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유병자보험, "간경화 임상 진단 받고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유병자보험은 간경화(간경변) 임상 진단 결과를 보험사에 알리지 않고 보험계약을 맺었어도 고지의무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임재훈 부장판사는 박 모 씨1)가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삼성화재는 박 씨에게 4437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전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2)

박 씨는 삼성화재와 사이에 피보험자의 암 진단 확정과 더불어 입원, 수술, 치료 등을 할 때 삼성화재가 피보험자에게 암 진단비, 10대 주요 암 진단비, 수술비, 치료비, 입원 일당 등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유병자보험을 체결했다. 유병자보험이란 질병을 앓고 있거나 병력이 있는 피보험자도 간소화된 심사 절차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다. 유병자보험의 경우 유병자의 보험 가입을 허용하기 위해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서 보험사고의 발생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사항만을 남기고 치료, 투약 등과 같은 통상적인 의료행위 관련 사항은 대폭 삭제돼 있다. 

박 씨는 만성 B형 간염환자로서 2016년 6월 혈액검사에서 혈소판 감소증 소견을 보였고, 그로부터 2달여 뒤에 실시한 간 초음파 검사에서 비장종대를 동반한 간경변증 소견을 보였다. 박 씨는 2019년 10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B형 간염 등 기존 질환과 복용하는 약에 대해서 보험설계사에게 모두 알려 주었지만,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 결과 간경변증 소견을 보였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 박 씨는 이듬해 6월께 국립암센터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게 됐고 조직검사를 통해 간암 확정 진단을 받았다. 박 씨가 삼성화재에게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삼성화재는 "박 씨가 간경화 진단 하에 꾸준히 치료받은 병력을 계약 전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며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반발한 박 씨가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임재훈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유병자보험 자체가 피보험자의 유병을 전제로 해서 치료, 투약 등과 같은 통상적으로 진료에 수반되는 사항 등은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에서 제외했다」며 「보험계약자가 알릴의무 있는 의사의 '진단'이 '입원'과 '수술'이라는 중요 의료행위와 동등한 위치로 열거돼 있으므로, '진단' 역시 이미 계약 전 알릴의무 대상을 대폭 감축한 유병자에게도 계약 전 알릴의무를 부담시켜야 할 만한 중요한 내용인 '확정 진단'으로 한정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로피플닷컴은 여러분의 든든한 보험 법률 파트너
법률상담 문의 ☎ 02-595-7907

이어 「계약전 알릴의무 사항에 기재돼 있는 '진단'은 '확정 진단', 즉 의사의 확정적인 질병 진단을 말하고, 간경화와 간경변은 같은 의미의 용어로서 그 확정 진단은 조직검사를 통해 이뤄진다」며 「그런데 삼성화재가 원용하는 진료기록은 조직검사를 통하지 않고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 결과를 가지고 내린 '임상 소견' 내지 '임상 진단'에 불과한 것으로서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 '진단'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화재는 간경변증의 진단은 '확정 진단'만이 '진단'이라는 근거가 없고 암보험금 지급 요건의 '확정 진단'과 같이 엄격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단계에서의 '진단'과 보험금 지급 요건에서의 '진단'을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보험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규정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삼성화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박 씨가 '최근 5년 이내 간경화증으로 의사로부터 진단, 입원, 수술과 같은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아니오'라고 표기한 것을 두고 계약 전 알릴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보험계약이 박 씨의 계약 전 알릴의무 위반으로 해지됐다는 삼성화재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판결은 청약서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에서 '간경화증의 진단' 여부를 묻고 있는 경우의 '진단'과 암보험금 지급 요건에서의 '진단'을 동일한 의미라고 해석한 사례다.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자에게 고지의무의 내용과 고지사항의 구체적인 의미, 그리고 고지의무 불이행의 효과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함으로써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유효한 보험계약이 체결되도록 조치할 주의의무가 있다.3) 또한 보험설계사는 고지의무에 관한 의사표시의 수령권한이 없으므로 계약 전 알릴의무의 사항을 보험계약자 자신이 스스로 적게 하거나, 그 기재를 사자(使者)로서 대행하는 경우라도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의사대로 이를 기재하고 그 기재의 정확성을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병력이나 치료 또는 투약 경력을 일부라도 밝혔다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고지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해 그에 따라 보험계약자가 이를 사실대로 기재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4)

이 사례에서 박 씨는 자신의 B형 간염 등 기존 질환과 복용하는 약에 대해서 보험설계사에게 모두 알려 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해당 보험설계사가 추가적인 질문을 통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고지 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체크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이 부분은 쟁점화되지 않았다. 
 
[복제·배포 또는 방송 금지]

 LAWPIPL.COM
  • 최초 등록일 : 2024년 9월 19일

1) 보험계약자는 박 씨의 배우자이고, 피보험자는 박 씨이지만, 호칭의 편의상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를 모두 박 씨라고 부른다.
2) 확정된 판결이다.
3)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30263 판결 등 참조.
4)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2. 24 선고 2020가합540184 판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