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PC방 운영자 "직업변경 안 알렸다면 통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 해지 가능"

글 : 임용수 변호사

PC방 운영자가 보험사에 알리지 않고 위험도가 높은 지게차 운전을 하다 사망했다면,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이 해지되고 보험금도 감액되는 불이익을 받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알리고 해설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 구자광 판사는 박 모 씨의 아내와 두 자녀 등 유족이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보험사는 785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¹⁾

박 씨는 2019년 6월 한 물류회사에 지게차 운전사로 입사해 물류창고에서 근무했다. 물류창고에서 전동지게차로 물품 팰릿 하역 작업 중이던 박 씨는 전동차가 뒤집혀 그 밑에 깔리는 사고로 중증 흉부손상 등을 입고 사망했다.

박 씨의 유족은 박 씨와 2005년 12월 상해보험 등이 포함된 보험계약을 체결한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상해사망보험금 1억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2020년 12월 "박 씨가 보험계약을 청약하며 본인의 직업을 PC방 운영자로서 '기타 서비스 관련 관리 및 경영자'라고 고지했는데, 보험기간 중 지게차 운전사로 직업을 변경했음에도 이를 통지하지 않았다"며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다만 보험계약을 해지했지만 보험 약관에 따라 변경 전 보험료율의 변경 후 보험료율에 대한 비율에 따라 산정한 보험금 7850여만 원에 대해서는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한편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직업 및 위험등급분류표에 의하면 PC방 운영자는 '기타 서비스 관련 관리 및 경영자[1급]'로서 보험금이 합계 1억5000만 원이고, 지게차 운전사는 2급으로 보험금이 합계 7850여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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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광 판사는 「일반적으로 지게차 운전 업무는 산업현장에서 고중량의 물건을 지게차로 상·하차하거나 운반하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다른 지게차나 시설물과 충돌하거나, 무게 중심 상승이나 지면 상태 등으로 지게차가 전도되거나, 운반물이 낙하되는 등 사고의 발생 위험이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는 지게차 운전자의 안전교육 훈련에 관한 기술지침을 제공하고 있고, 지게차운전기능사 시험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업안전수칙 준수 및 안전운반을 위한 안전수칙 등을 출제기준으로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씨가 PC방 운영자에서 지게차 운전사로 직업을 변경한 것은 상법 제652조 제1항 소정의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에 해당하고, 박 씨는 그 사실을 알았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씨가 메리츠화재에게 지게차 운전사로 직업을 변경한 사실을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통지의무를 위반했다」며 「이 보험계약은 메리츠화재의 2020년 12월 해지 의사표시에 따라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