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수로에 걸린 차량 뒷바퀴 살피다 추락사 했어도 자동차 '운행 중 사고' 사망보험금 줘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도로 바깥 수로에 걸린 차량의 뒷바퀴를 살피기 위해 이동하다가 수로로 추락해 사망했다면, 자동차 '운행 중 사고'에 해당돼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6단독 장원지 판사는 수로에 떨어져 숨진 서 모 씨1)의 유족이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서 씨의 사망은 자동차 운행 중 사고로 봐야 한다"며 "메리츠화재는 유족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장 판사는 판결문에서 「약관에 규정된 "피보험자가 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었을 때"란 피보험자가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소유, 사용, 관리하던 중 그 자동차에 기인해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를 의미하고, 이때 자동차를 용법에 따라 사용한다는 것은 자동차의 용도에 따라 그 구조상 설비돼 있는 각종의 장치를 각각의 장치 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며 「한편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른 사용 이외에 그 사고의 다른 직접적인 원인이 존재하거나, 그 용법에 따른 사용의 도중에 일시적으로 본래의 용법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경우도 전체적으로 용법에 따른 사용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역시 자동차 사고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장 판사는 이어 「자동차를 주·정차한 상태에서 하차할 때 주·정차하는 곳에 내재된 위험요인이 하차에 따른 사고 발생의 한 원인으로 경합돼 사람이 부상한 경우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는 피보험자가 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중에 그로 인해 생긴 사고로서 자동차보험계약이 정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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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앞선 법리에 비춰볼 때, 서 씨가 사고 당시 나무를 충격한 다음 차량의 뒷바퀴가 수로 난간에 걸려 가속페달을 밟아도 움직이지 않자, 시동을 켠 채로 내려 차량 뒤편의 수로 쪽으로 주취 상태에서 걸어가다 수로로 추락한 것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는 있겠다」면서도 「그러나 서 씨는 차량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확인하고자 시동과 전조등이 켜진 상태에서 하차해 뒷바퀴가 걸린 부분을 보기 위해 차량 뒤편으로 가던 중 추락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바, 전체적으로 자동차의 용법에 따른 사용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차량을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던 중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서 씨는 2022년 1월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 경남 거창군에 있는 T자형 삼거리 교차로의 아래쪽 길을 주행하던 중 철재 교통안전표지판을 충격하고 도로를 이탈해 도로 바깥에 있는 수로를 넘어가 수로 건너편 밭에 있는 나무를 충격해 정지하게 됐고, 차량의 뒷바퀴가 수로 난간에 걸려 가속페달을 밟아도 움직이지 않자, 차에서 내려 수로 쪽으로 이동하다가 수로에 추락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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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씨의 유족은 메리츠화재에 대한 사망보험금 청구 이외에도 운전자보험을 체결한 케이비손해보험을 상대로도 교통상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는데, 강 판사는 「운전자보험 약관상 자동차를 '운전'함의 의미는 '도로 여부, 주정차 여부, 엔진의 시동 여부를 불문하고 피보험자가 자동차 운전석에 탑승해 핸들을 조작하거나 조작 가능한 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다」며 「서 씨가 사고 당시 차량에서 하차한 상태였으므로 운전자보험 약관에서 정한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의 요건 중 '피보험자가 자동차 운전석에 탑승해 핸들을 조작하거나 조작 가능한 상태에 있는 것'에 해당하지 않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므로, 운전자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운전자보험 약관에서 정한 '운전'의 개념에 '운전석에 탑승하지 않았더라도 곧 탑승해 핸들을 조작할 수 있는 상태'가 포함돼 해석해야 한다는 유족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과거 판례 중에도 피보험자가 렉스턴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내려 철도 건널목의 차단기를 올리려는 도중 마침 건널목으로 진입하던 열차를 피하지 못해 발생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자동차 운전석을 이탈해 건널목 차단기를 들어 올리던 중 발생한 사고는 운전자의 운전석 탑승을 전제로 한 운전자보험 약관상의 보험사고(‘자동차 운전 중 사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유족 측의 청구를 기각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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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3년 12월 30일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에 대해 원고의 성 씨를 사용한다.
2)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다5100 (본소), 2012다5117 (반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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