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아파트 창문에서 반려견과 동반 추락사 ... 법원 "극단적 선택 증명 안 돼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아파트 27층에서 남편이 반려견과 함께 창문 밖으로 추락해 사망한 사건에서, 보험사들은 의도적으로 뛰어내린 '고의적 극단 선택'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충동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결심할 만큼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불안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임용수 변호사가 보험 가입자 측인 유족(원고)의 소송대리인으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수행해 원고승소 판결을 받아낸 사건이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단독] 소개하고 해설한다. 

박 모 씨1)는 2018년 12월 엠지손해보험과 사이에, 2019년 9월에는 흥국화재해상보험과 사이에 각각 피보험자를 박 씨 자신으로 정하고, 피보험자의 사망 시에 보험금을 받을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하는 내용의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두 보험계약에는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 보험수익자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가입금액 7000만 원(5000만 원+2000만 원)의 사망특약이 담보로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박 씨는 2021년 8월 포항에 있는 부모 집인 한 아파트 27층 작은방 창문에서 반려견과 함께 추락해 그 아래 화단에 쓰러져 있었고, 그 직후 병원에 후송됐지만 곧 사망했다. 사고 발생 당시 아파트 작은방 창틀의 높이는 100cm, 폭은 약 63cm, 바닥으로부터 창틀 턱까지는 124cm였고, 작은방 창문 근처에는 바퀴가 달려 있는 검정색 사무용 의자가 있었다.

박 씨의 아내가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들은 "아파트 작은방 창문은 실수로 추락하기 힘든 구조"라며 "박 씨는 우울증 등의 영향으로 자신의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창문에서 투신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이에 박 씨의 아내와 아들(유족)은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보험소송닷컴)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유족을 위해 원고 소송대리인이 된 임용수 변호사는 "박 씨가 부모 집인 아파트 작은방 창문에서 반려견에게 바깥 공기를 쐬어 주다가 실수로 추락해 사망했고, 이는 박 씨가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입은 상해의 직접결과로 사망한 것이므로, 보험사들은 상해보험계약 중 사망특약에 따른 보험금 7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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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제208민사단독 신성철 판사는 아파트 작은방에서 반려견(포메라니안)과 놀다 창문에서 추락해 숨진 박 씨의 유족이 엠지손해보험과 흥국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보험사들은 유족에게 보험금 7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전부승소 판결했다.2)

신성철 판사는 판결문에서 「박 씨가 개를 들고 서있거나 바퀴 달린 의자 위에 개를 들고 올라가 있다가 몸의 균형을 잃거나 개가 돌발적인 행동을 해서 추락하려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박 씨가 상체를 과하게 숙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고의로 추락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추락이 가능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이유로 추락하는 사고의 유형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일응 이 사고는 우발적이고 우연한 사고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성철 판사는 이어 「박 씨가 극단적 선택의 의사를 밝힌 유서나 그런 의사를 암시한 메모, 문자메시지 등이 발견되지 않았고, 박 씨에게 신체적인 질병이나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아내나 직장 동료들과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씨가 사고 1달 전부터 말수가 없어졌고 마음이 힘드니까 휴직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으나, 박 씨는 사망 전까지 우을증으로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적이 없었고, 박 씨가 그 같은 행동과 말을 하게 된 이유를 짐작할만한 사정도 알 수 없다」며 「박 씨가 충동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결심할 만큼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불안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보험사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고가 박 씨의 고의에 의해 발생한 것이 일반인의 상식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백하게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보험사들은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에서는 보험사고가 고의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비록 중대한 과실에 의해 생긴 것이라고 하더라도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3)

인보험 보험사고의 요건 중 '우연한 사고'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발적으로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하며, 이런 사고의 우연성에 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

보험금 청구자는 추락사, 익사 등과 같이 외형적, 유형적으로 볼 때 피보험자가 예견하거나 기대하지 않은 과실로 사고의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증명하면 일단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이므로, 그 추락이나 익사 등은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 그 이후 보험사는 그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일반인의 상식에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증명해야만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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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5월 18일

1) 피보험자(망인)에 대해 가명을 사용한다.
2) 보험사들의 항소 포기로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3) 같은 취지 : 대법원 1998. 4. 28. 선고 98다4330 판결, 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26910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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