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폐경기 여성이 장기간 호르몬제 '리비알정' 투약 사실을 알리지 않았어도 고지의무위반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폐경기 여성이 호르몬제인 리비알정을 장기간 처방 및 투약받은 사실을 보험계약 때 알리지 않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여성의 폐경이 질병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폐경에 따른 호르몬제 복용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보험사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취지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박재성 판사는 박 모 씨가 질병과 상해를 담보하는 보험에 가입하며 990일 동안 호르몬제를 처방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메리츠화재는 박 씨에게 32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1)

법원 "여성의 폐경은 질병 또는 상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박재성 판사는 「이 보험은 질병 또는 상해를 담보하기 위한 보험으로서 그 알릴의무사항 역시 박 씨의 질병 또는 상해 이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므로, 계약전 알릴의무사항 중 '계속 7일 이상 치료'나 '계속 30일 이상 투약'은 질병 또는 상해로 인해 치료 또는 투약한 경우로 제한된다고 할 것」이라며 「그런데 박 씨가 폐경기 여성으로서 호르몬제 처방을 받기 위해 13회 통원하고 그에 따라 장기간 호르몬제로서 리비알정을 투약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여성의 폐경이 질병 또는 상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박 씨가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질병 치료를 위해 리비알정을 복용한 것이 아니어서 계약전 알릴의무 사항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박 씨가 복용한 리비알정이 유방암과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는 메리츠화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메리츠화재 주장대로 이론적으로 전혀 연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인과관계를 의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정에 관한 주장, 입증 없이 단순히 이론적 가능성만으로 인과관계의 존재 가능성을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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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암 등의 질병과 상해를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한 뒤 이듬해 유방암 진단을 받았으나, 메리츠화재가 보험가입 기준 5년 이내인 2016년 10월부터 2019년 7월까지 13회 통원치료를 받았고 990일 동안 리비알정 처방을 받았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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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계약 당시 지속적인 치료와 투약 내용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메리츠화재의 주장 부분과 관련된 계약전 알릴의무사항은 "최근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① 입원, ② 수술, ③ 계속해 7일 이상 치료, ④ 계속해 30일 이상 투약"에 관한 것으로, 그 중 ③, ④에 해당하는 고지의무위반 여부가 쟁점이었다.

피보험자가 의사로부터 처방받은 약을 실제로 구입하지 않았거나 복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보험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에 해당하면 고지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예컨대, 처방한 고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았어도 보험청약서상 질문 사항인 고혈압으로 진단 및 투약, 치료를 받았는지 여부는 보험사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해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중요한 사항이므로 보험계약 당시 고지하지 않으면 고지의무위반이 된다.2)

2023년 8월 선고된 판결 중에 만 46세의 중년 여성이 철분제 훼로바를 처방받고 복용 중인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보험에 가입한 뒤 난소 및 자궁내막의 악성신생물 암진단을 받았던 사건에서 1심은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으나,3) 2심은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 있다.4) 이 판결에서 1심 법원은 훼로바는 의사의 처방전이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 철분제로서 우리나라 중년 여성이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이 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훼로바를 처방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은 상법 제651조 또는 약관 규정이 정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설령 훼로바를 처방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가입자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훼로바를 처방받은 것이 단순한 '빈혈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데다 자신이 빈혈 증세로 복용하는 철분제를 단순한 영양제 또는 건강보조제(철분보충제)로서 보험사 소속 보험모집인에게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런 사실을 고지하지 않는 것이라고 보기는 부족하다면서 '철 결핍 빈혈로 처방받은 사실과 계속해 30일 이상 투약한 사실'에 관한 계약전 알릴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사의 계약해지 통보가 부적법하고 보험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보험사가 보험계약 당시 피보험자가 여러 차례에 걸쳐 '비정상적인 근육 수축', '저칼슘혈증'에 대한 진료, 진단 및 처방을 받은 끝에 빈혈의 진단을 받고 180일분의 훼로바 처방을 받은 사실을 알았다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판단되므로 피보험자가 180일치의 훼로바 처방을 받은 사실은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고, 나아가 피보험자가 빈혈의 진단을 받기까지 상당한 기간 여러 차례 진료를 받아 왔고 더구나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다시 병원 신경과를 찾아 '피로감, 불면증, 두통 등등'의 증상을 호소하면서도 '빈혈약을 먹으면서 불면, 피로, 두통은 꽤 좋아졌다'고 말한 점에 비춰 보면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아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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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4월 27일

1) 이 판결에 대해서는 메리츠화재의 항소로 2심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계속 중이다.
2) 같은 취지 :  서울고등법원 2010. 2. 12. 선고 2009나94744 판결.
3)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4. 7. 선고 2022가합528959 판결.
4) 서울고등법원 2023. 8. 23. 선고 2023나201931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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