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슬로프에서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서서히 이동하다가 하강하던 초급 스키어와 충돌… 가해자의 책임 90% 인정


글 : 임용수 변호사


중급자용 슬로프에서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서서히 이동하던 스키어와 뒤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오던 초급 스키어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서서히 이동하던 스키어에게 10%, 내려오던 초급 스키어에게 90%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피해자(이 모 씨1))의 소송대리인으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수행해 승소[소송비용은 보험회사가 전부 부담] 판결을 받아낸 사건이다.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단독] 소개하고 해설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신성철 판사는 이 씨[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용수]가 농협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농협손해보험은 이 씨에게 984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2)

초급 스키어인 안 모 씨는 2020년 2월 용평리조트 스키장 내 중급자용 슬로프인 레인보우파라다이스 코스를 따라 스키를 타다가 마침 슬로프에서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천천히 속도를 줄이면서 이동하던 이 씨를 뒤늦게 발견하고 이 씨의 좌측 스키 뒷부분을 밟고 지나갔다. 이 사고로 이 씨는 다리가 꺾이며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우측 슬관절 전방십자인대 파열 등의 큰 부상을 입었다. 안 씨는 사고 3개월 전 '가족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을 들어둔 상태였다. 

이 보험계약에는 '피보험자의 일상생활로 인한 우연한 사고로 피해자의 신체에 장해를 입혀 피보험자가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가입금액(3억 원)의 한도 내에서 보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이 씨는 농협손해보험을 상대로 "1억 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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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판사는 「안 씨는 다른 이용자들과 충돌하는 등의 돌발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전방 및 좌우측방 등을 잘 살피고 속도를 줄여 안전하게 스키를 타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 한 채 고개를 숙이고 빠른 속도로 활강을 한 과실이 있고 이런 과실로 인해 이 씨에게 손해를 가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안 씨의 보험사인 농협손해보험은 이 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 서서히 이동하던 피해자에게도 10% 책임 인정

다만 「스키는 경사진 비탈을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운동으로 어느 정도의 충돌 가능성이 내재돼 있어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에 전방에서 주행하던 이 씨도 다른 이용자들의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스키를 타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며 「이 과실이 손해 발생이나 확대에 기여했다고 보이므로 안 씨의 책임을 9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농협손해보험은 '이 씨가 받은 도수치료 93회, 체외충격파 34회는 과다하므로 도수치료 39회분, 체외충격파 9회분만 인정돼야 하고, 제증명료 및 복사비뿐만 아니라 비타민D 주사, 근무력 주사 비용도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신성철 판사는 "사고로 인한 상해 부위, 치료의 부위와 기간, 횟수 등을 감안하면 이 씨가 지출한 도수치료 등의 비급여 진료비가 이 사고로 인한 상해의 치료와 무관한 비용이라고 보이지 않는 점, 타인의 불법행위로 상해를 입은 경우 손해배상청구를 하려면 거의 필수적으로 진단서, 진료기록을 제출해야 하므로 그 비용 또한 이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보면, 기왕치료비는 모두 이 사고로 인한 치료비로 인정된다"는 이유로 농협손해보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례처럼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다가 다른 사람과 충돌해 발생한 사고가 소송까지 이어진 경우 누구의 과실이 더 큰지 따지게 되는데, 대체로 후방에서 충돌한 사람의 책임을 더 크게 본다. 

2019년 5월 선고된 판결 중에는 슬로프 가장자리에 서 있던 스키어(피해자)와 뒤에서 내려오던 다른 스키어(가해자)가 충돌한 사안에서 피해자의 책임을 30% 인정하고 가해자의 책임을 70%로 제한한 사례가 있다.3)

한편 스키를 타고 내려오던 스키어(가해자)가 슬로프 하단 리프트 근처에서 스노보드를 벗기 위해 멈춰있던 스노보더(피해자)를 약 5~6m 전방에서야 발견하고 정지 내지 회전을 하거나 안전하게 넘어지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진행하면서 배 부분으로 피해자의 뒷허리 부분을 충격해 갈비뼈 골절상을 입힌 사건에서는 "자신의 실력보다 난이도가 높은 슬로프에서 처음으로 스키를 타고 내려오다 피해자를 뒤늦게 발견하고도 제동 또는 회전을 하거나 스스로 안전하게 넘어지는 등의 조치를 전해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진행해 사고를 일으킨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고 다만 피해자에게도 "슬로프의 중간이 아닌 하단의 리프트 근처에 있었다고는 하나 혹시라도 모를 충돌사고에 대비해 주의를 잘 살필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지한 채로 주위를 잘 살피지 않고, 보호장구인 엉덩이보호대 또는 착용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해자의 이런 과실은 사고 발생 및 그로 인한 손해 확대의 한 원인이 됐다"며 피해자의 과실 비율을 20%로 보고 가해자의 손해배상책임을 나머지 80%로 제한한 사례도 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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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6월 22일

1) 피해자에 대해 가명을 사용한다.
2) 농협손해보험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3)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4. 4. 선고 2018가합572430 판결. 보험사(현대해상)가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기각이 됐고(서울고등법원 2019. 12. 18. 선고 2019나2021925 판결) 그 무렵 판결이 확정됐다.
4)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11. 26. 선고 2013가단9721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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