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물류회사에서 일하던 직원이 물류보관창고 인근에서 흡연을 하다 쓰레기장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바람에 화재가 발생해 타인에게 피해를 준 경우, 흡연 행위는 면책사유인 '직무의 범위'에 속하거나 '직무 수행'에 기인한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단독] 소식으로 알리고 해설한다.
김 모 씨의 아내는 2012년 7월 한화손해보험과 사이에 '피보험자(배우자나 자녀 등 포함)가 보험기간 중에 일상생활(주택 이외의 부동산의 소유, 사용 및 관리는 제외)로 인한 우연한 사고로 타인 재물의 손해에 대한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장금액 1억 원 내에서 보상'하는 내용의 '가족일상생활 중 배상책임 특별약관' 등이 포함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광양시에 있는 한 물류회사에서 일하던 김 씨는 2019년 4월 3일 오후 2시 5분께 회사 물류보관창고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부주의로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고 쓰레기장에 담배꽁초를 버렸다. 그런데 쓰레기장에 버려진 담배꽁초에서 시작된 담뱃불이 창고 일부와 그 내부에 있던 물건까지 옮겨 붙어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인한 피해액은 6260여만 원에 달했다.
이에 김 씨는 가입 중이던 가족일상생활 중 배상책임 보험금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제기했다.
그런데 한화손해보험은 당시 화재가 김 씨의 과실로 우연히 일어난 것을 인정하면서도 약관상 보상하지 않는 손해인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으로 인한 배상책임' 및 '피보험자가 소유·사용 또는 관리하는 재물에 대한 손해'에 해당한다며 면책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씨는 사고의 원인이 된 '흡연 행위'가 일상생활의 범주에 포함되는 만큼, 이로 인한 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금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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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룡 판사는 「당시 사고의 원인인 김 씨가 흡연을 한 후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고 담배꽁초를 버린 과실로 일어난 화재를 일상생활 중에 발생한 우연한 사고로 봐야 한다」며 김 씨에 대한 한화손해보험의 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허정룡 판사는 또 「한화손해보험은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으로 인해 발생한 배상책임'이므로 면책된다고 주장하나, 김 씨가 근무지 밖의 장소에서 잠시 쉬면서 흡연한 행위를 김 씨 직무의 범위 내에 속한 행위라거나 직무수행의 수단으로써 또는 직무수행에 부수해 행해지는 행위로서 직무와 관련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보험자가 소유·사용 또는 관리하는 재물의 손해에 대해 그 재물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가진 사람에게 부담하는 배상책임'에 해당하므로 면책된다는 한화손해보험의 주장도 「김 씨는 물류회사의 직원에 불과한바, 한화손해보험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김 씨가 물류보관창고나 내부에 있던 물건들을 자기 소유의 물건에 준하는 정도로 사용·수익 또는 지배·관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화손해보험은 김 씨에게 약관에 따라 1억 원 내의 범위 내에서 화재로 인해 김 씨가 피해자들에게 지급 책임을 부담하는 손해배상액 및 김 씨가 손해를 방지 또는 경감하기 위해 지출한 필요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에서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으로 인한 배상책임'을 면책조항으로 둔 취지는 피보험자의 직무 수행에 기인해 타인에게 부담하게 되는 배상책임은 다른 일상생활에 기인하는 우연한 사고로 타인에게 부담하게 되는 배상책임 등에 비해 보험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나 배상책임의 규모가 현저히 증가할 수 있으므로 그런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는 것으로 하는 한편, 약관에 기한 보험료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데 있다. 이런 취지에 비춰 볼 때, '피보험자의 직무'라고 함은 일반적으로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해 계속 행하는 사무나 사업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를 주된 직업상의 사무나 사업에 한정할 것은 아니지만,2) 그 면책조항이 피보험자의 직무수행으로 인한 배상책임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점에 비춰 피보험자의 직무의 범위 내에 속한 행위이거나 직무수행의 수단으로써 또는 직무행위에 부수해 행해지는 행위로서 직무와 관련이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 해석해야 한다.
한편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에서 대물배상과 관련해 면책조항을 둔 취지는 그 같은 경우에 그 재물에 대해 생긴 손해와의 관계에서 피보험자는 그 재물의 피해자인 동시에 그 재물의 가해자가 돼 결국 피해를 배상받을 권리와 피해를 배상해 줘야 할 의무가 함께 발생하는 결과 혼동으로 그 권리가 소멸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생겨 보험으로써 보호돼야 할 보험이익이 크게 줄어들며, 또 그런 관계에서도 보상을 허용하게 되면 피보험자가 그 피해를 과장해 과도한 피해 보상을 받게 되는 도덕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바, 이런 취지에 비춰 보면, 대물배상과 관련한 면책조항상의 '피보험자가 소유·사용 또는 관리하는 재물'도 피보험자가 그 물건의 이용으로부터 부수적인 이익을 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피보험자가 자기 소유의 물건에 준하는 정도로 사용·수익 또는 지배·관리를 하는 관계에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3)
참고로 이 사례와 유사해 보이지만 법원의 판단이 달랐던 판례 하나를 소개한다. 피보험자가 사무실 쓰레기통을 비우기 위해 사무실 앞에서 드럼통에 쓰레기를 넣고 소각하다가 이를 방치한 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고, 그 사이 불씨가 부근에 있던 비닐 쓰레기 등에 옮겨 붙어 연소됨으로써 공장 건물이 모두 타 버리는 재산상 피해가 발생한 경우, 법원은 사고의 원인이 된 '회사 쓰레기를 버린 행위'를 단순 일상생활이 아닌 직무수행으로 봐야 한다며 보험사의 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4) 피보험자가 평소 사무실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불에 태워 없애 버리는 일이 있었고, 사고 또한 사무실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불에 태워 없애 버리다가 발생한 이상, 인테리어업을 영위하고 있는 피보험자가 사무실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피보험자의 직무에 포함될 수 있다는 취지다.
2)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0다73482(본소), 2010다73499(반소)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다31872 판결의 취지 참조.
4)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0. 27. 선고 2020나58962 판결(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8. 19. 선고 2019가단520200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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