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폭풍 등의 외력이 아닌 노후화로 건물 중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로 건물주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면 보험사는 건물주에게 손해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을 [단독] 소식으로 알리고 해설한다.
지난 2021년 8월 충주시에 있는 이 씨의 건물 중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조사 결과 붕괴율은 25.4%였다.
이 씨는 2012년 10월 디비손해보험과 사이에 자신의 건물에 관해 보험기간을 2012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로 하고 피보험자를 이 씨로 하는 손해보험계약을 체결했는데, 건물에 관한 붕괴·침강 및 사태 손해를 1억3000만 원을 한도로 보장한다는 특약이 포함돼 있었다. 약관에는 보험금 지급사유 중 하나인 '붕괴'의 의미에 대해 '폭발, 파열, 화재 등의 외력이 아닌 통상적 용도에 따라 건물 또는 건축구조물을 사용할 때 그 자체의 내부 결함이나 부식 및 침식 등으로 그 전부나 일부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말한다. 단 균열 또는 파손에 의해 일부가 떨어지는 것은 붕괴로 보지 않는다'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이에 이 씨가 건물이 붕괴됐다며 특약에 따라 손해에 상당하는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디비손해보험은 담보하는 보험사고가 아니라며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반발한 이 씨가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약관에서 붕괴의 의미에 관해 '외력이 아닌 통상적 용도에 따라 건물 또는 건축구조물을 사용할 때 그 자체의 내부 결함이나 부식 및 침식 등으로 그 전부나 일부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사고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손해사정사가 작성한 중간보고서에는 사고 원인에 대해 '이 건물은 1972년 신축돼 내구연한이 30년으로 경과기간이 지난 건축물로, 지붕 및 벽체의 내구성이 현저히 떨어져 발생한 건물의 노후화로 인한 붕괴로 추정된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비손해보험은 이 건물이 태풍으로 인해 붕괴됐고, 이 사고는 태풍이라는 외력에 의해 발생한 것이므로 보험계약에서 정한 '붕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고가 발생한 2021년 8월 23일 건물이 위치한 충주시 일대는 태풍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이 건물이 외력에 의해 붕괴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태풍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디비손해보험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고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붕괴'에 해당한다」며 「디비손해보험은 이 씨에게 사고로 인한 손해 상당액의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약관에서 「보험사고로 인해 실제 발생한 손해를 보험가입금액의 한도 내에서 보장하고 있다」며 감정결과에 따라 디비손해보험은 이 씨에게 실제 손해(건물의 시가) 상당액인 133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건물의 붕괴원인이 태풍이라는 점에 다툼이 없다"며 "태풍이라는 외력에 의해 붕괴됐으므로 담보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건물 등의 붕괴 사고는 ① 폭발, 파열, 화재 등의 외력에 의한 것이 아닐 것, ② 통상적 용도에 따라 건물 또는 건축물을 사용할 때 사고가 발생할 것, ③ 그 자체의 내부 결함이나 부식 및 침식 등으로 그 전부나 일부가 갑자기 무너져 내릴 것, ④ 균열 또는 파손에 의해 일부가 떨어지지 않을 것을 모두 충족할 때 인정된다.
그런데 이 사례의 경우, 1심 원고 소송대리인이 약관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은 상태에서 소장을 제출했고, 변론종결 시점까지도 기존 주장을 철회하거나 청구원인을 변경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심 판시 이유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원고는 최초 소장에서 태풍에 의해 자신의 건물이 붕괴됐음을 이유로 특약에 따른 보험금을 구한다고 주장한 이후 피고의 주장에 대해서 특별한 반론을 제기하지도 청구원인을 변경하지도 않았으므로, 소장 기재 청구원인에 따라 판시 내용과 같이 판단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담당 판사가 직간접적으로 청구원인을 변경할 기회를 줬던 것으로 추측된다. 태풍도 보상하는 손해에서 제외되는 외력의 일종이므로 태풍의 영향으로 건물이 붕괴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대방(디비손해보험) 주장과 일치하는 자기에게 불리한 재판상의 자백과 다름없다. 이런 주장을 하게 되면 이길 수 있는 재판에서 패소하게 돼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어쨌든 이 씨가 항소심에서 다른 소송대리인을 선임해서 슬기롭게 대응한 결과 1심과는 다른 결론이 나왔다.
이 같은 약관 규정의 해석과 관련해 유사한 사례가 가끔씩 나온다. 판례 중에는 건물의 4층에 설치된 물탱크가 내부 균열로 파손돼 물이 방출되는 바람에 건물 3층의 천정이 내려앉게 된 경우, 건물 또는 건축구조물 자체의 전부나 일부의 붕괴나 침강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피보험자 측이 물탱크가 건물에 부합됐으므로, 물탱크를 건물 자체로 봐야 한다며 건물 붕괴로 인해 피보험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물탱크는 건물 물탱크실에 설치된 설비(동산)에 불과하고, 건물의 정의에 해당하지도 않아 건물 자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민법상 '부합'은 부합된 부분의 소유권 변동이나 저당권 등의 권리 범위 확장에 관한 것으로, 부합 여부는 물탱크가 건물 자체인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영향을 주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물탱크가 건물 자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며 원고패소 판결한 사례가 있다.
비가 내린 후 천정에 빗물이 고이게 됐고 그 천정에 시설돼 있던 인테리어 일부가 하강하는 사고가 보험 약관에서 규정한 보상하는 손해에 해당하는 침강 또는 붕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다.
또한, 피보험자가 공장에서 크레인 작업을 하던 중 크레인에 이상이 생겨 그 원인을 확인하고자 저항기를 살펴보러 공장 옥상에 올라갔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슬레이트 지붕을 밟아 슬레이트가 부서지면서 7, 8미터 높이의 옥상에서 추락한 것이 보험 약관상 붕괴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도 약관상 담보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분쟁 사례도 있다. 그 이유로는 피보험자가 슬레이트 지붕을 밟은 후 그 몸무게에 의한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지붕에 구멍이 뚫려 그 아래로 추락한 경우 피보험자의 '몸무게'라는 '외력'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외력에 의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보상 조건을 충족하지 있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는 점, 슬레이트 지붕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살짝 걸쳐 올려놓는 형식으로 설치돼 있어 일반적으로 그 위에 사람이 올라설 경우 몸무게에 의한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기 쉬운 사정을 감안할 때 이를 달리 볼만한 사정이 없다면 사고가 통상적 용도에 따라 건물 또는 건축물을 사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건물 또는 건축구조물 자체의 내부 결함이나 부식 및 침식 등으로 그 전부나 일부가 갑자기 무너져 내린다는 의미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외력이 될 만한 외부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건물에 내재돼 있던 결함 또는 시간의 경과로 인한 부식, 자연현상에 의해 건물이 균형을 잃고 무너지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인데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찾아보기도 어려우므로 "통상적 용도에 따라 건물 또는 건축물을 사용할 때 사고가 발생할 것", "그 자체의 내부 결함이나 부식 및 침식 등으로 그 전부나 일부가 갑자기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보상 요건을 충족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점, 사고로 인한 지붕의 손괴 정도가 피보험자가 슬레이트 지붕 위에 서 있었던 부분으로 한정돼 있어 이는 약관상 붕괴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는 균열이나 파손에 의해 건물이나 건축구조물의 일부가 떨어지는 것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므로 "균열 또는 파손에 의해 일부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요건 또한 충족하고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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