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법원 "제한속도 시속 20km 초과 운전한 잘못으로 교통사고 냈어도 중과실 아니면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시속 20km 초과해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는 이유만으로는 국민건강보험 급여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송각엽 부장판사]는 오토바이 운전자 이 모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징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1)

이 씨는 2022년 8월 오전 7시40분쯤 김포시에서 서울 방향으로 가는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시속 112km의 속도로 달리며 1차로에서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던 중, 전방 2차로에서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던 택시(피해차량)의 우측 사이드미러를 이 씨의 오토바이 좌측면으로 충돌했다.

이 교통사고로 이 씨는 발꿈치뼈 골절 등의 부상을 입었고, 건강보험공단은 이 씨의 치료비 중 공단부담금 2970여만 원을 부담했다. 건강보험공단은 2023년 6월경 "이 씨의 교통사고는 운행 중 속도를 위반해 발생한 사고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로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공단부담금에 대해 부당이득금 환수처분(급여 환수처분)을 했다. 제한속도보다 시속 20㎞를 초과한 이씨의 과속운전이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씨는 "제한속도를 위반해 과속은 했지만, 피해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고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차로를 변경하다 발생한 사고"라며 "교통사고나 이로 인한 부상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 없어 보험급여 제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 보험급여제한 사유인 '중대한 과실'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재판부는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상 급여 제한 사유가 되는 '중대한 과실'이라는 요건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자기의 범죄행위에 '전적으로 기인'하거나 '주된 원인'이 돼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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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또 「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씨의 사고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과속 운전 중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로 이 씨의 범죄행위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상황을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피해차량이 속도를 시속 68~75km로 감속하면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갑자기 2차로에서 3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는 순간에 이 씨의 오토바이와 충돌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고가 발생한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과 교통사고 방지 노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험급여 제한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피해차량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 또한 교통사고 발생에 상당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해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며,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국가공동체가 구성원인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 해당한다. 이런 국민건강보험법의 입법 목적과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특성을 고려하면, 국민건강보험급여 제한사유 중 '중대한 과실'이라는 요건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

'중대한 과실'은 약간의 주의만 기울이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이를 간과한 경우처럼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말하는데, 과속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야기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사고가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국민건강보험급여 제한사유 중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그 사고가 발생한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과 교통사고 방지 노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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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8월 27일

1) 서울행정법원 2024. 6. 13. 선고 2023구합72813 판결(2024년 7월 6일 확정).
2) 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2두12175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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