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이웃 잘못으로 발생한 미술 작품 침수 피해, 보험사 배상책임 있다


글 : 임용수 변호사


이웃에 누출된 물이 자신의 집 천장 등으로 쏟아져 내려 미술 작품이 훼손되는 손해를 당한 경우 이웃이 가입한 보험회사의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으로부터 손해배상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누수 사고로 인한 미술 저작물 훼손에 대해 손해배상을 인정한 경우로 매우 드문 사례 가운데 하나다.

보험 소송이나 보험법 자문 의뢰를 원하는 분들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일체를 지참하고 사무실을 방문하기 바란다.

서울중앙지법 제7-2민사부[재판장 최호식 부장판사]는 작가 A 씨가 롯데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누수 사고로 생긴 A 씨의 전체 피해액에서 롯데손해보험 측 손해배상책임을 75%로 제한한 88,255,000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신인 작가였던 A 씨는 자신의 집에 회화 작품 85점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2016년 1월 위층에 살던 최 모 씨의 방에 설치된 난방 설비 배관이 동파되는 바람에 다량의 난방수가 누출됐고, 누출된 물이 바로 아래층인 A 씨의 집 천장과 천장에 부착된 에어컨 등으로 쏟아져 내려 회화 작품 85점과 가구류, 가재도구 등이 모두 물에 젖어 훼손됐다.

A 씨는 소파·침대 등의 가구류와 기타 가재도구 등에 대해서는 오피스텔 측에서 가입한 보험에 따라 미쓰이스미토모해상보험()로부터 보험금 1890여만 원을 받았다. 이후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회화 작품에 대한 손해를 보상하라며 보험금 9995만 원(가입한도 1억 원, 자기부담금 5만 원)을 청구했지만, 롯데손해보험은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A 씨는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최 씨의 보험사인 롯데손해보험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누수 사고로 회화 작품 85점이 전부 훼손된 경우 피해 작품들의 총 시가가 117,700,000원에 이른다는 감정인의 감정결과를 존중해 A 씨의 피해액을 정한 다음 구체적인 배상액을 정하고자 했다.


재판부는 「최 씨가 동파된 난방 시설의 점유자 및 소유자로서 동파에 대비한 적절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 때문에 난방 배관 동파로 인한 누수 사고 및 회화 작품 등 A 씨의 집 전반에 대한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최 씨는 A 씨에 대해 공작물 점유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라 롯데손해보험은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보상 한도액 범위 내에서 A 씨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롯데손해보험은 A 씨의 인지도 및 작품 거래량, 거래 시세 등을 고려하면 A 씨의 피해액이 과다하다고 주장하지만, A 씨의 경력과 작품의 판매 가격,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가 평가한 총 시가가 257,300,000원에 이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감정이 위법·부당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없어 피해 작품의 손해액은 적정하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누수 사고가 발생한 시점에 오피스텔 중 총 6세대에서 팬코일 동파 사고로 인한 누수 사고가 발생한 점, 피해 작품들의 훼손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의 원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롯데손해보험 측 책임을 75%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씨의 보험사인 롯데손해보험은 A 씨에게 누수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 88,255,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1심도 사고 당시 겨울 한파가 연일 이어졌고, 그 무렵 오피스텔에서 동파로 인한 누수 사고가 여러 건 발생했던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손해의 공평 분담 원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롯데손해보험 측 손해배상책임을 75%로 제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먼저 A 씨의 사건은 피해 물품이 보험증권상의 주소란에 기재돼 있던 주택의 내부가 아니라 보험의 보장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장소인 이사한 오피스텔 안에 놓여있던 미술(회화) 작품이었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또 미술 작품의 침수 피해와 관련해 침수 후 잔존한 미술 작품의 가치 하락이 있었던 경우 시가가 아닌 그 객관적 가치를 어떻게 산정할 건지도 걸림돌이었다. 특히 고가의 미술 작품에 대한 침수 피해 관련 판결이 거의 전무했던 관계로 전체적으로 사건의 난이도가 조금 높아 보였던 사례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1심 진행 중 롯데손해보험은 먼저 최 씨와 사이에서 체결된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은 '피보험자가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보험가입증서(보험증권)에 기재된 주택의 소유, 사용 또는 관리에 기인한 우연한 사고'를 보상하는 손해로 규정하고 있는데, 최 씨에게 교부한 보험증권상 기재된 주소는 사고가 발생한 장소에 있는 오피스텔이 아닌 강원도 원주에 있는 주택이었으므로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는 1심에서 A 씨 측을 위해 준비한 비장의 방어 무기(?)를 보여주며 방어하자 롯데손해보험은 곧바로 꼬리를 내리고 주장을 철회했다. 롯데손해보험의 이 부분 주장은 계속 쟁점화 되지 않았으므로 비장의 방어 방법이 무엇인지는 논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 다음 롯데손해보험은 '누수 사고가 난방 시설 자체의 노후화나 시공 불량, 자재 불량, 동파 방지 시설 미비 등과 같은 오피스텔 측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누수가 발생한 건물 소유자의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사고의 공동 원인 중 하나가 되는 이상 사고로 인한 손해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생긴 거로 봐야 한다"는 논리로 대응했다.1) 참고로, 민법 제758조 제1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않은 때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또한 'A 씨가 입은 손해가 A 씨 집에 고가의 미술작품이 보관됐을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특별손해라는 점에서도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는데, 이 주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과 같은 집합건물의 경우 위층 공작물의 동파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 내리는 누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물품의 가액을 불문하고 아래층에 물품이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고, 엄청난 양의 누수가 발생할 경우 그 물품이 침수될 수 있음은 일반인이 통상의 주의로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위층 난방 시설의 동파로 엄청난 양의 누수가 발생함으로써 생긴 미술품의 침수 피해를 특별손해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침수 피해를 입은 작품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미술품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 A 씨가 작가 활동의 일환으로 평소에 만든 작품일뿐더러 고가의 미술품이나 골동품이라고 할 수도 없다"라고 말이다.

약 3년 5개월 동안 공방을 벌인 끝에 A 씨는 원했던 바대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소송을 종결할 수 있었다.

이번 판결의 1심 판결 선고 이후 나온 사례 중에는 피해 물품이 '사진'이었던 경우가 있다. 가해자 회사가 아파트관리단으로부터 도급을 받아 그 소속 현장 소장으로 하여금 소방공사를 함에 있어 아파트 건물 스프링클러에 물을 공급하는 소방배관(횡주관)의 용접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옆 방실의 천정 수도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했고 그 물이 피해자의 아파트 호실 천정을 통해 바닥으로 떨어져 피해자의 아파트에 보관돼 있던 사진 작품이 젖게 되는 누수 피해가 발생했던 사건인데, 담당 판사는 누수 사고로 피해 작품이 물에 젖게 돼 작품을 덮은 유지가 사진에 눌러 붙는 바람에 폐기할 수밖에 없는 손해가 발생했다며 가해자들에게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해자로서도 습기에 취약한 고가의 사진 작품을 보관함에 있어 수침 피해를 방지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이 있고, 이런 피해자의 잘못이 누수 사고로 인한 손해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됐으므로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을 원칙으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취지를 참작해 가해자들이 배상해야 할 손해액을 전체의 7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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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2020년 1월 27일
  • 1차 수정일: 2024년 7월 7일

1)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3다61602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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