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등산로 아래로 추락하면서 머리 부위 등에 손상을 입고 사망한 피보험자의 유족에게 보험사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산행 도중 추락하며 머리 부위 등을 다치고 사망한 경우는 내재적 원인에 의한 사망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이 씨는 2016년 8월과 2019년 10월에 롯데손해보험의 보험 상품 2개에 가입했는데, 상해로 사망할 경우 보험금 1억8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씨는 2023년 7월 포항 내연산에서 산행을 하던 도중 알 수 없는 이유로 등산로 약 25m 아래로 굴러떨어지며 머리 부위 등을 다쳤고 곧 사망했다. 유족들은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롯데손해보험은 "이 씨의 사망은 내재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의한 사망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유족들은 소송을 냈다.
최용호 판사는 「롯데손해보험은 이 씨가 내재적 원인에 따른 의식 상실로 굴러떨어져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이는 보험약관 소정의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한 것이 아니므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나, 경북포항북부경찰서의 변사사건발생 통보서에는 변사종별 원인을 추락(자기과실)으로, 사인 및 의사소견의 직접사인은 추락사로 돼있고,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의 변사사건 처리에 대한 검사 의견서에도 직접사인은 추락사(추정)로 돼있다」며 「변사사건발생 통보서의 발견 경위 란에 적힌 '변사자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눈을 감으면서 밑으로 쓰러지는 것을 발견'이라는 내용만으로는 이 씨가 내재적 원인에 따른 의식 상실로 인해 사망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씨의 2013년부터 2023까지의 요양급여내역에서는 의식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는 뇌, 심장 등의 중요 장기에 관해서는 치료를 받은 내역을 찾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씨가 사망한 직접적인 원인은 산행 도중 알 수 없는 이유로 등산로 아래로 굴러떨어지면서 머리 부위 등에 입었던 손상(으로 인한 사망)이므로, 이 사고는 롯데손해보험의 보험 약관 소정의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해보험의 보험금청구권자가 익사, 추락사 등 외형적, 유형적으로 피보험자가 예기치 않은 사고, 즉 의도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주장·입증하면 그 사고는 일단 보험사고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그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라든가 '피보험자의 내재적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 사례의 경우 이 씨의 사인은 외형적으로 볼 때 추락사이므로, 롯데손해보험이 이 씨의 사망 사고가 '이 씨의 내재적 원인'에 따른 의식 상실로 굴러떨어지며 사망에 이른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이 씨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것으로 상해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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