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사가 고혈압 및 당뇨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 오던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을 든 사람에게 만성신장병(만성신부전) 신장이식수술로 인한 질병후유장해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으나, 법원은 신장이식으로 인한 질병후유장해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 및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상 보험사의 면책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신장병을 원인으로 한 신장이식수술로 인한 후유장해보험금까지 당뇨병 및 고혈압과 관련한 보험금인지가 명백하지 않다면 면책조항에 의해 면책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안 씨는 2016년 6월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흥국화재의 질병보험에 가입했다. 이 질병보험은 별표에 있는 장해분류표에서 '흉복부장기 또는 비뇨생식기 기능에 심한 장해를 남긴 때'에 질병후유장해보험금(지급률 75%)을 지급하는데, 여기서 '흉복부장기 또는 비뇨생식기 기능에 심한 장해를 남긴 때'란 '심장, 폐, 신장 또는 간장의 장기이식을 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또한 보험금 지급에 관한 세부규정으로 '청약서상 계약전 알릴 의무(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인해 과거(청약서상 당해 질병의 고지대상 기간을 말한다)에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해당 질병과 관련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면책조항'을 두고 있었다.
안 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청약서의 '계약전 알릴 의무'에 관한 질문지를 작성하면서 '최근 5년 이내에 암, 백혈병,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판막증, 간경화증, 뇌졸중증(뇌출혈, 뇌경색), 당뇨병, 에이즈(AIDS) 및 HIV 보균 등 11대 질병으로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의료행위(질병확정진단, 치료, 입원, 수술, 투약)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안 씨는 2013년 6월부터 당뇨병 진료를, 2013년 9월부터 고혈압 진료를 받아 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안 씨는 2021년 4월 병원에서 만성신장병 진단을 받고 2021년 10월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뒤 2022년 1월 흥국화재에게 보험계약에 따른 질병후유장해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흥국화재는 안 씨가 고혈압 및 당뇨병 진단 및 치료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계약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며 자사의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안 씨의 만성신부전증은 보험 가입 전에 발병한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고 그 만성신부전증으로 신장이익수술을 받게 된 것이므로 안 씨의 질병후유장해보험금은 면책조항에서 정하는 '계약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과 관련한 보험금'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안 씨는 '계약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더라도 계약일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는 해지할 수 없으므로 흥국화재의 해지권 행사는 부적법하고, 안 씨의 신장이식에 관한 질병후유장해보험금은 '계약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과 관련한 보험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면책조항에 의해 면책되지 않는다며 흥국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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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판사는 먼저 '계약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해지의 적법성 여부와 관련해 「안 씨가 '계약전 알릴 의무'를 위반한 사실은 인정되나, 흥국화재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2016년 6월부터 3년 내에만 이를 이유로 해지할 수 있는데, 흥국화재의 해지권은 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2년 5월에서야 비로소 행사됐으므로 그 행사기간을 도과했음이 역수상 분명하다」며 「따라서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면책조항'에 따른 면책 여부와 관련해서는 「일반적으로 당뇨병과 고혈압이 사구체 질환과 함께 말기 신부전의 주요 원인이 되는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신부전은 당뇨병 또는 고혈압과 구분되는 별개의 질병이고, 이 보험계약의 약관에서도 당뇨병과 고혈압은 신부전과 별개의 질병으로 분류돼 있는바, 안 씨에게 신부전 자체는 '계약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이 될 수 없고, '계약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은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관 작성자불이익의 원칙의 법리에 비춰 볼 때, 이 '면책조항'에서는 계약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과 관련한 질병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지 않고, 해당 질병과 관련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그 문언상 계약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 자체의 진단, 치료 등으로 인한 보험금 외에 해당 질병과 관련성이 있는 별개의 질병의 진단, 치료 등으로 인한 보험금까지 '계약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과 관련한 보험금'으로 면책된다는 의미인지가 명백하지 않은바, 고객에게 유리하게 면책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계약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인 당뇨병 및 고혈압이 일반적으로 신부전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정도의 질병 간 관련성이 있다고 해서 당뇨병 및 고혈압 자체의 진단, 치료 등에 따른 보험금도 아닌 신부전을 원인으로 한 신장이식수술로 인한 후유장해보험금까지 당뇨병 및 고혈압과 관련한 보험금으로서 이 '면책조항'에 의해 면책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면책조항'은 '계약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과 관련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바, 안 씨가 청구하는 질병후유장해보험금은 계약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 즉, 안 씨의 고혈압 및 당뇨병과 관련한 보험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이 '면책조항'을 근거로 흥국화재의 질병후유장해보험금 지급채무가 면책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흥국화재는 이 판결에 불복,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흥국화재는 해지의 적법성과 관련해 안 씨가 보험계약 체결 이전부터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계속 치료를 받아 왔고, 보험계약 체결 이후에도 같은 질환으로 꾸준히 진료를 받았으며, 2021년 4월에는 만성신장병 진단을 받았음에도, 신장이식술을 받을 때까지 질병통원의료비, 질병입원의료비 등의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음으로써 흥국화재에게 안 씨의 건강 상태 등에 관해 적극적인 신뢰를 부여했으므로, 안 씨가 흥국화재의 해지권 행사기간 도과를 원용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권리남용 금지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윤지영 판사는 "안 씨가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직접 원인이 된 질병은 만성신장병(만성신부전)으로 고혈압 및 당뇨병과 구분되는 질병인 점, 안 씨는 보험계약 체결일부터 4년 9개월 정도 지난 2021년 4월에야 만성신장병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점 등에 비춰 흥국화재가 드는 사정만으로는 안 씨가 해지권 행사기간 도과를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권리남용 금지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흥국화재의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담당 판사가 보험법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판결에 대해 흥국화재의 항소로 사건이 항소심에 계속 중이므로 해설을 덧붙이는 데 조심스럽다. 판결 확정 이후에 해설을 추가할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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