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고령의 노인이 엉덩방아 찧는 낙상 사고 입은 후 사망했다면 상해의 직접 결과로 인한 사망으로 봐야


글 : 임용수 변호사


골다공증을 앓던 고령의 노인이 왼쪽 무릎으로 주저앉는 과정에서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 사고를 당한 뒤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내에 사망했다면, 상해의 직접 결과로 인한 사망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정 모 씨1)는 2021년 12월 자택에서 낙상한 후 요통 등의 통증을 호소했고 인근 병원에서 MRI 검사를 한 결과 흉추 제10~11번간 추간판탈출이 발견됐다. 정 씨는 이에 대해 흉추감압술과 흉추간판제거술을 받은 후 요양병원으로 전원됐다. 전원 당시 정 씨의 진단명은 '흉추간판의 외상성 파열', 'L2 부위의 골절, 폐쇄성', '상세불명의 하반신마비' 등이었다. 정 씨는 요양병원에서 보존적 치료를 받던 중 2022년 2월 사망했다. 요양병원 의사가 작성한 사망진단서에는 직접 사인이 심정지로 기재돼 있었고, 심정지의 원인은 흉추골절로 기재돼 있었다. 

유족은 정 씨가 '자택 화장실에서 미끄러지면서 심하게 엉덩방아를 찧는 사고로 상해가 발생해 사망했다'며 케이비손해보험에 상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케이비손해보험은 '상해사고가 확인되지 않고, 척수병증에 의해 계속적 후방기기고정술 및 감압술 시행 후 양측 하지마비 상태로 요양병원에 전원해 보존적 치료 중 사망한 것으로 약관상 질병에 해당돼 면책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유족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의 주된 쟁점은 상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존재 여부였다.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민사3단독 공민아 판사는 케이비손해보험이 정 씨의 유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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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아 판사는 먼저 「민사 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문제된 사고와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람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인용했다.3)

이어 「정 씨는 고혈압, 당뇨, 척추 수술력 외에 다른 과거력이 없는 상태로서 이 사고 이전까지 사망의 원인이 될 만한 기왕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점, 정 씨는 사고일인 2021년 12월 이후 퇴원하지 못한 채 2022년 2월 사망했는바 사고와 사망 사이에 간격이 그리 길지 않은 점, 정 씨는 사고 이후 하지마비 증상이 나타났고 하지마비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수술 이후로도 하지마비 증상이 계속돼 요양병원에서 보존적 치료를 계속해 온 점, 하지마비의 경우 장기간 누워있음으로 인해 혈전, 흡인성 폐렴, 욕창 등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정 씨는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씨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며 「케이비손해보험은 유족에게 이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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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의 경우 이 사고 이전에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을 보인 적이 있으나, 그런 증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거동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면 정 씨의 과거력은 상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인하거나 상해사고를 부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없다는 게 이 판결의 취지다.  

이 판결에는 또한 정 씨와 같은 고령의 골다공증 환자에게서는 저에너지 손상으로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으나, 정 씨가 주저앉아 엉덩방아를 찧게 되면서 무릎을 통해 받은 충격이 작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사고 이후 119 구급대를 부를 정도의 요통 등 통증을 느끼고 급기야 수일 후 하지마비증상으로 수술을 받게 되는 등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으므로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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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6월 10일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에 대해 유족의 성 씨를 사용한다.
2)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3. 11. 24. 선고 2022가단54551 판결. 케이비손해보험의 항소로 사건(춘천지방법원 2023나36395호)이 항소심에 계속 중이다.
3)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63776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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