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빌린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 배달을 하다 다른 차량과 충돌해 다쳤을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김 씨의 아버지는 2014년 1월 한화손해보험과 당시 미성년자였던 김 씨를 피보험자 및 보험수익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맺었다. 당시 보험계약 약관에는 '이륜자동차(오토바이) 등을 계속적으로 사용(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과 출퇴근 용도 등으로 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한함)하게 된 경우 즉시 회사에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금 지급이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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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2021년 8월 심야에 상주시에 있는 상주소방서 앞 사거리 교차로를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다른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사고로 인해 김 씨는 눈 등을 크게 다쳤다.
김 씨는 2023년 2월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한화손해보험 측은 "김 씨가 오토바이를 타며 아르바이트를 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아 통지의무를 위반했기에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다"고 통지했다. 이에 김 씨는 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김종찬 판사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기간 중에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한화손해보험은 김 씨에게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1억190여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한화손해보험은 "김 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한 다음 오토바이를 계속적으로 사용했는데도 김 씨 또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김 씨의 아버지는 한화손해보험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아 통지의무를 위반했다"며 "한화손해보험은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했으므로, 김 씨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2023년 12월 한화손해보험에게 배달 중에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진술하지 않고 보험금을 청구했다는 이유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피의사실에 관한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종찬 판사는 김 씨나 김 씨의 아버지가 통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화손해보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종찬 판사는 「김 씨가 교통사고 당시 치킨을 배달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운전한 것은 사실이나, 김 씨는 2021년 6월부터 지인이 운영하는 점포에서 접객이나 식재료 손질을 도와줬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그 점포에서는 주로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해 치킨을 배달한 것으로 보이고, 김 씨가 평소에도 치킨을 배달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운전했다고 볼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씨 또는 김 씨 아버지의 통지의무는 김 씨가 오토바이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 발생한다」며 「김 씨가 배달 업무에 종사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설령 김 씨가 치킨을 배달하기 위해 교통사고 당시 오토바이를 운전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김 씨가 오토바이를 계속적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씨나 김 씨의 아버지가 통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전제하에 제기하는 한화손해보험의 항변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화손해보험은 김 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약관 규정상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 해당하는 통지의무의 대상은 모든 오토바이 운전이 아니라 '오토바이의 계속적 운전'이다. 보험사는 '오토바이의 계속적 운전'을 보험계약의 유지나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위험요소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추단할 수 있다.
생명보험 등에 있어서는 보험 가입 전 질병·상해의 발병·진단 여부 등을 비교적 명확히 증명할 수 있으나, 오토바이 운전과 관련해서는 가입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한 오토바이 운전면허 취득 사실, 오토바이 보험 가입 이력, 오토바이 운전 관련 교통범칙금고지 등 교통위반 전력, 교통사고 내역, 오토바이 주유 횟수와 내역(승용차를 운행할 때에 비해 오토바이를 구입한 이후의 주유 금액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소액에 해당함), 오토바이 수리 내역 및 가입자의 SNS 등의 사실을 통해 추단할 수밖에 없다.2)
쟁점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이 사례에서는 설명의무 이행 여부도 문제될 수 있다. 설령 통지의무 위반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보험사는 보험계약자에게 오토바이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 보험사에게 이를 통지해야 한다는 약관 내용을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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