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가슴 통증으로 내과를 방문해 심전도 및 흉부 X선 검사를 받은 직후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있었더라도 의사로부터 진단서나 소견서를 발급받은 적이 없다면, 보험사는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단독] 소개하고 해설한다.
김 씨는 2021년 2월 케이비손해보험에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허혈성심장질환(협심증, 급성심근경색증 등)으로 진단·수술을 받을 경우 진단비나 수술비를 받는' 내용의 질병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김 씨는 보험 가입 직전에 목과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내과에 내원해 심전도 검사 및 흉부 X선 촬영을 한 후 1시간도 되지 않아 보험에 가입하면서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질병확정진단', '질병의심소견' 등과 같은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변했다. 또 보험 가입일로부터 1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가슴 통증으로 자택 인근 병원 응급실로 내원해 받은 관상 동맥 조영 검사에서 우관상 동맥에 중증 협착 소견이 확인돼 '관상 동맥 중재 시술(풍선 확장술 및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받았고, 최종적으로 'ST분절 비상승 심근경색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김 씨가 케이비손해보험에게 관상 동맥 중재 시술 및 심근경색증 진단에 따른 허혈성 심장질환 진단비 등의 보험금 청구를 하자 케이비손해보험은 '김 씨가 보험계약 체결 직전 내과에서 목과 가슴이 갑갑한 증상으로 흉통 진단 등을 받은 사실'에 관한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거절 통지를 했다. 이에 반발한 김 씨는 케이비손해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진료기록 감정을 맡은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은 "내과의원에서 흉통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지 않았고, 진료기록부에 기재된 'R074 상세불명의 흉통'이 '질병확정진단' 또는 '질병의심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감정 소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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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청약서상 계약 전 알릴의무사항의 질문사항 중 '질병의심소견'에 대해서는 '의사로부터 진단서 또는 소견서를 발급받은 경우를 말합니다'라고 명시적으로 기재돼 있는데, 김 씨가 내과의원에서 검사를 받고 진단서 또는 소견서를 발급받았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씨가 내과의원에서 받은 심전도 검사 등은 당시 김 씨가 호소한 증상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치료행위로 볼 수는 없으므로, 김 씨가 계약 전 알릴의무사항의 각 질문사항에 '아니오'라고 답변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씨가 보험계약 체결 직전에 가슴이 아프고 답답한 증상으로 내과의원을 방문했으나, 심전도 검사 등에서 특별한 소견이 없었고, 김 씨를 진찰한 의사도 진료기록부에 '먼지 때문에 증상 발현, 경과 관찰하기로 함'이라고만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과의원에서 증상에 관한 특별한 소견을 듣지 않은 김 씨에게 청약서상 계약전 알릴의무사항의 질문사항에 답변하는 외에 추가로 보험계약 당시 직전에 내과의원 내원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며 보험계약 당시 김 씨가 케이비손해보험에 대해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진단'은 문진·시진·촉진·청진과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를 토대로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과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다.2) 진단서는 의사가 진찰 및 검사를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 및 질병을 판단하고 기록한 공식문서다. 진단서에는 환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주소, 병명 및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른 질병분류기호, 발병 연월일 및 진단 연월일, 치료 내용 및 향후 치료에 대한 소견, 의료기관의 명칭·주소, 진찰한 의사 등의 성명·면허자격·면허번호 등을 적어야 한다. 소견서는 의사가 환자의 진료를 다른 의료기관에 의뢰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다. 하지만 비록 문서의 명칭이 '소견서'라도 그 기재 내용에 병명, 상처 부위, 치료기간 등이 상세히 포함돼 있다면 의료법이 정한 '진단서'에 해당할 수 있다.
의사가 작성·발급하는 일정한 양식의 진단서나 소견서가 널리 통용되고 있으므로 '질병의심소견이란 의사로부터 진단서 또는 소견서를 발급받은 경우를 말합니다'라는 기재에 대해 평균적 고객의 입장에서는 의사가 발급하는 진단서나 소견서라는 명칭의 문서를 발급받는 경우로 이해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 사례에서처럼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의사로부터 가슴 통증 등에 대한 별도의 진단서 또는 소견서를 발급받았다는 점을 증명할 만한 자료가 제출된 바 없다면, 판시 내용과 같이 고지의무위반을 부정하는 것이 약관의 해석에 있어서 작성자불이익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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