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가입설계서에 암으로 31일 이상 입원 시 소득보장급여금이 지급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 경우 '31일 이상 계속' 입원하지 않았더라도 소득보장급여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가입설계서와 같은 보험안내장 내용이 약관의 내용과 다른 경우 계약자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한다.
이 씨는 1995년 9월(보험기간은 65세 만기) 한화생명과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 씨가 보험계약 당시 보험설계사로부터 교부받은 보험가입설계서 본문에는 '암으로 31일 이상 입원 시 소득보장급여금의 명목으로 매월 120만 원씩 12회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입원 조항이 기재돼 있었다.
이 씨는 2011년 12월에는 한화생명으로부터 보험증권을 발급받았는데, 그 보험증권에는 소득보장급여금의 내용으로 '피보험자가 책임개시일 이후 최초 암 진단 확정 후 31일 이상 계속 입원 시(매월 12회 확정지급)'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고, 안내 문구로 '보험증권은 계약 체결의 증거로 발행되는 것이며, 실제 계약 내용은 계약청약서 및 보험약관을 따릅니다'라고 기재돼 있었다. 한편 보험계약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암 입원금여금 지급사유에 해당하는 입원으로 31일 이상 계속해 입원했을 때' 소득보장급여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 씨는 2021년 3월 자궁내막암 진단과 함께 입원해 복강경하전자궁절제술 등의 수술을 받고 12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한 것을 비롯해 2021년 5월 말까지 총 5회에 걸쳐 입·퇴원을 반복하며 총 53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 씨가 2021년 7월 한화생명에게 소득보장급여금 1440만 원을 청구했으나, 한화생명은 이 씨의 입원이 '31일 이상 계속'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강력 반발한 이 씨가 한화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일반적으로 당사자 사이에서 보통보험약관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킨 보험계약서가 작성된 경우 계약자가 그 보험 약관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도 그 약관의 구속력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나 다만 당사자 사이에서 명시적으로 약관의 내용과 달리 약정한 경우 약관의 구속력은 배제된다고 봐야 한다」면서 「보험회사를 대리한 보험대리점 내지 보험모집인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과 다른 내용으로 보험계약을 설명하고 이에 따라 계약이 체결됐으면 그 때 설명된 내용이 보험계약의 내용이 되고 그와 배치되는 약관의 적용은 배제된다」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인용했다.2)
이어 「이 씨가 보험 가입 당시 한화생명의 보험설계사로부터 가입설계서를 교부받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는데, 달리 한화생명이 이 씨에게 보험계약 약관에 따라 '31일 이상 계속 입원'해야 함을 고지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 가입설계서 기재 내용에 따라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아울러 「가입설계서에 '계약 후 받으시게 되는 증권과 약관을 통해 계약 내용을 이 설계서와 비교해 상세히 검토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으나, 약관에서는 '보험모집인이 모집 과정에서 사용한 회사 제작의 보험안내장 내용이 이 약관의 내용과 다른 경우 계약자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는데, 가입설계서는 약관에 따른 보험안내장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화생명은 이 씨에 대해 가입설계서상의 입원 조항에 배치되는 약관의 내용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이 보험계약은 이 씨에게 유리한 가입설계서상의 입원 조항에 따라 소득보장급여금을 지급받는 내용으로 체결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화생명이 항소심 판결을 받아들여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사례에서 어떤 회차의 입원만으로 암 치료가 종결된 것이 아니고 1차부터 5차까지의 입원 시에 모두 동일한 목적과 동일한 내용으로 치료를 하고 1차부터 5차까지의 입원 기간의 합계가 31일 이상이라면 '31일 이상 계속 입원'한 것으로 보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피보험자인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은 의료기관의 사정이나 의적 수준, 인적·물적 설비의 부족 등으로 당초 입원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퇴원하거나 병원을 옮겨 입원하는 경우 ‘계속’ 입원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불이익을 전적으로 피보험자가 부담하게 되므로 매우 불합리하다.
2)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4645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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