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 내세운 후유장해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한 주장이 잘못됐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조 모 씨는 2019년 1월 운전을 하다가 상대방 차량 운전자의 과실로 교통사고(2차 사고)를 당했다. 그는 이틀 뒤부터 2019년 6월까지 정형외과에서 통원치료를 받았고 2019년 8월 'X선 검사 결과 제12흉추 압박골절이 보이는데, 2차 사고 이전에 있었던 외상으로 인한 변형처럼 보인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발급받았다.
조 씨는 사고를 당하기 1년 8개월 전인 2017년 2월 운전을 하다 본인의 과실로 교통사고(1차 사고)가 발생했는데, 따로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조 씨는 2차 사고 후 2019년 12월 병원에서 MRI 및 방사선 검사를 받았고, 2020년 1월에는 '제12흉추의 골절, 폐쇄성'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진단서의 발병 연월일에는 '미상'으로 기재됐다. 이후 조 씨는 2020년 8월 병원에서 '제12흉추 압박골절, 후만각 15도'에 해당한다는 후유장해 진단을 받았는데, 후유장해 진단서의 '주요 치료경과, 현증 및 기왕증, 주요 검사 소견 등'란에 '2017년 2월 수상, 보존적 방법으로 치료'라고 기재됐다.
조 씨는 2020년 12월 1차 사고로 후유장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하며 현대해상에게 후유장해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현대해상은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했다. 결국 조 씨는 2023년 4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현대해상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은 '1차 사고와 조 씨의 후유장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부정된다'거나 '조 씨의 보험금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됐다'는 이유에서다.
조 씨가 현대해상과 맺은 보험계약 약관에는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장해분류표에서 정한 3% 이상의 장해지급률에 해당하는 장해상태가 된 경우 후유장해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 상법상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금 지급 사유에 대한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므로, 만약 보험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3년간 보험금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보험금 청구권이 소멸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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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은 약관 내용에 따라 '흉부압박골절의 경우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데, 조 씨가 1차 사고 이후에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1차 사고와 조 씨의 후유장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씨의 보험금청구권은 1차 사고가 발생한 2017년 2월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설령 1차 사고 당시에는 1차 사고로 인한 후유장해의 발생 여부가 불분명해 보험사고인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병원에서 MRI 및 방사선 검사를 받은 날인 2019년 12월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봐야 하므로 소 제기 이전에 조 씨의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돼 보험금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는 주장도 했다.
- 사고 발생일이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 기산점 아니다
김회근 판사는 「1차 사고의 내용은 조 씨가 차량을 운전해 직진신호에서 좌회전을 하다가 다른 차량과 충돌했고 다른 차량은 전복됐다는 것인데, 다른 차량이 전복될 정도로 강한 충격이 있었다면, 1차 사고로 조 씨의 후유장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조 씨가 1차 사고 이후에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1차 사고와 조 씨의 후유장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이어 「현대해상은 소 제기 이전에 조 씨의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하지만, 조 씨가 2019년 8월 제12흉추 압박골절이라는 소견서를 받았고, 2020년 1월 '제12흉추의 골절, 폐쇄성'이라는 진단을 받기는 했으나, 1차 사고 발생일과의 시간적 간격을 고려해 보면 그것이 1차 사고로 인해 발생했다는 것까지 명확히 인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무엇보다 후유장애로 인한 손해가 구체적으로 발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장해의 정도가 판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 씨의 후유장애로 인한 손해가 구체적으로 발생된 때는 정형외과의 의사로부터 후유장애 진단을 받은 날인 2020년 8월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 「소멸시효 기산일은 후유장애 진단을 받은 날의 다음날이 되고, 조 씨의 소가 그로부터 3년 이내인 2023년 4월 제기된 사실은 역수상 명백하므로, 조 씨의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하나, 객관적으로 봐서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2) 후유장해의 발생으로 인한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는 후유장해로 인한 손해가 구체적으로 발생된 때부터 진행하는데, 그 발생 시기는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 한다.3)
이 사례에서와 같이 1차 사고 발생 당시에 조 씨가 후유장애를 전혀 인지를 못한 것으로 보이고, 2차 사고 이후 병원으로부터 '제12흉추의 골절, 폐쇄성' 진단을 받은 시점까지도 1차 사고로 인해 후유장애가 발생한 것이라고 명확히 인지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등 후유장해의 정도가 명확하지 않거나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은 경우라면, 후유장해 진단일을 기산점으로 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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