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동일 위난으로 사망하면 동시사망 추정...피보험자의 사망 당시 법정상속인에게 보험금 전액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일산화탄소 중독이라는 동일 위난으로 사망한 어머니와 자녀 간에는 상속이 이뤄지지 않으므로 피보험자인 자녀의 보험계약상 보험수익자(상속인) 자격이 없는 어머니를 제외한 자녀의 법정상속인(아버지)에게 보험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한다.

서울중앙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김동현 부장판사]는 "번개탄 연소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자녀의 사망에 따른 보험금 2억 원을 달라"며 홍 모 씨의 아버지(유족)가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롯데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1)

홍 씨는 2020년 7월 롯데손해보험과 사이에 홍 씨 자신을 피보험자로 정하고 피보험자가 상해로 사망하는 경우 사망보험금수익자인 법정상속인에게 2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홍 씨의 부모는 1980년 혼인했고 두 사람 사이에서 홍 씨가 출생했다. 홍 씨의 부모가 1989년 이혼하면서 홍 씨는 2013년까지 아버지와 함께 생활했으나 사망 당시까지는 어머니 박 모 씨2)와 함께 생활했다. 홍 씨와 박 씨는 2022년 2월 거주지 아파트 안방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침대에 누워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안방 창문은 모두 닫힌 상태였고 테이블 위에 번개탄 다수를 태운 흔적이 있었다. 경찰은 2022년 3월 두 사람이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판단하고 범죄 혐의가 없다는 의견으로 입건 전 조사종결 처분을 했다.

이에 숨진 홍 씨의 유일한 법정상속인이자 보험수익자였던 아버지(유족)가 롯데손해보험에게 사망보험금 2억 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롯데손해보험은 2022년 6월 경찰기록 등을 근거로 '홍 씨의 사망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이므로 면책약관에 의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거절했고, 강력 반발한 유족은 법원에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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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과정에서 롯데손해보험은 자사가 제기한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극단적 선택'이라는 면책 주장과 관련해 일반인의 상식에서 홍 씨의 사망이 극단적 선택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홍 씨의 사망에 제3자 개입의 가능성이 배제된다는 점에서 가사 홍 씨의 극단적 선택이 인정되지 않아 어머니 박 씨가 홍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라면 박 씨는 홍 씨의 법정상속인 중 1인으로서 보험계약의 수익자에 해당하므로 홍 씨의 사망은 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로서 박 씨의 상속분(1/2)만큼은 유족이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예비적 주장을 했다.

재판부는 「해당 약관에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의 일부 보험수익자인 경우에는 다른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합니다"라고 기재돼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사망한 홍 씨와 박 씨의 사망 시기의 선후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이므로 민법 제30조의 규정 즉 "2인 이상이 동일한 위난으로 사망한 경우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이 유추적용된다」며 「박 씨가 홍 씨의 보험계약상 보험수익자(상속인)라 할 수 없으므로 이와 배치되는 롯데손해보험의 주장은 더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씨와 박 씨는 밀폐 장소에서 번개탄 연소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이라는 동일위난으로 사망했으므로, 동시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반대사실에 관한 증거가 없으므로, 홍 씨와 박 씨 사이에는 상속이 개시되지 않고, 홍 씨의 사망 당시 유일한 법정상속인이자 사망보험금 수익자는 아버지였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롯데손해보험은 유족에게 사망보험금 2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수익자가 반드시 '보험금 수령의 목적을 가지고'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쳐 사망에 이른 경우에만 일부 보험수익자의 면책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보험수익자가 피보험자를 고의로 해친 이상 그 동기가 우발적이었는지, 보험금 수령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보험수익자는 보험사에게 사망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이 경우 보험금청구권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으로 봐야 하므로, 전체 보험금 중 고의의 가해자인 보험수익자의 상속분 상당액에 대해서는 보험사에게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게 된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동반 사망한 두 사람의 사망 시간을 명확히 알 수 없어 동시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는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의 상속인이 될 수 없으므로, 홍 씨의 어머니 박 씨는 보험사고 발생 당시 피보험자 홍 씨의 보험수익자(상속인)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보험수익자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한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다만, 그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의 일부 보험수익자인 경우에는 다른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한다"라는 면책조항은 적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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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6월 15일

1) 롯데손해보험의 상고로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속 중이다.
2) 호칭의 편의상 홍 씨의 어머니를 다음부터 '박 씨'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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