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간경화 의증 진단 사실 안 알렸어도 면책사유 또는 사기계약 이유로 보험금 거절 못해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 가입 전에 간염 및 간경화 의증 진단이 있었던 사실을 알리지 않았더라도 간경화 확정진단 또는 간경화로 치료를 받은 내역이 없었다면 질병 관련 특약상의 면책사유 혹은 사기 계약이라 할 수 없으므로 보험사는 간경화에 의한 패혈성 쇼크로 사망한 망인의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단독] 소식으로 알리고 해설한다.

서 모 씨는 지난 2016년 4월 한화손해보험과 사이에 피보험자를 서 씨의 동생으로 하고 보험수익자를 서 씨로 하는 질병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 보험계약에 부가된 질병사망 특약에는 "피보험자가 질병으로 사망했을 때 2억 원을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한다"고 기재돼 있었다. 다만 해당 보험계약 질병 관련 특별약관에서는 "청약서상 '계약 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과거(청약서상 해당 질병의 고지대상기간을 말함)에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라는 면책사유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었다.

서 씨의 동생(망인)은 2021년 1월 간경화에 의한 자발성 세균복막염이 원인이 된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서 씨는 그 무렵 한화손해보험에 2억 원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한화손해보험은 "망인은 보험계약 체결 전부터 간질환 이력이 있었고 계약 체결일부터 불과 5일 전인 2016년 3월 간경화 의심 소견이라는 진단을 받고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인 해당 내용을 고지하지 않은 채 기망에 의해 계약을 체결했다"며 "특별약관에 의한 면책사유 또는 사기 계약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망인은 C형 간염 보균자라는 과거력 외에는 특별히 간질환 관련 치료를 받은 바 없다가, 2016년 3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늑골의 염좌 등으로 한 병원에서 4일간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혈액검사 결과 B형 및 C형 간염 양성 소견, 간 CT 검사 결과 간경화 의증을 받은 사실이 있었다. 

그런데 2016년 4월 보험 가입 과정에서 서 씨와 망인은 보험청약서에 첨부된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 중 '최근 3개월 이내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질병확정진단, 질병의심소견, 치료, 입원, 수술의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라는 질문과 '최근 5년 이내에 간경화증으로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질병확정진단, 치료, 입원, 수술, 투약의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라는 질문에 모두 '아니오'라고 표시했다.


한화손해보험의 보험금 청구 거절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서 씨는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1단독 노유경 부장판사는 서 씨가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한화손해보험은 서 씨에게 2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전부승소 판결했다.1)

노유경 부장판사는 「망인에게 보험계약 체결 직전 간경화가 의심된다는 소견이 있었고,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촉탁결과에 의하면 당시의 간 CT 검사 결과에 근거해 간경화증의 진단이 가능했다는 소견이 제시된 사정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험계약 체결 전 망인에게는 간염 및 간경화 의증 진단이 있었을 뿐 면책사유인 간경화의 확정진단 또는 그 치료를 받은 내역이 전혀 없는 점, 설혹 망인과 서 씨가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의사표시가 사기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다1247 판결 등 참조)」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 가입의 동기나 당시의 정황 등을 종합해 보험계약자가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편취할 의도였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여야 하는데, 한화손해보험 제출 증거들이나 앞서의 사정들만으로는 망인이나 서 씨가 사기의 의사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사례는 보험 가입자가 고지의무(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지만,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보험계약 해지권의 제척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계약 해지를 할 수 없었던 경우다. 해지권의 제척기간 경과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었던 한화손해보험의 입장에서는 부득이하게 『청약서상 '계약 전 알릴 의무(중요한 사항에 한한다)'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과거(청약서상 해당 질병의 고지대상기간을 말한다)에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라는 특별약관상의 '면책사유'를 찾아내 주장한 것 같다. 

보험사들이 약방에 감초처럼 흔히 쓰는 '사기 계약'이라는 주장(사기에 의사표시로서 계약을 취소한다는 주장)도 한화손해보험이 승산 없는 재판에서 무리수를 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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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8월 26일

1) 한화손해보험의 항소 포기로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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