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15세 미만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사망 부분은 무효이지만, 계약 내용 중 지급조건이 피보험자의 사망과 관련이 없는 후유장해에 관한 부분은 유효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상법 제732조는 15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계약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사망보험의 악용에 따른 도덕적 위험으로부터 판단능력이 온전치 못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계약당사자 사이에 15세 미만자인 망인을 피보험자로 정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주요한 목적의 하나는 그 자녀인 망인이 후유장해 등으로 일정 기간 이상 계속 입원하거나 보험계약 약관에 정하는 일정한 장해상태가 됐을 때 지게 되는 각종 치료비·개호비 등의 부담 및 장래의 소득상실에 따르는 경제적 어려움에 사전에 대비함으로써 망인을 적절하게 치료하고 보호·양육하려는 데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케이비손해보험 역시 박 씨의 이런 목적을 알면서 양해하고 박 씨와의 사이에 보험계약을 체결한 점 등을 살펴보면 박 씨와 케이비손해보험이 '사망'을 보험금 지급사유로 하는 부분이 상법에 의해 무효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이를 제외한 나머지 보험금지급사유 부분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했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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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손해보험은 보장 항목 중 일반상해사망후유장해의 '사망' 부분은 15세 미만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으로 상법상 무효이므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보장 항목 중 '사망' 부분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그런 사정이 케이비손해보험의 후유장해 보험금 지급의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후유장해'에 관한 부분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후유장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박씨는 2010년 8월 케이비손해보험과 당시 만 10세이던 아들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박 씨 아들은 2020년 3월 박 씨와 심하게 다투고 집을 나간 뒤 "난 죽을 테니 알 바가 아니지만"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안동시에 있는 용정교 밑에서 물에 빠진 채 발견됐다가 구조됐다. 이후 박 씨 아들은 보험 장해분류표상 '신경계·정신행동 장해'로 장해판정기준에서 정한 일상생활기본동작 제한 장해평가표의 5가지 유형별 기본동작제한 정도가 모두 최고의 지급률에 해당해 총지급률이 100％가 되는 장해진단을 받았다.
박 씨는 2020년 10월 케이비손해보험을 상대로 "80% 이상 후유장해를 입었다"며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법 제732조는 15세 미만자 등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일상적으로 정신능력이 불완전한 15세 미만자 등을 피보험자로 하는 경우 그들의 자유롭고 성숙한 의사에 기한 동의를 기대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15세 미만자 등의 법정대리인이 이들을 대리해 동의할 수 있는 것으로 하면 보험금의 취득을 위해 이들이 희생될 위험이 있으므로, 그런 사망보험의 악용에 따른 도덕적 위험 등으로부터 15세 미만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둔 효력 규정이다. 따라서 15세 미만자 등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의 동의가 있었는지 또는 보험수익자가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무효가 된다.2)
이 사례는 박 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한 목적 등에 비춰 박 씨와 케이비손해보험은 보험계약 중 '사망'을 보험금 지급사유로 하는 부분이 15세 미만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경우로서 상법상 무효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나머지 보험금 지급사유 부분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했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후유장해에 관한 부분에 관해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 경우다.
- 최초 등록일 : 2024년 9월 11일
1) 서울고등법원 2024. 5. 30. 선고 2023나2041810 판결.
2) 대법원 2013. 4. 26. 선고 대법원 2011다9068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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