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극단적 선택 의심"하며 보험금 지급 거절한 보험사에 대해 법원 판결로 제동


글 : 임용수 변호사


추락 사고로 숨진 가입자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정황이 있다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의 행태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단독] 소식으로 소개하고 해설한다.

서울고법 민사12-3부[재판장 박형준 부장판사]는 숨진 김 모 씨의 유족들[소송대리인 임용수 변호사]이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현대해상의 항소를 기각하고 "유족들에게 4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던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다.1)

가정주부인 김 씨는 임신 초기부터 산후 우울증이 심했고 2018년 10월 우울증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받은 것을 시작으로 '중증의 우울증 에피소드' 진단을 받았다. 2020년 7월부터는 우울증이 심한 양상을 보여 '양극성 정동장애, 현존혼합형'으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다. 

김 씨는 자신의 생일날 저녁에 부모, 가족들과 모여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맥주를 마신 다음 밤 11시께 집으로 와서 남편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다음 집을 나가 그 전에 살았던 아파트로 가서 그곳 21층 계단 창문에 걸터앉아 있다가 경비실 옥상으로 추락해 숨졌다. 그녀의 유언장은 발견되지 않았다.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말이나 문자메시지도 남기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말이나 문자메시지를 남기지 않았다. 

문제는 현대해상 측이 "피보험자 스스로 투신에 의한 극단적 선택은 고의에 의한 사고이므로 보험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유족들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지만 현대해상 측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유족들은 현대해상이 '우연성이 결여돼 있고 고의에 의한 극단적 선택이기 때문에 면책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자 보험금 4억 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현대해상은 사고 당시 아파트 계단 창문 세로틀 중간 부분에 있는 손바닥 자국의 위치, 사고 현장에 있던 김 씨의 슬리퍼 형상 및 위치 등을 근거로 사고 당시 계단 창문에서 뒤로 넘어지면서 추락한 게 아니라 시선을 창밖으로 향한 채 발을 딛고 창문틀로 올라가서 창문틀에 잠시 걸터앉았다가 앞으로 투신하는 형태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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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먼저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극단적 선택을 보험사가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제시했다.

이어 「숨진 김 씨가 사고 발생일 무렵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합격했다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도 유서 등을 남기지 않은 것 등은 당시 양극성 정동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김 씨가 사고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오히려 부합하는 사정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계속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알코올 섭취에 따라 극단적 선택 충동성이 현저히 증가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고, 우울증이 점차 악화되면서 현실적인 사고와 판단 능력도 매우 약화된 상태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밖에 「현대해상이 주장하는 김 씨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의 행동, 김 씨의 아파트로의 이동, 사고 현장의 모습 등을 종합해 봐도, 김 씨가 양극성 정동장애 등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인해 본인 스스로의 의지를 조절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이라는 의학적 판단 등을 뒤집고, 사고 당시 김 씨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에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고의로 자신을 해쳐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김 씨는 우울증 내지 양극성 정동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중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매뉴얼 제5판(DSM-5)에 따르면,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복되는 극단적 선택 사고 또는 극단적 선택 시도나 극단적 선택 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주요 우울장애의 증상으로 포함돼 있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는 DSM-5에서 언급한 증상의 개수 등을 고려해 우울장애를 경도, 중등도, 고도(중증)로 분류하고 있는데, '우울병 에피소드가 뚜렷하며 의기소침, 특히 자부심의 소실이나 죄책감을 느끼고 극단적 선택의 충동이나 행위가 일반적이며 많은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를 고도(중증)로 보고 있다.

양극성 장애는 기분이 들뜨는 조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하는 기분장애의 대표적 질환이다.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고양되면서 생기는 다양한 증상의 조증 삽화(Manic Episode)를 보이는 양극성 장애 I형과 조증 삽화보다 증상이 경하고 상대적으로 지속기간이 짧은 경조증 삽화(Hypomanic Episode)를 보이는 양극성 장애 II형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병의 경과상 주요 우울증삽화(Depressive Episode)가 독립적으로 또는 혼합돼 나타날 수 있다. 젊은 나이에 발병하거나 산후 우울증의 과거력 등이 있을 경우에는 특히 양극성 장애가 아닌지 고려해 봐야 한다. 특히 김 씨와 같이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태에 있으면서 음주(알코올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고·감정·태도·행동의 폭이 상당한 수준에 이를 수 있으며, 음주라는 유발요인에 의해 충동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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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3월 16일

1) 현대해상의 항소 포기가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2) 같은 취지: 이 판결의 1심 판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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