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교제 관계 또는 사실혼 배우자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장 대상에서 제외되는 '피보험자와 동거하는 배우자' 아니다


글 : 임용수 변호사


피보험자와 교제 관계 혹은 사실혼 관계에 있는 피해자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장 대상에서 제외되는 '피보험자와 동거하는 배우자'가 아니므로,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원고와 교제 중인 박 씨1)는 2008년 2월 메리츠화재의 보험상품에 가입했는데, 이 보험상품에는 주택의 소유, 사용, 관리 또는 일상생활에 기인하는 사고로 법률상의 배상책임 부담 시 1사고당 1억 원을 한도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일상생활중배상책임 특약이 포함돼 있었다. 이 특약에는 "보험가입증서(보험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 본인 및 그와 동거하는 배우자가 특약의 보험기간 중 열거하는 사고로 타인의 신체 장해에 대한 법률상의 배상책임 또는 재물의 손해에 대한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해 준다"면서도, "피보험자와 세대를 같이하는 친족에 대한 배상책임"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박 씨는 캠핑용 파워뱅크 조립키트를 구매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동킥보드용 배터리와 함께 조립한 다음 취침 전에 이를 침실 방 안에 있던 책상 위에 올려놓고 충전했다. 그런데 배터리의 정격전압(16V)보다 높은 전압(24V)으로 충전해 둔 채 그대로 방치했고, 원고와 박 씨가 잠을 자던 중 배터리가 과전압에 의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고는 그 사고로 인해 안면부를 포함한 전신에 신체표면의 50~59%를 침범한 화상을 입게 됐고, 이에 따라 2022년 4월부터 2023년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158일간의 입원과 28차례의 통원을 반복하며 총 12차에 걸친 수술을 받았고, 4600여만 원의 치료비를 지출했다. 일실수입 4000여만 원과 위자료 3000만 원 등의 피해도 입었다. 이에 원고는 메리츠화재에게 특약에 따른 보험금 한도 1억 원에서 건물 소유자에게 이미 지급된 1500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 8500만 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특약에는 피보험자를 '보험가입증서(보험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 본인 및 그와 동거하는 배우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배우자에는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도 포함된다고 봐야 하므로 박 씨의 사실혼 배우자인 원고는 피보험자일 뿐 타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메리츠화재는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지급을 거절했고, 이에 원고는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전지법 공주지원 민사1단독 송인석 판사는 원고(김 모 씨)가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메리츠화재는 원고에게 8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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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석 판사는 판결문에서 「특약은 피보험자의 범위에 '피보험자와 동거하는 배우자'를 포함하고 있는데, 평균적 고객의 관점에서 배우자란 통상 법률상의 배우자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약은 '피보험자와 세대를 같이하는 "친족"에 대한 배상책임'을 제외하고 있을 뿐이어서 특약의 각 규정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사실혼의 배우자가 보험계약에 따른 배상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원고는 박 씨와 결혼식을 치르거나 같은 세대에 등재된 적이 없어 원고와 박 씨가  사실혼관계에 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메리츠화재는 박 씨와 책임보험인 특약을 체결했으므로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라 원고에게 박 씨의 손해배상채무 중 보험금의 한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85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일상생활중배상책임보장 특약에서 '피보험자와 세대를 같이 하는 친족에 대한 배상책임'을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정하고 있는 조항은 보험약관 중 면책조항의 일종으로 풀이된다. 

이런 면책조항의 해석에 있어서는 예외적으로 보험사의 책임을 면하게 하는 조항이므로 면책사유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엄격 또는 축소해석의 원칙). 또한 약관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개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그와 같은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 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그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3) 이 판결은 앞서 말한 약관 해석의 법리에 따라 판단했다는 점에서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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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8월 17일

1) 호칭의 편의상 일상생활배상책임보장 특약의 피보험자(가해자)를 '박 씨'라고 하고, 이 판결의 피해자 김 모 씨를 '원고'라고 한다.
2)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 2024. 4. 18. 선고 2023가단6238 판결. 메리츠화재가 항소를 제기했다.
3)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다81633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다60305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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