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밥 먹다 죽은 피보험자 ... 질식사 인정 증거 없다면 상해사망보험금 지급 대상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환자가 누룽지와 당뇨 밥을 먹다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서 의식을 잃고 죽은 경우 질식으로 사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면 상해사망보험금 지급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이나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임 모 씨1)는 2017년 12월 5일 계단을 내려가다 미끄러지며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 후 병원에서 입원과 외래진료를 받다가 2019년 3월 20일부터는 한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던 2019년 4월 임 씨는 누룽지와 당뇨 밥을 30% 가량 먹다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서 의식을 잃었고, 몸이 파랗게 변했다. 요양병원 의료진은 즉시 임 씨의 가슴에 강한 압력을 주며 음식을 토해 내게 하는 '하임리히법(Haimlich maneuver)'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기도 유지기를 사용해 구강 석션(Oral Suction)도 했다. 그때 임 씨의 기도에서 밥알 몇 개가 나왔다. 의료진은 임 씨를 급히 일반병원 응급실로 보냈다. 그러나 임 씨는 응급실 도착 7시간여 만에 숨졌다.

임 씨 사망 4년 전 보험을 들었던 임 씨의 아내[유족]는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달라고 청구했으나, 메리츠화재는 약관에서 정한 상해 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계약 약관에는 ‘상해’를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로 정하면서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에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유족은 임 씨가 '질식'이라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 사고로 사망했다며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메리츠화재는 그러나 평소 심장병이 있었던 임 씨의 사망 원인은 급성 심근경색이고, 이는 '질병에 의한 사망'에 해당하므로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임 씨의 죽음이 상해 때문이냐, 질병 때문이냐가 쟁점이었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임 씨의 사망은 보험계약에서 정한 일반상해사망에 해당하므로, 메리츠화재는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원심 재판부는 "임 씨가 밥을 먹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질식'을 일으켰고, 이 질식이 어떤 방식으로든 임 씨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2)

이어 "임 씨가 오로지 '급성 심근경색증'이라는 내부적 요인으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보기 어렵고, '질식'이라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가 공동 원인이 돼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다. 

원심판결에 대해 메리츠화재는 임 씨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이지 '질식'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며 보험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고, 병원 등의 감정 결과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망의 원인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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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1, 2심 과정에서 이뤄진 두 곳 병원의 각 진료기록 감정 결과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에 주목했다.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의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의 요지는 '임 씨의 사인으로 질식과 급성 심근경색증 모두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이었다. 임 씨의 기저질환으로 인해 심장의 관상동맥이 좁아져 있는 상태에서 질식으로 산소 공급이 안 돼 심근경색증이 발생했을 수도 있고,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심실세동 같은 부정맥이 발생해 음식물을 빨아들여 질식한 것일 수도 있다는 취지였다. 

반면 한양대학교 구리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및 각 사실조회의 요지는 '임 씨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이고, 음식물에 의한 기도 폐쇄로 질식이 발생했거나, 질식이 심정지 원인이 됐을 가능성은 없다'는 소견이었다. 또 국과수의 임 씨에 대한 부검 결과도 '임 씨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구강이나 경부 장기, 기도 등에서 질식으로 사망했을 특징이 있다는 취지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먼저 「유족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한 만큼 임 씨의 상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유족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신청서의 감정 목적물 중 부검감정서가 포함돼 있고, 감정사항 중에도 부검기록을 검토할 것이 기재돼 있음에도 그 신청서의 첨부서류 중 부검감정서가 누락돼 있어 부검감정서의 상세 내용에 대한 확인 및 검토가 이뤄졌는지조차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원심으로서는 임 씨에게 질식이라는 외래의 사고에 따라 상해가 발생했고, 이런 상해가 임 씨의 사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이 유족에게 있음을 감안할 때, 임 씨에게 질식이 발생했고 이로써 사망했다는 사정을 쉽게 추정함으로써 유족의 보험금 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원심은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를 근거로 삼았는데,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과정에서 일부 절차상 미비점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원심이 그 견해를 채택하려면, 감정촉탁 결과의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사실조회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통해 임 씨가 의식을 잃고 사망하는 과정에서 질식이 발생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부검감정서에 질식이 발생한 경우 특징적으로 보이는 내용이 있었고 이런 내용을 근거로 질식 발생 여부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 것인지 등에 관한 각 감정기관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심리·파악해 감정촉탁 결과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이런 사정을 면밀히 살펴보거나 심리하지 않은 채 임 씨에게 질식이 발생했고, 질식이 임 씨의 사망에 원인이 됐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유족의 청구 중 일부를 받아들였는데, 이런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금 청구자의 증명책임, 감정 결과의 채택과 배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결 중 피고(메리츠화재) 패소 부분을 파기 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 한양대학교구리병원장, 국과수의 각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임 씨의 사망이 질식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증거가 없다」며 임 씨의 사망 사고는 상해 사망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4)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사례에 적용되는 대법원 판례의 기본 법리를 소개한다. 보험계약 약관에서 정하는 상해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는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이런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보험금청구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5)

한편 민사 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 사례와 같이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약관에 정한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해 사망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나, 문제된 사고와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6) 

어떤 특정한 사항에 관해 상반되는 여러 개의 감정 결과가 있는 경우 각 감정 결과의 감정 방법이 적법한지 여부를 심리·조사하지 않은 채 어느 하나의 감정 결과가 다른 감정 결과와 상이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감정 결과를 배척할 수는 없다.7) 그리고 동일한 감정사항에 대해 2개 이상의 감정기관이 서로 모순되거나 불명료한 감정의견을 내놓고 있는 경우 법원이 그 감정 결과를 증거로 채용해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증거자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각 감정기관에 대해 감정서의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이나 사실조회 등의 방법을 통해 정확한 감정의견을 밝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8) 이런 법리는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작성한 감정의견이 기재된 서면이 서증의 방법으로 제출된 경우에 사실심 법원이 이를 채택해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으려 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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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4년 1월 20일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에 대해 유족의 성 씨를 사용한다.
2) 서울고등법원 2022. 11. 9. 선고 2022나2015081 판결.
3)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2다303216 판결.
4) 서울고등법원 2023. 11. 10. 선고 2023나2016470 판결. 유족이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2023다309495호).
5) 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28114 판결,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7579 판결 등 참조. 
6)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12258 판결 등 참조.
7) 대법원 1992. 3. 27. 선고 91다34561 판결 등 참조. 
8) 대법원 1994. 6. 10. 선고 94다10955 판결,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다64181 판결 등 참조. 
9)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다204490, 204506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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