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타인의 이름으로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에 가입했다면 계약당사자는 계약 명의자인 타인이 아니라 보험료를 납입한 실질적인 계약자라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한다.
이 씨는 평소 친분이 있는 디비생명보험의 보험설계사가 보험 가입을 권유해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 중에는 2018년 7월 이 씨의 손자를 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해서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기본보험금액 5억8355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이 포함돼 있었다.
디비생명보험의 보험설계사는 2020년 11월 이 씨가 가입한 보험계약사항을 정리한 문건을 이 씨에게 교부했는데 그 문건에는 갓 성년을 넘긴 대학생이었던 손자의 이름으로 가입한 보험계약도 들어가 있었다. 해당 보험계약의 보험료는 손자 명의의 은행계좌에서 2018년 7월부터 2021년 2월까지 31회에 걸쳐 총 9300만 원이 출금됐지만 그 은행계좌는 보험료를 납입하기 위해 이 씨가 관리하던 계좌였다.
이후 이 씨는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손자 이름으로 체결한 보험계약은 타인의 사망보험인데 손자의 서면 동의를 얻지 못했으므로 무효"라며 디비생명보험에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 9300만 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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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상법 제731조 제1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도박보험의 위험성과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및 선량한 풍속 침해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규정」이라며 「제3자가 타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타인을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해 체결한 생명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 명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에 해당한다」며 관련 법리를 설명했다.
이어 「보험증권 및 청약서에 계약명의자가 비록 이 씨의 손자로 돼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이 씨가 보험계약을 청약하고 보험료를 납입했다」며 「따라서 이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 명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 보험계약 무효 시 계약명의자 아닌 실질 계약자에게 보험료 돌려줘야
아울러 「보험청약서, 상품설명 확인서, 개인정보처리 동의서에 기재된 이 씨 손자의 서명은 그의 필적이 아닌 것으로 보이므로 그가 청약서 등에 자필서명했다고 볼 수 없다」며 「디비생명보험은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보험자인 이 씨 손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씨 손자가 디비생명보험 측 직원과의 해피콜 통화에서 청약서 등에 자필서명했다고 대답했다는 점만으로 상법에서 정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요건을 갖췄다고 인정할 수 없고, 또한 해피콜 통화가 디비생명보험의 보험계약 승낙 통지 또는 보험계약 성립 전에 이뤄졌다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이 보험계약은 상법 제731조 제1항을 위반해 체결된 것으로서 무효」라며 「디비생명보험은 이 씨에게 부당이득반환으로 이 씨가 납입한 보험료 합계 93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제3자가 타인의 서면 동의를 받지 않고 타인을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로 해서 체결한 생명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 명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에 해당한다.2) 이 판결은 타인의 생명보험으로 해석될 경우 타인의 서면 동의가 없어 보험계약이 무효로 된다면 보험사는 보험료를 납입한 실질적인 계약자에게 보험료를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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