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차를 장기 렌트한 통신판매업체 소속의 임직원이 렌터카를 사적 용도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그 임직원은 승낙피보험자의 지위를 가지므로 자동차 보험 혜택을 받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박상렬 판사는 판결문에서 「자기신체사고의 기명피보험자인 렌터카 회사가 차량을 임대하면서 자동차보험이 적용되는 운전자의 범위를 '임직원 포함'으로 정했다」며 「김 씨는 통신판매업체의 임원으로서 렌터카를 받아 사용했으므로 기명피보험자인 렌터카 회사의 승낙을 얻어 피보험자동차인 렌터카를 사용·관리하는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보험계약이나 약관은 가입 특약에서 운전자의 범위를 '임직원 한정'으로 정하고 있을 뿐이고, 렌터카를 임차해 실제 운행하는 법인 또는 업체의 임직원이 렌터카를 영업을 위해 사용하는지 아니면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피보험자 해당 여부를 달리 취급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음주운전이나 중앙선침범 등 법규를 위반한 경우 피보험자의 범위에서 배제된다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김 씨가 음주운전, 중앙선침범 등 법규를 위반한 운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김 씨는 여전히 승낙피보험자의 지위를 가진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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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 보험의 피보험자인 김 씨가 피보험자동차인 렌터카의 운행으로 인해 사망했으므로, 하나손해보험은 김 씨의 상속인인 유족에게 자기신체사고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통신판매업체의 임원이었던 김 씨는 2022년 3월 소속 업체가 렌트한 차를 타고 강원도 평창시, 강릉시, 동해시에 위치한 점포 세 곳에 방문해 카드결제기 등의 설치·유지보수 업무를 처리했고 같은 날 오후 2시경 업무를 마치고 복귀했다. 이후 밤 10시 40분이 넘은 시각에 렌터카를 다시 타고 서울 영등포에서 지인들을 만나 술을 마셨다. 김 씨는 다음날 새벽 혈중알코올농도 0.218%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렌터카를 운전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 보도 위 가로등 지주를 1차 충돌하고 우측으로 전복돼 한 바퀴 회전하면서 차량으로 튕겨져 나오는 사고를 냈다. 그 사고로 인해 김 씨는 흉곽 및 두부 손상으로 숨졌다.
렌터카 회사의 보험사인 하나손해보험은 "김 씨는 승낙피보험자인 통신판매업체의 영업을 위해 렌터카를 운전한 경우만 운전피보험자로 인정될 수 있는데, 김 씨는 사적 용도로 렌터카를 타다 사고를 일으켰으므로 운전피보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김 씨는 음주운전, 중앙선침범 등 법령에 저촉되는 위법한 차량운행으로 사고를 일으켰고 이는 기명피보험자인 렌터카 회사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운행이므로, 김 씨를 승낙피보험자로 볼 수도 없다"며 자기신체사고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반발한 김 씨의 유족이 하나손해보험을 상대로 자기신체사고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일반적인 자동차종합보험약관에서 보험회사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해 보상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그 피보험자의 범위에 관해서는 ① 보험증권에 기재된 '기명피보험자', ② 기명피보험자의 친족 등 '친족피보험자', ③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얻어 운행한 '승낙피보험자', ④ 기명피보험자의 사용자 등 '사용피보험자', ⑤ 위 ① 내지 ④에서 규정한 피보험자를 위해 피보험자동자를 운전한 '운전피보험자'를 규정하고 있다.2)
이 판결은 보험증권에 기재된 기명피보험자(렌터카 회사)로부터 차를 임차한 통신판매업체(보험 혜택을 받는 운전자의 범위에 임직원 포함)를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다.
자동차보험은 피해자 보호와 자동차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피보험자의 개념은 약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명확하게 이해되고 확정될 수 있어야 한다. 하나손해보험의 주장과 같이 약관의 명확한 규정 없이 차량의 운행 목적이나 운행 태양에 따라 개별적으로 피보험자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자동차보험을 둘러싼 법률관계의 법적안정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3)
3) 이 판결의 판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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