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금 지급 거절 통보만으로 보험계약 해지 효력 없다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 가입 당시 당뇨, 고혈압, 만성신장질환, 뇌경색 등의 병명으로 입원과 통원을 반복하고 장기간 약물을 투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고지 의무 위반)로 보험사가 보험을 든 사람에게 보험금 지급 거절 통보를 했으나, 법원은 해지의 효력이 없다며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보험사가 가입자 측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 거절 통지만 했다면 보험계약에 대한 해지권 행사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서울중앙지법 제3-1민사부[재판장 석준협 부장판사]는 박 모 씨1)의 유족들이 에이스아메리칸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유족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전부승소 취지로 판결했다고 밝혔다.2)

박 씨의 자녀는 2019년 6월 박 씨 등을 피보험자로 정하고 베트남 여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의료비 등의 사고(2019년 6월 21일부터 같은달 27일까지의 해외여행실손 등)를 담보하는 보험에 가입했다.  

박 씨는 2019년 6월 21일 출국해 베트남 호치민에 도착했다. 이튿날 박 씨는 급성뇌경색 등으로 진단받고 2019년 6월 24일까지 치료를 받으며 300여만 원의 의료비를 지출했다. 박 씨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 2019년 7월 26일까지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1470여만 원의 의료비를 지출했다. 이후 박 씨는 2019년 7월 26일 국내로 이송됐고 그 이송비용으로 5057만원 상당이 소요됐다. 박 씨는 국내 병원에 입원해 2019년 8월 23일까지 치료를 받으면서 2800여만 원의 의료비 중 780여만 원(본인부담금 700여만원 +비급여 80여만 원)을 지출했고, 2019년 8월 한 요양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2019년 9월 사망했는데, 요양병원에서는 670여만 원의 의료비 중 156만 원 상당(본인부담금 137만 원 + 비급여 19만 원)을 지출했다. 

유족들은 해외의료비와 국내의료비, 해외여행 중 중대사고 구조송환비용(한도금액 300만 원)의 합계금으로 총 2900여만 원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2020년 1월 유족들에게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박 씨의 자녀가 보험 청약 당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을 작성하면서 '최근 5년 이내에 고혈압, 뇌경색, 당뇨병 등의 10대 질병에 대해 질병확정진단, 치료, 입원, 수술, 투약 등의 사실이 있냐'고 묻는 항목에 '아니오'라고 표기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강력 반발한 유족들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소송을 냈다.

로피플닷컴은 여러분의 든든한 보험 법률 파트너
법률상담 문의 ☎ 02-595-7907

재판부는 「해지권은 법률의 규정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나, 당사자의 계약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며 「약정해지권의 발생 원인, 행사 및 효과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간의 약정에 따라 규율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보험계약의 보험약관에 의하면, 보험기간이 경과한 이후라도 에이스아메리칸화재해상보험이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상대방에게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며 「그런데 에이스아메리칸화재해상보험은 2020년 1월 유족들 측에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다는 의사표시만 했을 뿐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또 「에이스아메리칸화재해상보험은 '보험금 지급 거절을 해지권 행사로 선해할 수 있다'라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보험계약의 담보 내용이 의료비와 국내 송환비용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피보험자로 박 씨뿐만 아니라 박 씨의 자녀도 포함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박 씨 관련 의료비 및 국내 송환비용의 지급을 거절한다는 의사표시를 보험계약 전체에 대한 해지권 행사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이스아메리칸화재해상보험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박 씨가 베트남 여행 중 질병으로 인해 의료비 등을 지출했으므로, 에이스아메리칸화재해상보험은 이 보험계약에 따라 2900여만 원의 보험금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에이스아메리칸화재해상보험은 이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 중에는 이 사례에서처럼 고지의무(계약 전 알릴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통지를 했으므로 고지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해지권의 행사 방법은 묵시적으로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으나, 보험 가입자 보호를 위해서는 명시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험계약을 해지하고자 하는 보험사는 해지의 의사표시를 해야 하고, 계약 전 알릴의무 위반 사실 및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이 중요한 사항에 해당되는 사유를 '반대증거가 있는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계약자에게 서면 등으로 알려야 한다. 

[복제·배포 또는 방송 금지]

 LAWPIPL.COM
  • 최초 등록일 : 2024년 5월 4일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에 대해 유족의 성 씨를 사용한다.
2) 에이스아메리칸화재보험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