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재직 중인 직장에서 받은 출장 건강검진 결과 '이상이 있다'는 소견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직장으로 출장 온 의료진의 건강검진 결과를 보험계약 당시 고지하지 않은 것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직장인 엄 모 씨는 2021년 4월 직장으로 출장 온 의료진으로부터 건강검진을 받고 '이상지질혈증·고혈압 질환의심[확진검사 대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의사와 '진료상담'을 받으라는 관리 소견도 받았다. 그러나 엄 씨는 2021년 6월 삼성화재해상보험과 질병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전 알릴의무사항 중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건강검진 포함]을 통해 질병의심소견 등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변했다.
이후 엄 씨는 2023년 1월 한 병원에서 '중대뇌동맥의 혈전증에 의한 뇌경색증'으로 진단을 받고 혈전용해제를 처방받은 후 뇌혈관질환진단비(1000만 원) 및 혈전용해치료비[뇌경색증](500만 원) 등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보험금을 줄 수 없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엄 씨가 "2021년 4월 일반건강검진 결과통보서의 건강검진 종합소견에서 '이상지질혈증·고혈압 질환의심[확진검사 대상]'이라는 판정을 받음으로써 '질병의심소견'을 받았음에도, 보험계약 당시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을 통한 질의 내용에 고지하지 않아 고지의무를 어겼다"는 것이었다.
이에 엄 씨는 삼성화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삼성화재는 엄 씨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승소 판결을 받았다. 삼성화재가 항소했으나, 항소심[2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재판장 안승호 부장판사]는 삼성화재의 항소를 기각하고 엄 씨의 손을 들어줬다.1)
재판부는 먼저 「보험사가 계약 체결에 있어서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여기의 서면에는 보험청약서도 포함되지만, 보험청약서에 기재된 질문 내용의 해석은 그 질문 내용에 의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부담하게 되는 고지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의 범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정 등을 고려해 평균적인 보험계약자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획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인용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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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청약서의 질문에 '건강검진 포함'이라는 기재가 있어 별도의 진단서나 소견서를 받지 않고 건강검진 결과를 통해 질병의심소견을 받더라도 고지할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하므로, 병원에서 의사가 발급하는 일정한 양식의 소견서가 널리 통용되고 있어 '질병의심소견이란 의사로부터 진단서 또는 소견서를 발급받은 경우를 말합니다'라는 기재에 대해 평균적 고객의 입장에서는 병원에서 발급하는 소견서 형태의 문서를 발급받는 경우로 이해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건강검진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경우, 측정 시간, 검사 당시 피검자의 기분과 컨디션, 측정 당시의 자세, 측정 환경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일시적으로 혈압이 다소 높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은 일반인에게도 통용되는 내용」이라며 「엄 씨가 건강검진 결과 혈압이 다소 높게 측정됐다는 사실을 삼성화재에게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으로 인식하지 못한 사정만으로 여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엄 씨가 보험계약 당시 삼성화재에게 출장 건강검진 결과를 고지하지 않은 것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따라서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고 엄 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삼성화재의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판결에서는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위반 여부가 쟁점이었다. 재직 중인 직장으로 출장 온 의료진의 건강검진 결과 통보만으로는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중의 질문 내용인 '질병의심소견'이라는 의사의 진단서 또는 소견서를 발급받은 경우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사정, 검진 이전에 고혈압 등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었다거나 보험에 가입하게 된 경위에 의심스러운 사정도 확인되지 않았던 점 등에 미뤄 엄 씨가 고의나 중과실로 중요한 병력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고지의무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참고로, 금융감독원은 2024년 6월 4일 건강검진 결과 질병의심소견, 추가검사 필요소견 등도 알릴의무 대상이므로 보험 가입 시 이전 건강검진 시점과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2024년 1분기 주요 민원·분쟁사례 및 분쟁 판단기준'을 공개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법 2018나12765 판결 등을 제시하며 "3개월 이내 건강검진 결과상의 질병의심소견 등도 고지의무 대상에 해당하므로 보험 가입 시 이전 건강검진 시점과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보험 가입 이후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금감원의 권유 내용을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다만 각각의 사안마다 사실관계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사례 별로 법원의 판단도 다르게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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