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뇌의 깊은 부분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통 혈관이 막혀 만성적으로 혈액 공급이 잘 안되는 열공성 뇌경색도 보험금 지급 대상인 뇌경색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권 모 씨는 2007년 2월 엠지손해보험의 뇌졸중 진단 보험에 가입했다. 이 보험은 제4차 한국질병사인분류 중 분류번호 I60~I66에 해당하는 질병을 뇌졸중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권 씨는 2019년 8월 한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뇌경색증'으로 진단(진단서상 질병분류번호는 I63.9) 받은 뒤 엠지손해보험에 뇌졸중 진단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엠지손해보험은 "권 씨가 제출한 MRI 판독지 및 영상 CD상 급성 뇌경색을 시사하는 소견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권 씨의 MRI 판독지에는 '백질 소혈관질환 또는 열공성 뇌경색 병변 의증(R/O Small vessel disease or lacunar infarcts)'이라는 소견이 기재돼 있었다. 이에 반발한 권 씨가 엠지손해보험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MRI 검사 결과에 권 씨의 뇌백질부에 다발성의 작은 뇌병변이 확인되지만, 권 씨에게 급성 국소 신경학적 장애나 의식장애가 발생한 병력이 없고 신경학적 결함도 남아있지 않다는 이유에서 권 씨가 진단받은 '상세불명의 뇌경색증'은 재판 당시에 시행 중인 질병코딩지침에서 말하는 '뇌경색(I63)'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출되기도 했다.
특히 제6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및 그 이후 개정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부속하는 코딩지침서에는 "열공성 뇌경색증은 무증상성 병변도 가능하기 때문에 '급성 증상성 열공성 뇌경색증'과 '과거 무증상성 열공성 뇌경색증'을 구별할 필요가 있으며, '과거 무증상성 열공성 뇌경색증'은 급성 뇌경색이라 볼 수 없다. 영상 검사 결과(예: CT, MRI 등)에서 뇌혈관 질환의 발현 증세로 열공성 뇌경색이 기술돼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추가적인 임상 정보가 없다면 'R90.8 기타 중추신경계통의 진단적 영상 이상 소견' 비정상검사결과로 분류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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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판부는 「제6차 이후의 한국질병사인분류에 부속하는 코딩지침서에 따르더라도 'MRI 검사 결과 열공성 뇌경색으로 기술돼 있으나 추가적인 임상 정보가 없다면 R90.8로 분류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을 뿐이고, 뇌졸중의 전형적 증상이 없는 열공성 뇌경색의 경우 I63 코드로 분류되는 '뇌경색증'에서 제외되는지 여부는 분명하게 기술돼 있지 않다」면서 「이 보험 약관에도 뇌경색을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하거나, 급성 뇌경색에 대해서만 I63 코드를 부여한다는 내용도 기재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보험은 제4차 한국질병사인분류에 따르는 것인데 제4차 한국질병사인분류에서는 뇌경색과 열공성 뇌경색을 구분해 규정하고 있지도 않고, 제6차 개정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에 부속한 질병코딩지침서에서도 급성 뇌경색만을 '뇌경색증(I63)'으로 분류하고 열공성 뇌경색을 제외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보험약관에서 정하는 뇌경색증(I63)의 범위에 열공성 뇌경색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 다의적으로 해석돼 불명확하기 때문에 약관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적용해 고객에게는 유리하게, 약관 작성자에게는 불리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권 씨의 증세와 같은 '열공성 뇌경색'도 약관 뇌졸중 분류표상 보험금 지급사유가 되는 뇌경색증(I63)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내렸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열공성 뇌경색은 '뇌의 심부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서 발생한 뇌졸중'을 말한다. 이 질환은 미세혈관이 막혀 생긴 뇌경색이므로 병변이 매우 작을 경우 그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매우 경미해 환자도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다.
하급심 판례 중에는 열공성 뇌경색에 대해 이 사례처럼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해 I63(뇌경색증)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사례들이 있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가 '뇌경색'을 급성과 만성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약관 규정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 적용되며, 분류번호 I63으로 분류되는 뇌경색에 반드시 대뇌동맥 및 뇌전동맥의 폐색 및 협착에 의한 출혈 소견이 필요한 것은 아니어서, 열공성 뇌경색 진단을 받은 것은 약관에서 정한 '뇌경색' 진단을 받은 것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사례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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