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 의사의 오진으로 암 진단이 늦어져 환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은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의료진이 제때 암 진단을 하지 못한 과실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도 보험계약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입니다.
이 씨는 지난 2019년 8월 담낭암 악화로 사망했습니다. 1년 전인 2018년 6월 상복부 초음파 검사 결과 '다수의 담낭용종, 총담관 확정(1.5cm) 및 담낭팽창' 진단을 받았고 같은 해 11월 복부CT 검사에서 담낭 절제 권고가 있었는데 의료진 과실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것이 유족 측 주장입니다. 이 씨가 지난 2018년 11월 CT영상 및 판독 결과 등을 가지고 B병원을 방문했는데 의료진이 CT영상 재판독이나 추가 검사는 시행하지 않은 채 6개월 뒤 추적검사(복부 초음파)를 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 씨가 6개월 뒤인 지난 2019년 5월 다시 내원하자 B병원 의료진은 상복부 초음파 검사와 CT영상 재판독을 했는데, 담낭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내렸습니다. 이후 B병원 의료진은 이 씨에 대한 췌담도 CT, 담췌관 내시경초음파, 자기공명담도조영술, PET-CT 등의 검사를 했고, 말기 담낭암 진단을 했습니다. 이에 B병원 의료진이 2019년 6월 담낭암 절제 수술을 시도했으나, 복막까지 전이가 확인됐고 담낭암을 근치적으로 절제하지 못했습니다. 이 씨는 항암치료와 통증조절 치료 등을 받다가 약 두 달만에 담낭암의 악화로 숨졌습니다.
이에 이 씨의 유족이 B병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6월 법원은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25%로 제한하는 내용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의료진 부작위 즉 치료의 불이행도 재해 해당된다
이후 이 씨의 유족이 2022년 6월 대한민국 우체국에 재해안심보험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우체국은 이 씨의 사망이 보험계약에서 정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우체국이 판매하는 재해안심보험은 재해를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 환자의 재난'으로서 '치료 불이행'이나 '치료의 조기 중단' 등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우체국 측은 이 씨 사망의 경우 "외래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유족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 |
로피플닷컴은 여러분의 든든한 보험 법률 파트너 법률상담 문의 ☎ 02-595-7907 |
임기환 부장판사는 「보험계약에서 이미 의료진의 부작위 즉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의 불이행도 '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예정하고 있고, 그 의미를 '일단 치료행위에 착수했다가 조기에 중단함으로써 치료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우'로 한정 해석해 고객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 씨가 지난 2018년 11월 병원에 내원했을 때 의료진의 진단상 과실로 인해 이 씨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이는 결국 외부로부터의 작용에 의해 피보험자인 이 씨의 신체가 훼손된 사고 즉 '재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재해 발생일은 이 씨의 사망일(토요일)이 아니라 병원 의료진의 진단상 과실이 발생한 날(수요일)로 봐야 한다」며 「휴일재해사망보험금이 아닌 평일재해사망보험금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임 부장판사는 유족에게 휴일재해사망보험금이 아닌 평일재해사망보험금에 해당하는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 재해추가보험 내지 재해특약이 정하고 있는 '재해'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서 약관 재해분류표에 따른 사고를 말합니다. 다만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피보험자로서 경미한 외부 요인에 의해 발병하거나 또는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됐을 때는 그 경미한 외부 요인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보지 않습니다.
약관 재해분류표상의 분류 항목 중 하나인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 환자의 재난'[Y60-Y69]으로 인해 피보험자의 신체에 손상이 발생했다면, 병원 의료진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사고에 해당한다는 보험사의 증명이 없는 이상, 재해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Tags
로피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