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경·요추부 염좌 등의 상해를 초래한 교통사고와 신경인성방광 장해 간에 인과관계가 있으므로, 보험사는 '비뇨생식기 기능에 심한 장해를 남긴 때'의 장해율 75%를 적용한 후유장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경추 및 요추부 염좌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있는 상태에서 척수신경 손상이 일어났다면, 신경인성방광과 발기부전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 '비뇨생식기 기능에 심한 장해를 남긴 경우(7%), 방광의 기능이 완전히 없어진 때'에 해당하는 장해율이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다.
엄 모 씨는 2013년 1월 새벽 과천에서 귀가를 위해 택시를 타고 서울 양재역 부근을 지나고 있었다. 엄 씨를 태운 택시는 차량이 밀려 도로 위에 정차 중이었는데, 다른 차량이 전방주시의무 소홀로 이 택시의 조수석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엄 씨는 경추부 염좌, 요추부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었다.
엄 씨는 같은 해 5월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배뇨곤란, 심인성방광, 발기부전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이후 엄 씨는 같은 해 12월 '배뇨곤란, 발기장해'에 관한 진단서를 발급받았고, 2015년 4월에는 비뇨기과 입원치료 중 '치골상부방광루설치술'을 받았다.
당시 엄 씨는 디비손해보험(변경 전 : 동부화재)과 사이에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상해사망이나 상해후유장해로 인한 보장을 받을 수 있었다. 엄 씨가 2015년 5월 신경인성방광 장해를 원인으로 디비손해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하자, 디비손해보험은 엄 씨의 장해율을 20%로 인정해 일부 보험금(600만원)만 지급했다.
엄 씨가 가입한 보험 상품 중 상해 관련 특별약관에 따르면, 흉복부장기 및 비뇨생식기 기능 장해는 3가지로 분류한다. 만약 그 기능에 심한 장해를 남긴 때는 지급률 75%, 뚜렷한 장해를 남기면 지급률 50%, 약간의 장해를 남긴 경우는 지급률 20%로 각각 후유장해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엄 씨는 사고로 부상을 입은 후 신경인성방광으로 인한 배뇨장해로 자력으로 배뇨를 할 수 없어 병원에 입원해 배뇨곤란과 발기부전으로 검사를 받았다. 특히 '치골상부방광루설치술'을 받았고 입원치료도 받았다.
엄 씨는 방광의 기능이 완전히 없어진 만큼, 약관상 비뇨생식기 기능에 대한 심한 장해를 남겼을 때의 장해 지급률 75%를 적용한 보험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비손해보험은 엄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반발한 엄 씨는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장해 지급률 75%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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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94단독 김지영 판사는 엄 씨가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엄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비뇨생식기 기능 장해에 대한 지급률 75%를 적용해 "디비손해보험은 94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엄 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1)
재판 과정에서 디비손해보험은 엄 씨의 증상이 약관 장해분류표상 '비뇨생식기 기능에 심한 장해를 남긴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엄 씨가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 4개월이 경과한 2013년 5월에서야 배뇨곤란, 심인성방광, 발기부전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같은 해 12월이 돼서야 진단서를 발급받은 후 비뇨기과 치료를 받은 것에 비춰봤을 때 엄 씨가 당한 교통사고와 신경인성방광 장해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지영 판사는 엄 씨가 배뇨 시 방광 근육의 수축이 전혀 없는 무수축성 신경인성방광의 후유장해가 있는 사실, 무수축성 신경인성방광이 저장 기능은 의미가 없고 저장을 한다고 해도 감각 기능이 떨어져 소변을 자의로 배출하기 어렵고 도뇨관 설치술을 시행해 방광에 심한 장해를 남긴 상태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김지영 판사는 또 「엄 씨가 2012년 2월과 3월 전립선증식증이나 신장의 양성신생물로 치료받은 적이 있으나 그 같은 증상으로 인해 엄 씨의 발기부전이나 비뇨근무반사 등이 초래되기 어렵다」며 양자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신경인성방광과 발기부전은 척수신경 손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엄 씨가 경추 및 요추부에 퇴행성 변화가 있는 상태에서 해당 부위에 충격을 받았다면 기왕증이 공동원인이 돼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교통사고와 엄 씨의 신경인성방광 장해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엄 씨에게 상해를 입힌 교통사고와 그의 신경인성방광 장해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해 「디비손해보험이 비뇨생식기 기능 장해에 대한 지급률 75%를 적용한 보험금을 엄 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해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으로서, 일반적으로 외래의 사고 이외에 피보험자의 질병 기타 기왕증이 공동 원인이 돼 상해에 영향을 미친 경우도 사고로 인한 상해와 그 결과인 사망이나 후유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약정한 대로의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2)
이 사례에서 엄 씨처럼 경추 및 요추부에 퇴행성 변화가 있는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 경우 자연적인 노화현상이라 할 수 있는 퇴행성 변화를 기왕증으로 고려해야 할 것인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 기왕증이란 '환자가 지금까지 경험해 본 병' 혹은 '과거에 앓았거나 현재 앓고 있는 질병 또는 상해의 자세한 내력'을 뜻하는데, 나이를 먹음에 따른 변화 자체를 무조건 기왕증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엄 씨의 경추 및 요추부 퇴행성 변화가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만으로 교통사고와 엄 씨의 장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합당한 판단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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