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건강검진에서 고혈압이 의심된다며 2차 검진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은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더라도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김 씨는 지난 2021년 5월과 7월 삼성화재가 판매하는 유병자보험, 유병자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김 씨는 한 병원에서 뇌졸중과 뇌혈관질환 진단을 받은 뒤 입원 치료를 받았고 가입했던 보험계약에 따라 삼성화재에 보험금 2천460만 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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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삼성화재는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보험계약을 해지했다. 삼성화재가 고지의무위반으로 문제 삼은 내용은 보험계약 체결 직전 김 씨가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였다. 당시 김 씨는 수축기 혈압 154㎎, 이완기 혈압 110㎎으로 각각 140㎎ 또는 90㎎ 이상의 경우 해당하는 고혈압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보다 정밀한 판단을 위해 2차 검진이 필요하다는 '일반건강검진 결과통보서'도 받았다.
삼성화재는 이 같은 사실을 보험계약 당시 가입자가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 '계약 전 알릴 의무' 즉 고지의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고지의무를 위반할 경우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화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지의무 사항은 입원·수술 필요소견, 추가·재검사 필요소견, 치료를 받은 사실 등이다」며 「이때 필요소견의 의미는 의사로부터 진단서, 소견서를 받거나 의사가 진료기록부에 등재하고 환자에게 설명한 경우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받은 건 단순 건강검진 결과서이고 고지의무 조항에서 정한 것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보험계약이 김 씨의 계약 전 알릴의무위반으로 해지됐다는 삼성화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건강검진 결과가 고지의무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하급심 판단들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인지라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
이 판결은 유병자보험에서 건강검진 결과상 '고혈압 의심' 소견은 계약 전 알릴의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인 반면 2019년 6월 선고된 판결 중에는 건강검진 결과통보서에 기재된 의사의 '질병의심' 소견은 이를 진단서 또는 소견서로 봐야 하며, 계약 전 알릴의무 대상이라는 취지로 판시한 사례가 있다.2)
또한 '추가·재검사 필요소견'에서 추가검사란 검사결과 이상 소견이 확인돼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받는 다른 종류의 검사를 말하며, 병증이 악화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받은 정기검사(건강검진)이나 추적관찰은 고지의무 대상인 '추가검사(재검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도 있다.3)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6. 13. 선고 2018나12765 판결.
3)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5. 8. 선고 2023가단5272008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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