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사무직을 계속 유지하며 공사현장에서 건설일용직으로 일한 사실을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았더라도 비정기적으로 일용노동을 한 경우라면 일용직 업무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비정기적 일용노동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직업 변경 사실 통지의무 위반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임 모 씨는 2007년 5월 가입했던 상해보험의 보험료를 연체하다가 2020년 11월 자신의 취급 업무를 '사무직'으로 알리고 상해보험을 부활했다. 임 씨는 2021년 1월 한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나무 기둥에 부딪쳐 오른쪽 늑골골절상을 입는 사고를 입었고 병원에 10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후 2021년 4월 흥국화재에게 지출된 의료비에 상당한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흥국화재는 임 씨의 직업이 사무직(1급)에서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일용직(3급)으로 변경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임 씨는 흥국화재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대구지법 민사3-3부(재판장 손윤경 부장판사)는 임 씨가 흥국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흥국화재의 보험계약의 해지는 무효"라며 흥국화재의 항소를 기각하고 임 씨의 손을 들어줬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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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먼저 「흥국화재는 임 씨가 사무직으로 고용돼 있던 회사에 실질적으로 근무하지 않았다거나 상시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상시 출근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고용계약이 무효라거나 임 씨가 그 사무직에 종사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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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임 씨는 2020년 12월에 18일간 일용노동을 했으나 한 업체에서 일한 것이 아니라 10여개의 업체를 옮겨 다니며 일했고, 2020년 12월 이전과 2021년 2월 이후에는 일용노동을 했다는 증거가 없어, 흥국화재의 주장처럼 임 씨가 계속적인 의사로 일용노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임 씨가 일용노동 사실을 흥국화재에게 알리지 않은 것을 약관조항 혹은 상법 위반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했다는 흥국화재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흥국화재는 "임 씨의 직업은 2020년 12월 사무직보다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일용직으로 변경됐는데도 이를 고지하지 않았고, 이는 약관조항 및 상법 제652조에서 정한 통지의무[계약 후 알릴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임 씨가 사고 당시 소속 회사에 사무직으로 고용돼 있었던 점, 임 씨는 소속 회사로부터 2019년 7월부터 월급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자 소속 회사를 상대로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한편, 그 회사에 재직하면서 동시에 병동관리자나 보험설계사 등의 겸업을 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임 씨의 직업이 사무직에서 일용노동직으로 변경된 것에 해당해 임 씨에게 보험사고의 발생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했다고 볼 수 없고, 임 씨가 자신의 일용노동이 직업 변경에 해당하고 그것이 보험사고 발생 위험의 현저한 변경, 증가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볼 수도 없다」며 흥국화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1심 법원은 흥국화재의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승소 판결하며 "흥국화재가 보험계약 당시 임 씨 등에게 직업 변경이 통지의무의 대상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설명했다고 볼 자료도 없다"는 점도 통지의무 위반을 부인하는 이유로 추가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법 제652조 제1항은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는 지체 없이 보험사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이란 그 변경 또는 증가된 위험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보험사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사실을 말한다.2)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란 사고 발생의 위험과 관련된 특정한 상태의 변경이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상태의 변경이 사고발생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에 해당된다는 것까지 안 때를 의미한다.
흥국화재의 약관조항에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계약 후 직업을 변경한 경우' 지체 없이 서면으로 흥국화재에게 알리도록 정하고 있고, 이는 상법 제652조 제1항이 규정한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 해당하는 사유들을 개별적으로 규정한 것이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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