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보험금 다 받았는데, 세입자에게 또 돈 내라니..." 제동 건 대법원 사이다 판결




안녕하세요.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상가 건물 화재 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법적 분쟁, 특히 양측 모두 화재보험에 가입했을 때의 보험금 처리 및 구상금 문제에 대한 중요한 대법원 판결(2024다324200)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화재 원인이 불명확한 경우 화재배상책임 특약이 포함된 화재보험을 맺은 임차인의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이고, 보험사는 누구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이번 사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당사자 및 보험 계약: 이 사건의 원고는 손해보험회사(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고, 피고는 상가 건물을 임차해 식자재 도소매업을 운영하던 임차인(주식회사 B)입니다. 건물 소유자(임대인, C)는 원고와 자신의 건물 및 시설에 대한 화재보험계약('소유자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한편, 임차인인 피고 역시 원고와 임차 건물 및 자기 소유 시설에 대한 화재보험계약('임차인 보험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계약에는 화재로 타인의 재물에 손해를 입혀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할 경우 이를 보상하는 '화재배상책임 특별약관'(한도 5억 원)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화재 발생과 보험금 지급: 2022년 8월 22일 밤, 임차인이 운영하던 마트의 수산물코너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로 인해 건물 대부분이 타버렸습니다. 발화 지점은 임차 공간 내부로 추정됐으나,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화재로 인한 건물 전체 손해액은 약 6억 9757만 원으로 확정됐습니다. 메리츠화재는 임차인 보험계약(책임보험 포함)에 따라 임대인 C에게 약 4억 9182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했습니다. 또한 임대인이 가입한 소유자 보험계약에 따라 임대인 C에게 약 2억 313만 원을 추가로 지급했습니다. C는 이 외에도 다른 보험으로 일부 보상을 받아 전체 손해를 모두 전보받았습니다. 

소송 제기: 원고(메리츠화재)는 소유자 보험계약에 따라 지급한 보험금(약 2억 313만 원)에 대해, 상법 제682조(보험자대위)에 근거해 화재 발생에 책임이 있는 피고(임차인)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 판단】

1심 (서울중앙지법 2023가단5082991) 및 2심 (서울중앙지법 2024나7306) 판단: 1심 법원은 건물이 화재에 취약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손해분담공평의 원칙에 따라 임차인이 전체 손해액 약 6억 9757만 원 중 70%(약 4억 8830만 원)만 임대인에게 배상하면 된다고 봤습니다. 다만 임차인 보험으로 이미 해당 금액 이상이 배상됐다는 이유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심 법원은 전체 손해액의 60%(약 4억 1854만 원)로 임차인의 책임을 제한하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임대인의 전체 손해 중 임차인 보험금 등으로 전보되고 남은 부분(약 2억 313만 원)은 임대인이 가입한 소유자 보험금으로 전보됐으므로, 원고는 이 금액 중 피고의 책임 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인 약 1억 2187만 원(약 2억 313만 원 × 60%)에 대해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 



대법원 (2024다324200) 판단: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은 메리츠화재가 건물 임차인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보험자대위가 성립하려면 피보험자(임대인 C)가 제3자(임차인 피고)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1) 그런데 "임차인 보험계약에 임차인의 손해배상채무를 보상하는 책임보험이 포함돼 있다면, 보험사는 소유자 보험금 지급을 이유로 임차인에게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보험사가 소유자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임차인에 대해 가지게 되는 손해배상채무는 임차인이 가입한 책임보험의 보험사로서 부담해야 할 채무와 서로 연대채무 관계에 있다"며 "보험사가 채권자인 동시에 채무자가 되고, 결국 손해를 배상받을 권리와 손해를 배상해 줘야 할 의무가 함께 발생하는 결과 혼동으로 인해 그 권리가 소멸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임차인이 메리츠화재에 손해배상채무를 이행하더라도 다시 메리츠화재에 책임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순환소송을 인정하는 결과가 돼 소송경제에 반한다"며 "메리츠화재가 결국 임차인에게 반환할 돈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춰 보더라도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임차인(피고)은 메리츠화재와 사이에 책임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임대인(C)은 임차인 보험금(약 4억 9182만 원)과 소유자 보험금(약 2억 313만 원), 기타 보험금으로 전체 손해를 모두 보상받았습니다. 임차인이 임대인 C에게 최종적으로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액(전체 손해의 60%, 약 4억 1854만 원)은 이미 지급된 임차인 보험금(약 4억 9182만 원) 범위 내에 있습니다. 따라서 임대인(C)은 임차인(피고)에 대해 더 이상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결국, 원고(메리츠화재)가 소유자 보험금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대위할 수 있는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보험자대위에 기한 구상금 청구는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같은 보험사에 각각 화재보험을 가입했고, 특히 임차인의 보험에 '배상책임' 특약이 포함된 경우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했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가입한 책임보험을 통해 임대인의 손해가 이미 전보됐다면,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한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보험사가 임대인에게 별도의 소유자 보험금을 지급했더라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임대인의 권리를 대위해 임차인에게 구상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는 보험사가 동일한 사고에 대해 이중으로 이득을 취하거나, 임차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을 방지하는 합리적인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화재 발생 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특히 임차인 보험에 배상책임 특약이 있는지 여부가 향후 법적 책임 공방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임차인은 화재보험 가입 시 자신의 재산뿐만 아니라 임대인 건물에 대한 배상책임까지 보장받을 수 있도록 특약을 꼼꼼히 챙겨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화재보험 및 구상금 관련 최신 대법원 판례를 살펴봤습니다.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철저한 보험 가입과 법률적 대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추가적인 법률 상담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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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6년 1월 8일

1) 대법원 1981. 7. 7. 선고 80다1643 판결, 대법원 1993. 6. 29. 선고 93다1770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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