고, 한편 조 씨가 보험계약 체결 전에 메리츠화재의 보험상담사와 나눈 비대면 담화 내용 등을 보면, 조 씨가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회사 소유 화물차를 운전하는 것이 '영업용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조 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메리츠화재에게 '자가용' 운전을 한다고만 고지한 것은 상법 제651조 본문의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는 하나 조 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메리츠화재에게 조 씨의 운전자 상태에 관한 사항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허위로 또는 부실하게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 조 씨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며 메리츠화재 측의 보험금 지급 의무를 인정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회사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상법 제651조의2), 여기의 서면에는 보험청약서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보험청약서에 자가용 승용차'를 운전하는지 및 '영업용 화물차'를 운전하는지 등 운전자 상태에 관한 사항에 대해 답변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돼 있다면 그 사항은 상법 제651조에서 말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된다.3)


보험회사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지의무 있는 사항에 대한 고지의무의 존재와 그런 사항의 존재에 대해 이를 알고도 고의로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해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고지해야 할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현저한 부주의로 인해 그 사실의 중요성의 판단을 잘못하거나 그 사실이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4) 

이 사례에서 메리츠화재는 조 씨가 '자가용운전자형' 보험에 가입했는데, 조 씨는 자가용을 운전하다가 사망한 것이 아니라 '영업용' 화물차를 운전하다가 사망했으므로, 조 씨의 사망은 보험계약이 담보하지 않는 사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하지만 이현종 판사는 "보험약관에서는 보험사고를 '피보험자가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자동차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메리츠화재에게 운전자 형태를 '자가용 승용차 운전'이라고 고지한 피보험자가 반드시 '자가용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발생한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어 사망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피보험자의 고지의무위반 등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 해지를 인정하지 않아 유효한 보험계약의 성립·존속을 인정한다면, 피보험자가 자가용이라고 고지한 승용차가 아닌 다른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발생한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어 사망한 경우도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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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10월 6일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망인)에 대해 보험금청구권자인 유족의 성 씨를 사용한다.
2) 메리츠화재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3)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다91405, 91412 판결 등 참조.
4)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0다38663, 38670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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