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직업 변경 안 알렸어도 '선박승무원 등 면책약관'과 '직업 변경 통지의무 약관' 설명 안했으면 보험금 다 줘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 당시 아파트 경비원이었다가 계약 후 선박승무원으로 직업이 변경된 경우 보험사에 알리도록 하는 내용의 '통지의무' 약관과 '선박승무원 등 면책약관'을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사가 계약 해지나 보험금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법원은 필적 감정을 통해 계약자의 자필과 보험사가 제시한 보험청약서의 필적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면책약관과 통지의무에 관한 보험사의 설명의무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파트 경비원 A 씨는 2014년 5월 디비(DB)손해보험과 상해 사고로 사망한 경우 1억5000만 원 등을 보장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맺었다.


A 씨는 보험 가입 후 기관장으로 선박에 탑승했다가 선박이 대만 해상에서 불상의 원인으로 조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A 씨는 다음날 대만 해상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후 A 씨의 자녀 등 유족들이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상해사망보험금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디비손해보험은 '선박승무원 등 면책약관' 적용과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A 씨의 유족들은 A 씨의 사망 사고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5단독 김주영 판사는 A 씨의 유족들이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보험금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1)

재판 과정에서 디비손해보험은 A 씨가 보험계약 당시 작성한 청약서상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과 관련해 "근무처(회사) 아파트, 근무지역 부산, 업종 경비, 취급 업무 경비원"이라는 내용의 자필 기재가 있고, "질문사항에 대해 만약 사실대로 알리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린 경우에는 보험 가입이 거절될 수 있으며, 특히 그 내용이 중요한 사항에 해당되는 경우 가입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계약이 해지되거나 보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재를 증거로 제출했다. 


디비손해보험은 또한 상품설명서의 통지의무 위반 주장과 관련해서는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하거나, …지체 없이 회사에 알려야 한다"는 내용의 기재가 있고, '보험계약자 확인란'에 보험설계사로부터 상품설명서를 교부받고 설명을 들었다는 문구에 있는 자필 기재를 근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김주영 판사는 A 씨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김주영 판사는 「선박승무원 등 면책약관 및 통지의무 약관은 보험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를 결정하게 되는 사항으로서,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계약자 내지 피보험자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고, 그 내용에 비춰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이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라거나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며 「디비손해보험은 선박승무원 등 면책약관 및 통지의무 약관에 대한 명시·설명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김주영 판사는 또 「증인(보험설계사)의 진술, 감정인의 필적감정 결과 등을 종합하면, 디비손해보험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디비손해보험이 A 씨에게 선박승무원 등 면책약관 및 통지의무 약관에 대한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적감정결과에 의하면, A 씨의 친필과 청약서에 기재된 필적이 상이하다고 판단되는바, 청약서에 A 씨의 자필서명이 있다고 해서 A 씨가 보험설계사로부터 면책약관 및 통지의무 약관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청약서에 기재된 A 씨의 서명은 A 씨의 친필과 필적이 상이한 것으로 보여, A 씨가 청약서에 자필서명을 했다는 취지의 증인(보험설계사)의 법정 진술은 신빙성이 낮다」며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 당시 A 씨에게 '선박 탑승 중 사고에 대해 디비손해보험이 면책된다', '보험계약 체결 이후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되는 경우 디비손해보험에 알려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그러면서 「결국 선박승무원 등 면책약관에 따른 보험금 지급 거절 및 통지의무 약관에 따른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디비손해보험의 보험계약 해지는 부당하다」며 디비손해보험은 A 씨의 유족들에게 상해사망보험금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사례에서 A 씨가 가입한 보험계약은 '경유계약'으로 추정된다. 경유계약은 실제 보험계약을 권유한 보험설계사가 아닌 다른 보험설계사의 명의를 이용해 모집하고 체결된 보험계약을 말한다.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은 '다른 모집 종사자의 명의를 이용해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경유계약의 경우 명의를 빌려준 보험설계사가 가입자와 직접 대면하지도 않고 계약 체결을 중개하기 때문에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관한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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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10월 16일

1) 보험자를 DB손해보험이라고 하지 않고 디비손해보험이라고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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