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제약회사가 돌려준 희귀병 고가 약값, 대법원 "실손보험 보상 대상 아니다"


글 : 임용수 변호사


고가의 약제를 사용할 때 제약회사가 환자에게 돌려주는 '위험분담 환급금'은 본인부담금에 해당하지 않아 실손보험의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소개하고 해설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 모 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이같이 판단했다.1)

위험분담제는 신약의 효능·효과나 건강보험 재정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risk)을 국가와 제약회사가 함께 분담(sharing)하는 제도로서, 비용효과적인 의약품을 선별 급여하는 원칙을 살리면서도 대체재 없는 고가항암제 등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4년 1월부터 도입됐다.

이 씨의 배우자는 암이 발병해 2022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주를 전액 본인 부담으로 처방받았다. 그는 병원에 약값을 지급한 뒤 위험분담제에 따라 제약회사로부터 약값의 일부인 약 1500만 원을 돌려받았다.

이 씨는 2016년 10월 메리츠화재와 사이에 배우자를 피보험자로 정하고 이 씨 자신을 수익자로 하는 실손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 씨가 가입한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없는 '본인부담금' 중 일부를 보상하는 상품이었다. 이 씨의 실손보험 약관에는 '의료급여 중 본인부담금의 90%와 비급여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하며 이때 본인부담금이란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을 의미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재판의 쟁점은 이 씨의 배우자가 제약회사로부터 받은 위험분담제 환급금이 '본인부담금'에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환급금이 포함되면 본인부담금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이 씨가 받을 수 있는 실손보험금도 늘어난다.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환급금이 본인부담금에 포함된다고 봤지만, 2심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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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판단도 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손해보험은 보험사고로 인해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며 「손해의 전보를 넘어서 오히려 이득을 주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손해보험제도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위험분담 환급금을 실손의료보험의 보상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피보험자(환자)가 제약회사와 보험회사로부터 중복으로 지급받으면 실제 발생한 재산상 손해를 초과하는 이익을 얻게 되므로 손해배상제도의 '이득 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였다.

이어 「결국 약제비용 중의 일부를 제약회사가 부담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피보험자가 위험분담제에 따라 제약회사로부터 돌려받는 금액은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요양 급여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험사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로서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중 피보험자가 실제 부담하는 부분만 보험계약에서 보상하는 손해에 해당하고, 피보험자가 실제 부담하지 않는 부분은 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정'을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가입자로서는 약관 내용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위험분담제에 따른 환급금 상당액이 이 보험계약에서 보상하는 손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정은 보험사의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액에 대해 실손보험 보상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3다283913 판결뿐만 아니라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보험은 보험료 지급[보험료수입의 총액]과 위험인수[보험금지급의 총액] 사이에 균형이 유지돼야 한다. 보험료나 보험금은 보험사고가 언제 발생할 것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과거의 위험 발생에 관한 경험을 토대로 대수의 법칙에 의해 개연율[위험률]을 예측해 산정한다. 그런데 이 사례에서의 실손보험 상품의 경우 보험계약 체결 당시에 보험사들이 위험분담제나 본인부담상한제로 인해 환급이 가능한 금액[환급금]을 고려해 보험료를 산정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전혀 없다. 

더구나 이미 공적 부조인 건강보험의 영역에서 요양급여의 일부만 본인이 부담하면 되는 상황에서 보험계약자가 굳이 추가로 비용(보험료 등)을 들여서까지 민간 보험에 가입해야 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반감된다. 위험분담제나 본인부담상한제 등과 같은 제도로 인해 대상자가 받는 혜택은 재산상 손해를 초과하는 이익 혹은 보험에 의해 얻는 부당이득이 아니라 국가의 공적 구제나 공적 부조의 효과 또는 경제(소득)보장일 뿐이다. 국가의 공적 구제나 공적 부조로 인해 얻게 되는 대상자의 경제적 어려움 타개는 불법행위나 부당한 계약 등으로 인해 얻은 초과 이득이나 부당이득이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가항암제 등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 제고나 저소득의 경제적 취약 계층을 위해 지급한 돈이 보험사들에게 돌아간다면 보험사들은 보험 상품 개발 시에 예측하지 못했던 거액의 돈을 위험분담제나 본인부담상한제라는 국가 제도로 인해 향유하게 될 것이고, 또다시 거액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게 될 것이다. 보험 가입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뜻하지 않은 거액의 횡재성 수익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환급금이 계약당사자 중 일방에게 부당이득이 된다손 치더라도, 이를 선별적으로 회수해 국고 등으로 귀속시키는 것은 합당할지 몰라도 민간 영리회사인 보험사들이 위험분담제나 본인부담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이익을 향유하며 횡재성의 부당 수익을 올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이 낸 피 같은 세금을 왜 보험사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2023년 10월 4일자 이코리아 뉴스 기사

주변 사람들에게 위험분담제나 본인부담상한제를 알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열이면 열 모두 '모른다'라고 말한다. 이런 유형의 사례를 다뤄본 적이 없는 변호사들까지도 대답은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케이비손해보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보험사들조차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몰랐던 것 같다. 2023년 10월 4일 뉴스 기사에 의하면, 최근 3년간 국내 손해보험사의 '본인부담상한제' 관련 소송 약 436건 중 87%는 케이비손해보험이 차지했다고 한다. 유독 케이비손해보험만 고객을 상대로 환급금 반환 청구 소송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는 취지다.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은 반드시 보험 약관에 규정된 것에 한정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에 해당하면 약관에 규정된 내용 이외의 사항이더라도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며, 보험 약관만으로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험회사 또는 보험모집종사자는 상품설명서 등 적절한 추가 자료를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별보험 상품의 특성 등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2) 특히 위험분담제나 본인부담상한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체결된 실손보험의 경우 보험계약 체결 당시에는 제정·시행되거나 존재하지도 않았던 법률이나 시행령에 근거해 산정한 환급금에 대해서까지 국민들이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이유로 약관 설명의무가 면제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시 내용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보험소송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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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8월 19일

1)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4다223949 판결.
2)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2다22242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다229536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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