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통신선 가설 및 포설 직업 고지의무 위반 주장하던 보험사 패소, 숨진 남성에 보험금 지급 판결


글 : 임용수 변호사


전기통신회사에 다니며 광케이블 드럼 상차작업을 하던 남성이 사고로 숨지자 보험사가 통신선 가설, 포설 및 유지보수원이라는 직업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재판에서 패소했다. 임용수 변호사가 유족의 소송대리인으로 소송을 수행, 승소 판결로 이끈 사례다.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단독 김한성 판사는 김 모 씨의 유족[소송대리인 임용수 변호사]이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롯데손해보험은 유족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전부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1)

전기통신회사에 재직 중이던 김 씨는 지난 2022년 11월 충남 보령시 청라면의 한 야적장에서 광케이블 드럼을 카 크레인에 연결해 운반용 화물차에 싣던 중 크레인에 연결된 PP로프가 무게 약 719kg의 광케이블 드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지면서 광케이블 드럼이 밑으로 낙하해 김 씨의 머리를 충격했고, 그로 인해 김 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에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유족은 김 씨의 아내 최 모 씨가 김 씨가 숨지기 약 1년 전에 들어놓은 운전자보험계약을 근거로 총 1억 원의 상해사망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롯데손해보험이 2023년 1월 운전자보험의 모집인이 김 씨의 배우자(아내 최 씨)인 데다 김 씨의 실제 직업이 '통신선 가설, 포설 및 유지보수원(3급)'임에도 '정보통신기기 설치‧수리원(2급)'으로 고지함으로써 계약 전 알릴 의무(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그에 따라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유족은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재판 과정에서 "김 씨가 2021년 3월부터 통신선 포설 및 가설 업무를 수행해왔음에도 보험계약 체결 당시 직업을 '통신선 가설, 포설 및 유지보수원(3급)'으로 고지하지 않고 '통신장비 설치 및 수리원(2급)'이라고만 했다"며 "이는 피보험자의 실제 직업‧직무를 불고지 내지 부실고지한 것이므로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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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성 판사는 「김 씨의 재직증명서 및 근로복지공단에서 발급한 고용보험 일용근무‧노무제공내역서에는 김 씨의 직업이 모두 '정보통신기기 설치수리원'으로 기재돼 있다」며 「보험계약 체결 시 김 씨의 직업을 '통신장비 설치 및 수리원'으로 고지한 것은 재직증명서 등에 부합하는 등 객관적인 근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롯데손해보험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직업분류 및 위험등급표에 의하면 김 씨의 직업은 '통신장비 설치 및 수리원'보다는 '통신선 가설, 포설 및 유지 보수원'에 더 부합해 보이기는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험사 위험등급표에는 '통신장비 설치 및 수리원'과 마찬가지로 위험등급 2급에 해당하는 '통신‧방송 및 인터넷케이블 설치 및 수리원'이 존재하는데, 김 씨가 구체적으로 한 업무가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통신선로를 설치하는 것이었으므로, 김 씨의 직업이 '통신‧방송 및 인터넷케이블 설치 및 수리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며 「그런데 '통신장비 설치 및 수리원'과 '통신‧방송 및 인터넷케이블 설치 및 수리원'의 각 위험등급이 2급으로 동일하므로, 최 씨가 김 씨의 직업을 다소 부정확하게 고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더라도, 보험사가 사고 발생의 위험도를 측정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한국표준직업분류에 의할 때 '통신장비 설치 및 수리원'과 '통신선 가설, 포설 및 보수 유지원'은 모두 분류코드 '77231'의 '통신케이블 설치 및 수리원'에 포함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통신장비 설치 및 수리원'과 '통신선 가설, 포설 및 유지 보수원' 사이에 사고 발생의 위험에 있어 현저하거나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근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별히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자신의 직업이 위험직업군에 해당해 당해 보험에 가입할 수 없음을 알고 이를 회피하거나 보험료 산출시 적용되는 보험료율을 의도적으로 낮추기 위해 고의로 피보험자의 직업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은 것이 아닌 이상, 이후에 보험사는 직업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김 씨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고의 또는 중과실로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에 관한 전문적 지식·경험이 없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을 맺을 때 중요한 사항을 스스로 판단하고 빠짐없이 고지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의외의 손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 실제 거래에 있어서는 보험계약 청약서에 「회사에 알려야 할 사항」 혹은 「계약전 알릴 의무 사항」 등의 형식으로 질문란을 두고,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을 열거해 묻고 해당 사항을 기재토록 함으로써 고지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질문란을 「질문표」(questionaire)라고 한다.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이 질문표에 기재한 질문 사항에 대해 나름대로 성실하고 명확하게 답변하기만 하면 고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된다. 롯데손해보험의 약관도 청약할 때 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을 반드시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알고 있지도 않은 직업 내지 직종의 분류에 대해 조사하거나 탐지해 알아낸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고지의무 위반이 성립되려면 '중요한 사항'에 관한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가 있어야 하고, 또한 중요한 사항을 알면서 알리지 않은 것 또는 사실과 다르게 말한 것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고의라 함은 「고지의 대상인 사실을 알고 또 그것이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까지 알면서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고지하는 것」을 말하며, 중대한 과실이란 「고지해야 할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현저한 부주의로 인해 그 사실의 중요성 판단을 잘못하거나 그 사실이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을 말한다.

또한,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려면 보험사가 그런 사실이 보험계약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생긴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 즉 고지의무 위반에서의 주관적 요건과 객관적 요건에 관한 입증책임은 계약을 해지하려는 보험사에게 있다.

통계청 작성의 한국표준직업분류표(KSCO) 및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사용하는 한국고용직업분류(KECO)상 '통신장비 설치 및 수리원' 즉 '통신·방송 및 인터넷케이블 설치 수리원'은 직업으로 분류되지만, '통신선 가설·포설 및 유지 보수원'이라는 직업이나 직업 분류명은 없다.

다만 김 씨의 사고 원인이 된 광케이블과 관련해, 한국표준직업분류상 광케이블 설치원 및 광케이블 시공원, 케이블포설원, 통신선로가설원, 통신케이블가설원은 분류 코드 '77231'의 통신케이블 설치 및 수리원에 해당하고, '통신케이블 설치 및 수리원'에 대해서는 '통신망에 기초가 되는 통신선을 가설하는 자를 말하며, 전화선 접속원, 광케이블 접속원, 무선통신 접속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한국고용직업분류표상 케이블포설원이라는 직업은 없지만, 세분류 직업명인 8423 '방송·통신·인터넷케이블 설치·수리원의 수행직무에 포함된다.

롯데손해보험의 홈페이지 공시실에 있는 직업분류 및 위험등급표에 의하면, 통신케이블 가설원이 포함되는 '통신·방송 및 인터넷케이블 설치 및 수리원'을 '통신, 방송, 인터넷망에 기초가 되는 각종 통신선을 설치하고 고장 시 이를 수리하는 자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며, 이 같이 한국표준직업분류상의 통신 케이블 설치 및 수리원(광케이블 설치원과 광케이블 시공원, 케이블포설원, 통신선로가설원, 통신케이블가설원 등)이 포함되는 '통신·방송 및 인터넷케이블 설치 및 수리원'은 '통신장비 설치 및 수리원'과 동일한 위험등급(2)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시되고 있다.

최 씨는 남편 김 씨를 피보험자로 정해 여러 보험회사와 사이에 보험계약을 체결했는데, 다른 보험의 경우에도 청약서에 김 씨의 직업이 대부분 '통신장비 설치 및 수리원'으로 기재돼 있다(다만 신한라이프생명 주식회사는 '통신장비‧기지국 및 통신‧방송‧인터넷 케이블 설치‧수리원'으로,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는 '통신·방송 및 인터넷케이블 설치 및 수리원'으로 각 기재돼 있다). 그런데 다른 보험회사들은 김 씨의 직업에 대해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보험금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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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3월 9일

1) 확정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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